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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책, 소설 < 모던 하트 > 서평
범죄나 일탈 행위가 1도 없지만 제법 흥미진진한 세태 소설
제18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나는 본래 소설이나 영화에서 ‘범죄’가 등장하는 것들을 속칭 <잘 쓴 작품>이라 생각하는 편이 아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히 평범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일반인들인데, 작품의 소재 자체가 ‘범죄’처럼 일탈행위가 되어버리면 일반인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것>은 당연지사 아닌가. 그러한 점에서 작가들이 당연한 듯이 작품의 소재로 ‘범죄’를 기본으로 삼아버리는 작품들은 그 작품성과는 별개로, 작법 자체가 약간은 <반칙>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비슷한 이유로 스토리에 툭하면 ‘판타지’를 집어넣는 작가들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본인의 상상력이 빈곤해서 도리어 판타지 같은 공상을 주로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모던 하트》는 범죄, 판타지, 하다못해 먼지 티끌만한 일탈조차 단 한 개가 없다는 점이 마음이 든다. 요리를 하려고 두 팔 걷어 부치면서도 MSG나 양념 소스를 일절 쓰지 않으려는 작가의 도전 정신만으로도 이 책이 미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와중에 스토리까지 흥미진진하다. 자극적인 조미료 맛은 없는데 굉장히 맛깔 나는 건강식을 즐기는 것이 이런 기분이다. 극 중에서 누구 하나 죽어나가거나 치명상을 입지 않더라도 이렇게 몰입할 수 있었던 작품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제목만큼이나 모던한 스토리 진행
소설 《모던 하트》는 스토리 구성 방식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요즘 유행하는 소설들처럼 작가가 갑자기 피카소로 빙의한 듯 이 시점 저 시점, 온갖 망령들이 주인공인양 행세하는 <다중 교차 시점>이 아니다. 그저 한 커리어 우먼이 주인공이 되어서 자신의 관점을 줄곧 묵묵하게 1인칭으로 밀어붙인다. 작가는 여느 다른 소설가들처럼 주인공이 마치 신(神)이라도 된 듯이 개똥철학이나 사변을 장엄하게 늘어놓도록 방기하지도 않는다. 주인공의 소회는 담담한 편이고,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해도 짧고 굵다. 그래서 사건들도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어떤 대목은 사건 진행이 빛보다 빨라서 혹시 내가 한 챕터를 넘겨 읽었나하고 책을 되돌려 봤던 적도 몇 번 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 쿨(cool)해서 반할 지경이다.
세련되지 못한 심장을 갖고 당당하게 사는 비혼 커리어우먼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헤드헌터 ‘김미연 차장’은 안타깝게도 작법이나 스토리 라인과는 정반대로 결코 모던한 인물이 못된다. 겉모습은 당당한 비혼주의(非婚主義) 커리어우먼이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칭찬도 종종 받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무엇인가 늘 부족하고 아쉽다. 속물을 경멸하지만 본인도 가끔은 세속적이고 싶어 하고, 끝이 뻔히 보이는 ‘노 잼(No 재미)’의 삶을 두려워하면서도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그 흔해빠진 평온함으로 뛰어들고 싶어 할 때도 있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남자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사이에서 무심한 척 짐짓 줄타기를 해보지만, 본인도 본인 마음을 몰라 항상 무게중심이 요동을 친다.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인간상이 소설 《모던 하트》의 모티프다. 읽다보면 나 혹은 주변에서 많이 보던 인물처럼 느껴진다. “난 언제나 기성의 가치에 당당하게 저항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자신만만해하지만, 막상 마음을 해부해보면 본인의 반사회성이 낙인찍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영락없이 모던 소사이어티를 사는 우리 현대인들이다. ‘김미연 차장님’, 아니 우리 미연 씨는 끝낸 세련된 강철심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당신은? 또 나는 어떨까?
< 수상 소감 / 인터뷰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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