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gazua 내가 애정하는 것 -스압주의-

in #kr-gazua7 years ago (edited)

살면서 나름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었고 (요즘은 그저 옛(?) 노래를 다시 듣는 수준이지만) 가장 심취했던 건 힙합이었다. 마지막 승부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얼마 후 슬램덩크가 나오면서 대한민국 농구장은 말 그대로 next 조던 형님들이 다 혓바닥을 내밀고 더블 클러치를 해댔고 나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흑형들에 대한 동경이 생겼고 그들의 문화에 심취하게 되었다. 지금도 Hip Hop이 뭐냐고 제게 여쭈신다면 그 답은 구글에게 노룩패스 하겠다. 그저 내가 듣고 좋으니 즐겼을 뿐이다. 서태지 형님의 난 알아요가 힙합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강남 타워 레코드에서 우연히 스눕독의 도기 스타일 앨범을 듣게 되면서 진짜 힙합에 눈뜨게 되었다. 마약, 섹스, 살인 등의 내용으로 점철된 west coast hip hop을 주로 들으면서 내 맘속의 숨겨진 분노를 표출했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스눕독을 시작으로 당시에 유명하다는 rapper들의 곡은 다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 무렵 재정이 괜찮아서 원하는 CD는 그냥 막 담아오던 시기였다. Dr. Dre, Nas, Wutang clan, Tu Pac, Methodman, NWA, Cypress hill, Coolio, Puff daddy, Notrious BIG, Beastie boys등 정말 닥치는 대로 다 들었다. 게다가 같은 방에 살던 형이 미쿡에서 한국에서 못보던 싱글들도 사들고 와서 접하기 힘들던 여러 곡을 들었다. 그중에 아직도 기억 나는 건 Skee-lo의 I Wish하고 청년 KrissKross의 Tonite's tha night 싱글 테입들을 빌려서 늘어지게 듣던 기억도 난다. (아... 그때 형님 감사했습니다. 정말 ㅠㅠ ) 소위 요즘 말하는 올드스쿨 음악에 심취해 있다가 IMF로 집안 사정이 어려워 지면서 자연히 음악 듣는 것도 멈추게 되었다.

군 입대를 앞둔 몇 달전에 드렁큰 타이거를 알게 되었다. 그때 조PD가 한창 break free로 PC통신 (나우누리)에서 랩스타로 주가로 올리던 중 간간히 드나들던 동호회에 누가 추천 해주었던게 계기다. 듣자마자 없는 돈에 당장 시내로 나가서 도레미레코드에서 발매한 CD를 사왔다. 한국에서도 이런 hip hop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바로 동봉된 가사집이 너덜해지도록 "난 널 원해" 가사를 외웠다. 지금도 내 노래방 no.1 애창곡이고 아직도 어줍잖게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노래이다. 무엇보다 하이톤의 JK형과 로우톤의 Shine형의 조화는 그냥 들을 때 마다 팬티를 갈아 입게 만들었다. Shine형이 떠나고서도 전 앨범을 사모으면서 은둔 fan을 자처했지만 아직도 Bizzy가 아닌 Shine형과 같이 하던 그때의 드렁큰 타이거가 그립다. 그래서 4집 이후에 앨범들은 JK형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미칠듯이 좋아하는 곡들이 별로 없다.

8집 이후로 MFBTY (My Fans Better Than Yours)로 팀활동 하시면서 더 이상 단독 앨범은 안내고 계시다. 무한도전 토토가에서 젝키나 HOT가 다시 뭉치는 거 보고 나는 우리 형들 한 번이라도 다시 무대 위에서 노는 모습 보고 싶다. 호랑정권 판돌이샤인 돌려내라! 보고 싶다! 이 사람들아!

내 나름의 best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20곡도 넘었는데 13곡으로 줄였다. 다 코멘트 달 기력이 없다. ㅋㅋ

1. 난 널원해

https://youtu.be/3HxDkbNkVo4
무조건 최고 명곡 드렁큰 타이거를 이야기 할 때 이 곡을 제외하면 말이 안된다. 주위에 힙합 좋아하는 사람과 노래방에 간다면 몇 번은 들어봤을 노래. 옆에서 Hey!만 잘 넣어줘도 왠지 힙합 좀 잘아는 사람이 된다. 귓전을 맴도는 샘플링 때문에 한 번 들으면 계속 듣게 된다.

2.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초기 발매판에는 한글 버전이 아닌 영어버전만 있다.)


나는 힙합을 모르지만 아는 척하려고 좋아한 곡은 아니고 미쿡 살다 온형들이라 존내 멋진 비트에 쏟아 내는 native 영어 랩 플로우에 감복해서 좋아하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국내에서 영어로 이런 레벨에서 랩하는 가수들이 드물던 시절이어서 더 간지 넘쳤다. 근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거 보면 명곡인거다. 내 취향은 대중 취향 잇힝~

3. 위대한 탄생


2집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곡이다. 운좋게 카투사에 들어가서 꼭 훌륭한 흑형이 되겠다는 꿈을 실천하던 중 1년에 한 번 있는 카투사 위크에 대대 대표로 선임과 함께 이곡을 cover로 참가 하게 되었다. "가나다라"로 이어지는 라임에 가야금인지 뭔지 모를 국악기로 연주되는 나름 한국적인 느낌이 좋아서였다. 열심히 고참들 앞에서 검사 맡으면서 tiger JK 신 내렸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연습했다. 역사적인 날 우리 순서에 당차게 무대를 박차고 올라가서 랩을 내 뱉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내 마이크가 먹통이 되어서 그냥 붕어 마냥 뻐끔 뻐끔하고 있었던 것이다. 멘붕해서 마이크 빌릴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수건만 미친놈처럼 흔들다 내려온 기억이 난다. 쓰린 기억이 있었던 곡이라 그런지 그 뒤로 잘 안 부르게 되었다.

4. The movement (여기에 최자, 개코가 피처링 했다는 걸 안 건 한참 뒤다.)


타이트 한 비트 위에 CB MASS (커빈 X새끼) , Queen T, 김진표(음 뭐 낫 배드)가 한 verse씩 뱉어 내는데 그냥 막 지린다. 최자, 개코 랩 부분은 들으면 다듀 때 발성이나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지금도 잘 모르겠다. CB MASS는 당시 자주 듣지 않아서 더 못알아 보았다.

5. Good life


3집 타이틀 곡. 잔을 위로 컴온 머리 위로 컴온 건배 to my 세상 yo everybody c'm on! 이거는 당시에 술 먹고 노래방 가서 부르면 다 따라 부를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공중파에서 형들이 이 노래 부르는 거 오랜만에 찾아서 보는데 당장 한 잔 걸치고 컴온 하고 싶다.

6. Is Ack Hezay?


3집 통틀어서 최고로 좋아하느 곡이다. 아니 난 널 원해 다음으로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비트도 엄청 좋고 개인적으로 JK형과 Shine형의 케미가 대폭발 하는 명곡이다. 뮤비는 17년이 지난 지금봐도 SWAG이 넘친다. Yes ,Yes Y'all!

7. 뽕짝이야기


담배는 피고 싶고 밖에 안들리는 곡. 담배 생각이 전혀 없다가도 이 노래 듣다가 종종 편의점으로 담배사러 뛰어간 기억이 난다. 담배도 없는데 형들 여친 건드린 놈들 줘 패주다 쳐 맞았다는 말 듣고 또 담배가 없다는 내용이다. ㅋ

8. 남자기 때문에


4집 타이틀 곡으로 갱스터 느낌 폭발하는 남자 노래. 뮤비 후반부에 mug shot 찍는 장면에 리쌍, YDG등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니 찾아 보는 것도 재밌다. 예전 혈기 왕성하던 때 막 내가 남자인 줄 알고 따라 불렀었다.

9. 엄지 손가락


불효자에서 효자로 코스프레 할 때 자주 듣던 노래다. 뽕짝 같은 비트에 절절히 풀어내는 형들의 랩은 그냥 멋지다. 아직도 아버지의 엄지 손가락이란 가사 들으면 눈물이 핑돈다.

10. One 한


4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시한부 인생이라면 부조리한 인간들에 대한 복수를 하고 떠나겠다고 읖조리는 곡이다. 불만 많은 인생을 살던 때라 따라 부르며 대리 만족하던 기억이 선하다.

11. 내 손을 잡고 (요조가 피처링 ㅋ)


19금 내용으로 사랑하는 연인과의 애정 행위를 묘사한 곡. 몽환적인 비트에 요조가 그 특유의 목소리로 양념을 더해 듣고 있으면 구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Relax 하고 싶을 때 들으면 좋다.

12. 슬픈 기타줄


한국에서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고단한 삶에 대해 나불 나불대는 곡으로, 세상의 요구에 맞춰서 대중적인 음악 하면서 돈 많이 벌고 싶지만 그래도 힙합 하겠다는 내용이다. 형들은 푸념을 해도 이렇게 간지나게 한다는 걸 보여준다.

13. 8:45 heaven


4집 이후로 유일하게 가사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는 곡이다. 할머니가 돌아 가시고 그 슬픔을 예술로 승화한 곡. 이 곡이 나오고 몇 년후에 나도 가족을 잃어서 울고 싶을 때 듣거나 부른다. 라디오에서 라이브로 부르고 스튜디오 안이 눈물 바다가 되는 영상인데 울고 싶으면 까짓거 이거 보고 같이 울자!

그 외에도 이 놈의 shake it, 고집쟁이, 하나하면 너와 나. 음주랩핑, 내가 싫다, True Romance, Feel Good Music, 두두두왑바바루, Monster 등등 여러 곡이 있지만 힘들어서 여기 까지만 한다. ㅋ

마흔이 넘은 지금도 정권이형과 병욱이형 보고 싶다. 얼마전에 정권이 형 종편예능에 나와서 소모 되는거 보고 마음 아팠다. 우리 형들 꽃길만 걷자! 내가 더 늙기 전에 형들 한 번 뭉치는 거 보고 싶다. 우리 가족 총 출동해서 형들 앞에서 재롱 부릴게 ㅠㅠ. 보고 싶다 형들! 애정한다!

Cryptoapprentic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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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렇게까지 좋아한건 아니었지만
긴급상황 이거두 좋더라

오오 짜베도 형들 노래 들었구나. 긴급상황 이것도 당연히 좋다. 지금 다시 들어보니 이것도 많이 들었던 곡이네. 우리 형들 돌려줘!!! ㅜㅜ

어르신.. 추억감상글 잘보고간다.. 음악을 그렇게 까지 좋아할수 있다니 그런점도 참 신기해

ㅎㅎ 박형 뭐 나보다 더 좋아한 사람도 많으니 근데 살면서 우리 뭐 하나 정말 좋아하게 되는 적 그래도 몇 번 되지 않나? 내가 하도 힘이 빠져서 뭐를 잘 했나 좋아했나 생각해보다가 생각나서 쓴글

캬~ 정말 띵곡들이 주르르~
스웩~!!

와파형이 뭐 좀 아네 ㅋㅋ 스웨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