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에서 잠시 같이 일했던 대학 친구의 근황을 보며...

in #kr-dev6 years ago (edited)

재작년 늦가을.
한 대학 친구 H의 추천으로 한 게임회사에 들어 갔고,
저는 H 그리고 저보다 먼저 입사한
또 다른 대학 친구 Y와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3개월의 수습기간이 있었고요.
제가 막 입사했을 당시
친구 Y는 아직 수습 사원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새벽 늦게 퇴근하는 날들이 많았고요.
저도 입사 1주일이 지난 후
거의 매일 야근을 하며 지냈습니다.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했죠.

야근, 특근이 잦아지면서 불거진 가장 큰 문제는
가족들이 버티지 못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누라는 직장을 다니면서
집안일, 아이 문제로 혼자서 감당해야 했구요.
아이가 아빠를 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가족에 신경쓰려 하면,
회사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총체적 난국이었죠.

당시 저는 밤 10시가 되면,
무조건 퇴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야 잠시라도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밀려 있는 집안 일들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매일 새벽 늦게까지 퇴근하던 그 친구는
수습에 통과할 수 있었지만,
저는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퇴직 직전에는 야근이 줄어들어
다들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울 수 밖에 없었죠.

같이 일했던 친구들의 근황을 알아보니
모두 회사를 떠났더라구요.
H는 아예 다른 데로 떠났고,
Y는 같은 계열의 모회사로 옮겼습니다.
H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Y는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었죠.

새벽 늦게까지 퇴근하던 Y를 생각해보니
고비를 넘겨야 결실을 맺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잘 버텼더라면 어땠을까?
잘 버티기 위해 가족을 외면하는 게 옳았을까?
그랬더라면 나도 높은 연봉 받으며
괜찮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고생만 계속 하다 포기했을까?
머리 속이 복잡해지더라구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가족을 외면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에 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뒤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들과 같이 일하며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나의 선택이 옳은 건지...
그들의 선택이 옳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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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이민와서 살고있고 가끔 아쉬울때도 있지만
언제나 스스로 최고의 선택을 했다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아쉬움은 어떤 선택을 했던 남을것이고
행복은 어떤 선택이든 존재할테니까요.

각자의 삶이 있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해 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각자 길도 다를 수 밖에요. 감사합니다.

선택을 해야하는것 같아요
가족이냐 일이냐 ㅠ 어느쪽에 비중을 두고 살 것인지....

균형 잡기가 쉽지 않죠. 맞벌이는 특히 더 심합니다. 둘 중 한 사람이 늦게 퇴근하면, 다른 사람이 집안 일, 육아를 떠맡아야 하니 갈등은 계속 될 수 밖에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