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개발자의 잡설 - 주저리 주저리

in #kr-dev7 years ago

작가들이 글을 쓰듯 나는 코딩을 한다. 내겐 꽤 크게 느껴지는 시스템 일부를 보완, 수정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끼워넣기도 한다. 때로는 신규 프로젝트를 받아 밑바닥부터 꾸려 만들기도 한다. 작은 건 내가 다 하거나 큰 비중을 해 내가 낳은 자식처럼 느껴지고 커다란 프로그램 작업 할 때는 수십, 수백개의 태엽이 돌아가는 곳의 태엽을 고치거나, 새로운 태엽을 만들어끼워 넣는 것 같은 느낌이다.


불안감 해소엔 테스트만한게 없다.


늘상 하는 일이지만 태엽(프로그램)을 만들어 끼워넣으면서도 이게 잘 돌아갈까? 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래서 기능 하나를 만들어도 그만큼 테스트를 열심히 한다. 선수가 올림픽에서 긴장감을 떨칠 수 있는게 연습량이라면 개발자의 코드 업데이트 시에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게 테스트양이라고 생각한다.



버그나 에러가 없으면 오히려 무섭다.


또 하나 많은 개발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있다. 설계를 마친 후 열심히 코딩하고 돌렸는데 에러가 나지 않는다. 이거 뭥미(?) 하고 코드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버그를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로 무서운 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런 버그들이다. 프로덕션에 올라가서 짧게는 수일, 길게 수십일, 수년간 잠복해 그 스케일을 엄청나게 키운 그런 버그들은 정말로 무섭다. 음... 한번에 잘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보며 스스로 나는 천재가 아닐까 잠깐 생각해보다가 스팀잇에 뛰어난 개발자님들을 생각하고 의기소침해진다.



왠지 노는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작업(나는 코딩이나 개발이라 하지 않고 보통 '작업'이라 칭한다. ㅎㅎ) 할 때 생각하는 시간이 7, 실제 코딩하는 시간은 3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미 사전에 해야할 일들은 머릿속과 책상 한켠 문서로 정리되어있다. 어떻게 태엽을 만들지 고칠지를 생각해야한다. 이때는 혼자 담배를 피면서도, 용변을 보면서도 인터넷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아마 주변에서 보기엔 노는 것처럼 보일 듯 하다. 새로운 개발 스킬을 익히거나 하진 않고 보통 기존 레거시에 추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머리속에 태엽이 어느정도 완성되면 기존 코드를 보며 대뇌망상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No, 기획자의 마음은 갈대 Yes


그리고 생각했던 코드를 가상으로 넣어보고 이빨을 맞춰보는 것이다. 물론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좀 복잡도가 올라가면 실제로 필요한 부분만 떼와서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본다. 그리고 가상의 데이터를 넣고 몇번 돌려본다. 잘 된다 싶으면 중간 결과물을 미리 보여준다. 아파트 분양할 때 모델하우스를 보여주기랄까. 여기선

니가 원하는 이걸 내가 이래이래 만들었어. 지금 이정도까지 만들었으니 니가 보고 피드백 줘~

하.지.만. 기획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던가. 임원의 마음이 갈대라고 하던가? 그나마 중간에 한번 보여주고 가면 이때 변경사항이 발생해도 큰 공사 없이 갈수 있는 단계기 때문에 왠만하면 무리없이 맞춰간다. 늘 그렇듯 사람 일이라는게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법. 완성단계에 이르렀는데 갈대가 휘어 철근을 들어내고 다시 깔아야 하는 그야말로 대공사를 할 때도 있다. 이땐 욕지기가 올라올 때도 있다.

거의 다 만들었던걸 부수고

다시 밑바닥부터 작업을 하노라면...

온전한 나의 분노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래도 별 수 있겠는가. 이내 현실을 깨달으며 순응하려고 노력한다.


어쩔 수 없는 밤일과 휴일 업무


내 일의 특성 상 9-6 에 업데이트를 할수가 없다. 이건 많은 사이트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프로그램 업데이트는 사람들이 퇴근하고 해야하며 대공사 같은 경우는 휴일, 더 큰 시스템 오픈이나 업데이트는 대게 명절이 선택된다. 영업이 활발한 시간에 업데이트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감수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최근 우리은행이 차세대 오픈을 구정에 예고하였으나 연기가 되어 이쪽 업계에서는 꽤나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5월 연휴가 다음 오픈 예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지켜질수 있는지도 흥미롭다.


마무리


뭔가 생각 없이 손가락 나가는대로 쭉 적은 것 같다. 사람이 해야할 수많은 일들을 자동으로 또는 순식간에 처리하게 해줄 수 있는 이 직업은 매력은 있는 것 같다. 이런 성향을 가진 내게 스팀의 오픈된 api들을 보면 항상 뭔가를 만들고 싶게 만든다. 스팀잇은 개발자들이 보기엔 재밌고 좋은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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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가 없을(?) 때의 곤란함 ㅋㅋ
좋은글 공감하고 갑니다 !!

버그가 없으면 안되는데... ㅎㅎㅎ

저도 작업이라 부르는데...!! 반갑습니다. 노는 것처럼 보일 때의 가장 억울한 점은, 실제로 밤새 고민해도 떠오르지 않는 솔루션은 에라 모르겠다 집어 던지고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있을 때쯤 떠오른다는 것... 떠올랐을 때 작업해야하니까 밤을 새게 된다는 것 아닐까 싶네요 ㅜㅠ 다음날 가면 어제 그냥 갔다고 구박은 덤. 막힌 문제를 해결하려고 의도적으로 던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음은 항상 불편...

예 우리는 작업자들 ㅎㅎㅎ좋은 솔루션은 항상 나중에 생각나더라구요. 한참 작업을 하다가 나중에 더 좋은 생각이 들들기라도하면 선택에 기로에 놓이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그... 그냥 갈까? 라는 생각과 그래도 고치자라는 제 맘속에 선과악이 싸우는? ㅎㅎ

저는 제 연구 위주의 삶을 살다보니 그냥 손 놓고 튑니다.. =ㅅ= ㅋㅋㅋ 데스 마치가 오면 세상과 단절하는 인생을 반복 중입니다.

저도 단위 기능 개발 후 한방에 잘 돌아가면
엥? 이럴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생각나는대로 적으셨지만 많이 공감되는 글이네요

공긴ㅁ 감사합니다. 으잉? 이럴리가 없는데 하면서 계속 봐야합니다. ㅎㅎ 실제 치명적인 버그도 그때 많이 잡히기도하더라구요.

어딘가가 틀려야 제대로 점검한 기분이군요 ㅎㅎㅎㅎ

맞습니다. 이럴리가 없는데? 라는 거죠 ㅎㅎ

IT 개발자가 뭔지는 관련 사람들만 알게 되는거죠. 진짜... 처음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몰라요. 그냥 수정 훅 들어오면 그거 하나 수정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그냥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전 개발자는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많은 부분 공감갑니다.
요새도 스팀잇 하다보면 만들고 싶은것들 하나둘씩 더생각나는데 ..
적어만 놓고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ㅠㅠ ..

억 우리은행...ㅋㅋㅋ 고생 많으셨겠네요.
아무리 난다긴다 하는 외국계 컨설팅기업이 와서 기획해도 결국은 도찐개찐 일 때가 많죠..

저도 여행 출발 전 마지막이 농협 암호화 플젝이었는데 오픈이 구정이었다죠....
긴연휴에 출근하는 심정이란.. 화이팅하세요!

도찐개찐이라니 ㅎㅎ ㅎ 그러고보니 전 개발자셨죠 지금의 툰과 여행의 이미지가 넘강해서 잊고잇엇습니다 ㅎㅎ

kbs4674님이 nhj12311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Hello, Steemit!

저는 머리싸매고 고민할때는 생각안나던 해결책이
화장실갈때나 퇴근해서 집에서 딴일할때 문뜩 생각날때가 많더군요
시간만 갈아넣는다고 최선은 아닌거 같습니다
물론 주위에서 그렇게 이해를 안해주는게 문제긴하지만요

스팀잇은 개발자들이 보기엔 재밌고 좋은 놀이터다.
인정하며 자러갑니다..!! ㅎㅎ

작업자.. 어감이 좋습니다. ㅎ

엄청 동감되는글 입니다.
요즘에 또 뭔가를 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에 스팀잇에서 뭘 해야하는지 항상 고민이 들더군요 ^^

ㅋㅋㅋ 먼가 개발자들이 공감하는 얘기도 많이 해보고 싶네요.

개발자들의 비애군요. 업데이트가 걸리면 거의 밤이나 새벽 아니면 명절이거나 공휴일에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지요.

저는 코딩이나 it개발쪽은 문외한인데요
개발자분들이 스팀잇을 편리하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주말저녁 즐겁게 보내세요~

yeoreum님이 nhj12311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질문]스파임대해주신 분과 리스팀해주신 분

웹쪽에 계시나보네요.

웹 개발자 분들은 새로운 것 공부하랴, 이슈 대응하랴, 새 시스템 개발하랴 고생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

넹. 저는 sm파트입니다. 한때 rnd가 적성에 맞을것 같다는 생각을 마니 했었습니다.

thinky님이 nhj12311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계정탈취 stolen account, hacking] 계정탈취, 그 후 소식을 말씀드립니다.

floridasnail님이 nhj12311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Who's Who] 스티밋 kr-인명사전 1803018 - (보팅주사위 이벤트)

ㅎㅎㅎ 개발자님의 고단한 업무와 고뇌를 또 조금이나마 느끼게 됩니다 ㅎㅎㅎ

@nhj12311님 혹시 @리스팀 목록에 created? resteemed at? 과 같이 리스팀 된 시간을 업데이트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ㅎㅎㅎ?

아직 리스팀 해주신 분들이 없네요. ㅠㅠ 너무 실망하지 말고 힘내세영~

고마워 : )

있어용. 어제 이사하고 요즘 조금 바빳네요. 진행중입니다 . 리스팀과 멘션 모두요~^^

오!!!

안그래도 이번에 리스팀 이벤트 하면서 ㅠㅠ 시간이 안나오니깐 정말 너무 힘들더라구요 ㅠㅠ

조만간 또 리스팀 이벤트를 할까하는데. @nhj12311 님 덕택에 훨씬 더 빨리 되겠습니다 ㅠ

(물론... 언젠가 저도 node.js 를 다뤄서 리스팀 한분들을 자동으로 찾아가서 보팅할 수 있게 하는 날이 오길....기원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