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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좋은 명화 추천 받아서 보게 된 피아니스트의 전설.
각기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한 배를 타고 유럽으로 미국으로 가는 유람선 안.
귀족들은 음악 선율에 맞춰 사교 모임에서 춤을 추고 즐기지만
평민들은 서로 뒤엉켜 배에 갇힌 채 도착만을 바라본다.
배의 동력원인 석탄을 불 속에 넣는 작업을 하는 선원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힘 없는 흑인들이다.
파티가 끝나고 쓰레기만 가득한 파티장에 흑인 한명은
바닥을 두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혹여라도 부자들이 흘린 가짜 보석 하나라도 줍기 위해 애를 쓴다.
허탕을 친 그는 돌아서려는 순간
피아노 위에 놓인 TD LEMON 이라고 적힌 바구니 안의 갓난 아기를 발견한다.
그는 어두컴컴하고 열기로 가득한 선체 내부에서 갓난아기를 몰래 키운다.
그러나 아이가 어릴 때 그는 작업 중에 사고로 목숨을 잃어 바다에 뿌려진다.
주인공 1900 (나인틴헌드레드) 는 어느덧 자라 음악 천재가 된다.
그냥 건반 한번 두드렸을 뿐인데
첫 연주부터 귀족 탑승객들과 선장의 시선을 끈다. (어떻게 음악적 재능을 갖게 되었고, 언제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영화 속에 언급이 부족했음.)
배에서 나고 자랐기에 출생 명부에 등록도 되지 않은 그는,
마지막 자신의 죽음도 스스로 선택한다.
배가 낡아 폭파되는 순간에도 그는 육지에서의 삶을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영화 중간에 한 여인에게 반한 그는
육지에서 들을 수 있는 바다소리를 듣기 위해 육지로 가겠다고 선언한다. (파도 소리를 말 하는 건 아니었을까 싶다.)
바다소리는 곧 자신이 반한 한 여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었으며, 결국 그 여인을 만나러 가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육지로 가겠다고 결심했던 그는
선장과 선원들의 축복을 받고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었으나,
배에서 육지로 닿는 계단의 절반을 내려갔다가
끝이 없이 늘어진 무한한 도시의 광경에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다
다시 배 위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는 영화 끝부분에 나온다.
피아노는 88개 건반, 유한한 건반으로 무한한 음악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
그가 탄 유람선은 그 크기가 유한하지만,
그 안에서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을 접하며 그들의 삶을 보고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바라본 도시의 광경은
끝없이 무한한 세상이었으며,
그 공간에서 그는 결코 자신이 살 몇평의 땅도, 자신이 함께할 여인도, 자신이 죽을 장소도
선택할 용기를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1900(나인틴헌드레드) 에게는 명성도 재산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했다면 언제고 육지로 자신을 안내하는 사람과 손잡고 떠났을 것이다.
그에게 경쟁을 제안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배틀 제안에도 그는 의아해 한다.
내가 왜 그와 경쟁이란 걸 해야 하는가?
경쟁 할 의욕이 없던 그는 성의 없는 연주로 배틀에 응했고,
그런 그를 못마땅히 여기는 그의 마음을 읽은 주인공은
경쟁을 위해서가 아닌,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배틀을 제안한 재즈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그 마음에 화답하듯 배틀 다운 연주를 해주게 된다.
결국 제안한 피아니스트는 배틀 후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유럽에 도착하자 바로 미국행 배를 타고 돌아가버린다.
큰 도시의 삶에서 경쟁에 익숙한 우리는 주인공 1990(나인틴헌드레드)의 선택에 쉽게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과 경쟁하며 부와 명예를 쫓고, 번잡한 도시의 삶을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사는 삶,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가치롭고 진정 후회 없는 삶이 될 것인지에 대하여 돌아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어찌보면 주인공의 삶은 동물원 우리에서 태어난 재주많은 원숭이의 삶과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에 갇혀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재주로 행복하게 해 주었지만, 자신의 진짜 사랑과 삶을 찾지 못하였으며
진짜 본인이 살아가야 할 우리 밖 세상에는
발 딛기 겁이나 다시 우리 속으로 돌아오는 그런 슬픈 한 인간의 삶이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 안에 갇혀 타인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재주를 부리는 삶이나
우리 바깥에서 수많은 세상과 경쟁하며 사는 삶이나...
둘 중 어떤 삶이 옳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싶다.
***아름다운 음악
-PLAYING LOVE(사랑을 연주하다)
창문을 보며 눈을 비비던 여인에게 매료된 채
연주했던 그 음악.
항상 나도 모르게 주위의 가치관에 따라 무의미한 경쟁을 하게되는 것 같아요. 진짜 나의 가치를 찾는게 중요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포스팅 해주신 내용과 음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어쩌면 우리도 정말 주인공 처럼 살고 있는건 아닌지... 뒤돌아보면 그렇게 산적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이번주말에 한번 꼭 봐야겠어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