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공간은 왜 남성들의 성적 욕구의 대상이 되는가?>
이 바닥에서 알 사람들을 다 알겠지만 최근 동덕여대에 한 남성이 잠입해서 알몸으로 자위를 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자위를 한 사진과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는데, 한 학우가 커뮤니티에 알몸남의 트위터 계정을 공유해서 문제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영상 딱 하나를 보고 이 이상 못 보겠다 싶어 그만두었다. 진심으로 너무 더럽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성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두려움은 평균적인 남성들의 상상의 영역 밖이기 때문에 마땅히 비유할 게 없어서 통탄스러울 뿐이다. 엄마나 여동생, 사촌누나, 옆집 아줌마가 자신을 강간할 수 있으리라고 남성들이 상상이나 하겠냐고.
사실 여성들에게 이러한 남성의 변태적인 욕구 표출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그 왜, “나 땐 말이야” 라고 말 할 수 있는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바바리맨이 과거의 ‘익숙하고 엽기적인 문화’의 일부분인 것을 보면 말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매체와 방식이 다양해졌을 뿐, 그들의 존재는 늘 여성들 가까이에 있어 왔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그런 행동들이 ‘여성들이 조심해야 할 것’ 취급을 받은 반면 지금은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알몸남이 검거되었을 때 그는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겼다”고 진술했는데, 대체 여성들만 모여 있는 공간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남성들에게 성적인 대상화를 당하는 것일까. 대개 이런 행위를 하는, 혹은 이런 행위에 로망이 있는 남성들은 ‘젊고 예쁜, 여성성이 두드러지는’ 여성만을 ‘여성’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에 대한 환상은 소수의 남성만이 아닌 대다수의-평균적인 한국 남성이 갖고 있을 것이다.
많은 남성들은 이번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에 대해서 본교 학우들이 책걸상을 교체해달라는 요구를 얼토당토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냥 한 번 닦고 앉으면 그만 아니냐고, 별 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군다고들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통탄스럽다. 성범죄를 당한 남성의 비율이 여성에 비해 지극히 떨어질 뿐더러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가정 또한 (일반적인 경우) 남성들은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남성들에게 있어서 여성들에 비해 크리피하지 않다. 그래서 말인데 적어도 안티페미/논페미 남성은 남성 카르텔에 문제를 제기하는게 아니면 입을 다물고 있는게 그나마 품위 있어 보이는 행동일 테니 그냥 가만히 있어라.
결론적으로 내가 이 문제에 있어서 할 수 있는 말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여성들의 의식 수준이 빠르게 향상하는 데에 반해 남성의 의식 수준은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이건 무슨, 나랑 우사인볼트랑 달리기 시합 시켜 놓은 기분이다. 기사도 가부장제가 아닌 식민지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나라라 그런건가, 유독 남성들의 집단적 젠더 감수성은 여전히 기대 이하다. 3세대 넷페미 물결로 여성들의 인권감수성이 이정도로 발달했으면 이제 좀 따라올 때도 되지 않았나. 내가 한국남성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동덕여대생이라서 하는 말인데, 외부인이 이 사건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거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 자위남이 비정상적인거지 남성들에게 죄를 묻는건...웅앵웅..." 할거면 그냥 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