요새 한 생각
매일 좋은 글 올리시고,
갖고 계신 지식들 글로 풀어내는 분들 보면 대단하고 부러워요.
저도 하루에 채 하나도 못 올리는 글
좀 더 퀄리티있게, 정성있게 쓰고 싶다 고민은 하는데..
능력이 안되네요ㅠㅠ
이 글 올리기 전에도 대체 뭘 써야 할까 고민은 많이 했는데요,
결국 들고 온 글은 책 추천입니다.
'어렵게 생각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매일 쓰기나 하자'
싶어서 가져온 글이니 가볍게 지나가듯 읽고 즐겨주세요 :)
책 추천
▶ 내 생의 중력 / 홍정선, 강계숙 엮음 / 문학과지성사
좋은 시들 묶어 출간한 시집입니다.
다양한 시인 분들의 시가 수록돼 있어요.
저도 추천받아 샀던 시집인데, 아직까지도 제일 좋아합니다.
언젠가 서점에 들르시거나, 시집 구매할 일이 생기시면
한 번쯤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좋은 시, 좋아하는 시
영웅 / 이 원
오늘도 나는 낡은 오토바이에 철가방을 싣고
무서운 속도로 짜장면을 배달하지
왼쪽으로 기운 것은 오토바이가 아니라 나의 생이야
기운 것이 아니라 내 생이 왼쪽을 딛고 가는 거야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야
기울지 않으면 중심도 없어
나는 오토바이를 허공 속으로 몰고 들어가기도 해
길을 구부렸다 폈다
길을 풀어줬다 끌어당겼다 하기도 해
오토바이는 내 길의 자궁이야
길은 자궁에 연결되어 있는 탯줄이야
그러니 탯줄을 놓치는 순간은 절대 없어
내 배후인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은 은색이야
나는 삼류도 못 되는 정치판 같은 트릭은 쓰지 않아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을
철가방에 넣고 나는 달려
불에 오그라든 자국이 그대로 보이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은 짜장면을
랩으로 밀봉하고 달려
검은 짜장이 덮고 있는 흰 면발이
불어 터지지 않을 시간 안에 달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
나는 표지판은 믿지 않아
달리는 속도의 시간은 지금 여기가 전부야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러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나도 가끔은 뒤를 돌아봐
착각은 하지 마 지나온 길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야
나도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읽고 나서
<내 생의 중력> 에 수록된 시 중 한 편입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처음 봤을 때는 시인데 랩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머리로 상상하며 읽기만 해도 유쾌한 시였어요.
하지만 곱씹을 수록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더라고요.
마지막 장면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요?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 파도를 만들어주지"
오토바이 바퀴가 만들어줄 수 있는 파도라는 그림요.
상상해보면 무섭고 끔찍한 순간이 아닌가 싶었어요.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 오르"고,
"길이 사라진 곳에서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는 주인공은 결국 어떻게 된 걸까..
그런 주인공을 내세운 <영웅> 이라는 제목도 흥미진진해요.
여기 나온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영웅'다운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왜 제목이 <영웅> 일까..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 이 원 시인의 <영웅>을 엮어낸 이 시집,
<내 생의 중력> 이라는 제목도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영웅> 에서도 나오죠. '중력'이라는 말.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 쏠리지 않는 것 /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 "
'내 생의 중력', 제 생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내 생의 중력> 이라는 시집을 읽다 보면 종종 그런 물음이 생깁니다.
결국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요.
사실 저는 시를 읽고 평론을 쓸 수 있을 만한 독해력도 없고요.
그만한 독서력도 갖지 못했습니다.
아는 시인도, 읽어본 시도 많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풀어내고 전달하고 엮어서 설명하기보단,
편하게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제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에요 :) ㅋㅋ
이 글을 읽으신 분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네요.
시는 누가 어떤 순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이렇게 읽고, 이런 생각을 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오랜만에 스팀잇 통해서 시를 접하네요. Seul님 말씀하신 것 처럼, 저도 저 시가 일반적인 시 보다 랩처럼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글이네요 :)
종종 좋은 시 올려볼게요. 지나가듯 본 피드에서 좋은 느낌 받아가셨으면 좋겠어요 :)
각자 똑같은 시라도 보면 느끼는 것이나 연상되는 부분이 다르니까요 ^^ 꼭 평론을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안심이 되네요. 워낙 쟁쟁한 글 올리시는 분들이 많아 고민됐거든요 :)
비록 다른 분들처럼 전문적이고,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는 없어도 좋은 글 함께 보는 피드가 됐으면 좋겠네요!
저는 달리다 사고가 난 배달부를 생각했는데, 사건보다 인간의 마음에 집중한 시를 좋아해서 깊게 와 닿진 않았어요. 나중에 저도 제가 좋아하는 시로 한번 찾아뵐게요, 서로의 좋아하는 부분을 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될 날이 올 때까지.
저는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지는 시를 좋아해요. 꼭 시로 쓴 그림 같아서요 :)
저는 이 시도 인간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했는데, 와닿지 않았다니 아쉽네요.
다음엔 lekang 님이 좋아하시는 시 보고 싶어요. 올려주세요 :)
시는 접해본지 진짜 오래되었군요
저도 요새는 시집을 잘 안 읽습니다... 감성 충만할 때만 가끔 손이 가요.
자주 읽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