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한 사람입니다.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새내기 #aronia입니다.

오늘은 국제결혼에 대해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한 글을 올려 볼까 합니다.
(여기서 국제결혼이란 외국인과 오랜 연애로 결혼에 골인한 경우보다는 주로 국제결혼정보사라더지 지인 등의 소개로 속전속결로 결혼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참고로 저희는 국제결혼 3년차 부부이며, 아내가 지난해 말 딸을 낳아서 한창 아기 키우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국제결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피부색이나 외모가 한국인과 다르다는 점, 또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한국으로 시집오니까 뭔가 순수한 의도를 의심(?)한다거나, 혹은 신랑이 뭔가 문제가 있진 않을까?란 선입관 등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매스컴을 통해 국제결혼 브로커의 문제, 국제결혼 사기 등이 많이 보도 되면서 '국제결혼=문제투성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저역시 국제결혼을 직접 하기 전까지는 부정적이었던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후 국제결혼한 다른 가정을 많이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여느 한국인 가정과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개중에 일찍 깨진 경우도 보았으나, 대부분은 한국에서의 소박한 꿈을 이뤄가며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이 참 많았습니다.

저는 2015년 10월의 마지막 밤을 앞두고 친척 누님과 함께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 여행길에서 현재의 캄보디아인 아내를 베필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척누님이 잘 아시는 국제결혼업체를 사장님을 소개 했는데, 그 업체는 (대표가 병환으로 현재는 문을 닫았지만) 캄보디아에서 오랜 기간 국제결혼 경험이 있었고, 기독교 선교에 관계된 업체라 그나마 신뢰가 되었습니다.

숙소는 한국의 좋은 모텔급 정도 되어 보이는 호텔이었습니다. 다음날 신랑,신부가 서로 맞선을 보았는데, 국제결혼이라는게 이거 참...만남이 정말로 초스피드로 이뤄지더군요. 맞선 후 서로 맘에 드냐고 물어보고, "그렇다" 하면 "결혼할 의향 있는가?"에 "오케이" 사인하면 바로 결혼이 성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바로 다음날 결혼식 사진 찍고 피로연 하고 오후엔 처가 방문을 했습니다. 현지 교통사정은 좋지 않았고 오토바이와 톡톡이란 택시 등이 뒤엉켜 어수선 했습니다. 물론 업체에서 렌터카로 캄보디아 관광지로 다 태어다 주었기 때문에 편한 여행길이 될 수 있었습니다. 10월임에도 한국의 8월보다 더 더운 무더위는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신혼여행은 까엡(KEP)이란 해변으로 갔고, 중간에 어시장을 방문해 캄보디아 꽃게요리를 비롯한 해산물 요리를 맛 볼 수 있었습니다. 닭요리는 한국인인 제가 먹기에도 맛이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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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간 누님은 캄보디아 음식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는데, 저는 그냥 주는데로 맛있다며 막 먹었습니다. 너무 잘 받아 먹다보니 소화제까지 챙겨 주더군요. ㅎㅎ 물론 귀국 하루전엔 한국음식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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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그 짧은 기간 만남에서 사랑의 감정이란게 싹틀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캄보디아를 방문하기 전부터 캄보디아 관련 책을 사서 읽고 캄보디아 자료를 찾아 읽는과정에서 이런 국제결혼에 대해 의구심이 점점 많이 누적되었고 내내 불안했던게 사실입니다.

어라?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남녀간의 감정이란게 참 묘한 것이었습니다. 이건 뭐 콩깍지 같은게 씌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내와 불과 5박 6일간의 만남이었지만, 저에게 남은 인상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스물 한살 때묻지 않은 야생화 같다고 해야 할까요? 아내의 말투와 행동 모두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한국말은 안통하지만 통역이 대동해서 의사소통엔 별 문제가 없었고, 또 저희끼리 호텔방에 있을 때는 영어와 바디랭귀지 모두 동원해서 소통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선 아내와 카톡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글로 하다보니 말이 하나도 안통해 이것 처럼 답답한 것도 없었습니다. 현지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와이파이는 뚝뚝 끊어지고 그러다 보다 대화란게 도저히 될 수 없었습니다. 번역기를 돌리기도 하고, 제대로 번역이 안되면 번역업체에 의뢰해서 돈주고 번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인끼리 대화가 안되고 답답하니, 처음 만났을 때의 신선함이 차츰 뇌리에서 사라지고 애정도 차츰 식어가더군요. 그러다 7개월 후 아내를 만나러 캄보디아를 다시 방문했는데, 그 때 아내는 멋부리느라 다이어트도 하고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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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방문에서 서툰 한국어로 아내가 써준 편지]

그 때부터 '아 국제결혼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부터는 아내의 한국어 실력도 일취월장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카톡의 페이스톡으로 거의 매일 대화를 나누는 연인사이가 되었습니다. 국제결혼은 '결혼 먼저 하고 연애를 하는 식'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뒤로도 아내가 한국에 오기 까지 2번 더 캄보디아를 방문하게 되었고, 정말 긴 시간동안 아내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아내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6개월만에 한국어 시험에 합격했지만(주:한국어시험에 합격해야 비자가 나옴), 캄보디아 외교부 사정상, 또 제가 중간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저희는 무려 17개월이라는 아주 긴 기다림 끝에 해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한국에 온 후에 아내를 처음 본 한국인(주변 지인)들은 아내의 정확한 한국어 발음과 한국식 예의범절(매너)를 잘 알고 있는 아내를 보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곤 했습니다. (물론 단어와 문법은 부정확한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아내의 예쁜 외모와 웃는 인상 때문에 특히 아주머니들이 많이 좋아하더군요.

아내는 가령 금전적 문제의 경우 제가 설명하면 잘 알아듣고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수긍해 주기에 남편인 저로선 항상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장을 볼 때에도 너무 비싼 것은 피하고, 항상 2만원 안쪽에서 삽니다. 아내는 캄보디아에서 TAKEO 출신으로 5남매중 넷째이며 가족간의 유대가 좋습니다. 불교문화권인 캄보디아의 전통 예의범절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애교가 많고 착한 아내, 며느리이기에, 시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십니다.

보통 캄보디아 시골 여성들을 가리켜 "순수함"이라 말하곤 합니다. 페이스북 등에서는 시골에서 미역 감고 물고기 잡고 하는 영상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가 시골 생활에서 느꼈던 그런 '순수함'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꽤 긴 시간 아내와 함께 하면서 느낀 점 역시 "순수함"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이건 외모나 우리 문화의 잣대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현재, 저희 부부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두줄 요약 : 국제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이었지만, 직접 해보니 좋았다. 국제결혼도 결혼이며 과거 한국에도 맞선후 바로 결혼식 올렸지만 잘 살았듯이, 국제결혼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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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축하드리고 싶네요ㅎ
저도 캄보디아 여행갔을 때 사람들이 참 순수하단 인상을 받았어요. 문화적으로도 우리와 비슷한게 많다고 하더라고요ㅎ 같은 한국사람끼리 결혼해도 안맞아서 마니 싸우는데 자기 방식대로 살아온 두 남녀가 맞추며 사는게 얼마나 다르겠어요. 서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는것 같아요^^~
두 분 넘 보기 좋네요ㅎ 난중에 애기 낳으면 애기 사진도 올려주세요. 행복하세요^^~

동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두 10년전에 국제결혼 했는데 공감합니다 서로 많은 희생이 따르는데 지켜내면 보람이 있습니다 화이팅!

감사합니다. 팔로우 했어요.

서로 이해하며 항상 작은 것도 신경 써주며 살아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갑습니다. ^^ 저도 국제결혼을 했고 결혼한지는 5년됬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국제결혼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사람에 그리고 결혼 그 자체에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

공감합니다.

아름다우십니다^0^👍👍👍
아이 너무너무 이뽀요^^
늘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팔로우 했어요..

마음이 통하면 언어는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결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