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억 속의 그 사람들을 불러내 봅니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기억 속의 그 사람들....
1.GH
고향동네 과수원집 아들.
나보다 한 살 어렸지만, 6세에서 7세 무렵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자주 티격태격 싸우고, 그러다가 같이 놀고 그랬음.
한 살 어렸지만 같은 해에 학교에 입학했음.
버스가 자주 없던 시골 동네라서, 동네에서 약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학교를 걸어 다녔음.
하교길의 군것질은 초딩들의 행복 그 자체.
그러나 우리 집은 매우 가난하여 나는 군것질할 돈이 없는데 비해, GH는 용돈이 넉넉했음.
그래봤자 100원이나 200원이었지만 80년대 중반에 100원이면 초딩에겐 작은 돈은 아니었음.
GH와 같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도 GH는 과자를 사서 먹었는데 치사하게 한 개를 안 주는 것임.
나는 GH야, 나 한 개만 주라. 하고 자존심따위 개미한테나 줘버리고 과자를 구걸함.
GH 과자 봉다리 입구를 틀어쥐고는 안 줌. 다시 구걸함. 안 줌. 다시 구걸함.
GH는 내가 계속 구걸하자 봉다리를 열더니 딱 한 개를 주며
"빨아 먹어."
치사한 ㅅㄲ, 하지만 난 자존심따위 개미한테 줘버렸으니까
"응"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길이의 바삭달콤했던 그 과자를 참 맛있게 먹었다.
GH는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안겨 주고 그로부터 일년쯤 후, 하교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떠났다.
GH야, 너 거기서 잘 지내는 거지? 그 과자..... 정말 맛있었어.
- HS
중딩 때, 옆반 아이
지적인 부분이 살짝 부족했던, 그러나 누구보다 자존감 높고, 자신을 사랑하며, 사랑을 많이 받고 싶어했던 HS.
아침 청소시간(당근이 다니던 학교에선 아침에도 청소를 시켰다.)
HS가 청소당번이라 건물 앞동과 뒷동을 연결하는 통로의 계단을 열심히 쓸고 있었음.
학생주임 선생님이 학생들 단속하러 뒷동으로 올라오는 걸 HS가 보지 못하고, 하던대로 씩씩하게 비질을 하는 바람에 모래와 흙과 먼지 등등이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날아갔음.
학생주임 선생님은 몹시 화가 났으나.....
그 아이가 그냥 보기에도 조금 부족해 보여서 화를 안 내기로 작정은 하였으나......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았는지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숙이요."
"뭐라고?!"
"....숙이요."
"뭐라고? 뭔 숙이라고?!"
그리하여 HS는 그날부터..........뭔숙이, 먼숙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뒷동의 여중을 졸업하고, 앞동의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 먼숙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HS야, 잘 지내니??
고등학교 졸업식도 하기 전에 동네 농공단지 빵공장에 취업했지?
멋진 남자랑 결혼도 했다고 들었어.
아가도 낳고 잘 살고 있는 거지?
- 아부지
울아부니는 KBS만 보심.
MBC 시청 기간은 일생을 두고 '여명의 눈동자' 하던 때, 여명의 눈동자 방영시간 뿐이었음.
그러나 아부지 빼고 나머지 가족들은 다른 채널도 돌려보고 싶었음. 간절히....
그땐 방송 채널이 KBS1, KBS2, MBC , EBS 밖에 없었음.
토요일 오후 시간에는 재미있는 프로그램들 재방송을 많이 했음.
아부지, 엄마, 나 이렇게 셋이 이불 속에 들어가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역시 재미따위 오지게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런 프로를 보고 있었음.
왜냐면 아부지는 우리집의 절대 권력자이므로, 채널 선택권은 아부지가 갖고 계셨음.
그런데 아부지가 코를 골기 시작하심. 오예~!!!
엄마가 내 옆구리를 찌르심.
"딴 데 틀어봐~."
나는 속으로 환호하며 살살 걸어가 채널을 돌리려고 하는데......(리모컨 아니고 손으로 돌리는 옛날옛날 텔레비전)
아부지 : "케베쓰 틀어놔."
엄마 : "당신은 보지도 않으면서~!"
아부지 : "자면서도 다 들어."
그리하여, 그날도 당근이는 KBS만 째려보았다고 한다.
아부지.... 잘 쉬고 계시지요? 올 겨울은 유난히 춥네요....
보고싶어요...아부지..................!!
지금은 만나기 힘든 사람들..........
하지만, 제 기억 속에선 생생하게 남아 있네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흔적이 나에게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요.
희한하게도.... 저에게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나쁜 것보단 아름답고 좋은 기억이 많아요.
어디선가,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죠.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나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이기를 바라 봅니다.
*사랑이 넘치는 스티밋!
**보팅은 맞보팅으로 갚아 드립니다.^^
저희 부모님도 KBS 뉴스만 보세요 ㅎㅎ
(GH 는 순간 503 이 떠올랐;;;;)
주말 잘 보내세요~~ ^^
감사합니다. 매번 제 글 읽어주시고 보팅도 해 주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carrot96님 글에서 처럼
어디선가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죠
웃음이 나면서 따뜻한 기억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주말 잘 보내세요^^
순간순간들은 스쳐지나가지만 추억은 오래토록 남는군요.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 잘 보고갑니다
사진처럼 그 때의 장면이 통째로 기억에 저장되어 있답니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좋은 기억 만드는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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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또다시 찾아온 불금!! 힘내세요!!곧 주말이에요!
감사합니다..^^주말 잘 보내세요~!!
잘읽고가요
첫글의 아이얘길 읽으며 어우 치사해ㅡ하다가
마지막줄보고는 ㅠㅠ슬퍼졌네요
그땐 그렇게 치사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해되더라고요...
자기 것을 나눠준다는 것이 아이한테는 어른들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아이입장에서는 생각안해봤네요
하긴 저도 어릴땐 누군가와 내껄 나눈다는게 좀처럼 안되더군요 반성되네요
갑자기 아부지 흑 놀랐지만 수긍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놀라셨는지요...?ㅎㅎ
읽어 주셔서 넘나 감사합니다.^^
"자면서도 다 들어." 저 얘기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벌써 오래전이네요^^
예나 지금이나.... 텔레비전 채널 결정권과 집안에서 권력 서열은 정확히 일치하는 것 같아요...하하 저희 집에선 제가 갖고 있는데.....ㅎㅎㅎㅎ
아부지.... 잘 쉬고 계시지요? 올 겨울은 유난히 춥네요....
보고싶어요...아부지..................!!
눈물이 나오네요. 울 아부지 생각에.....잔잔한 글, 잘 보았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모두 아빠라고 불렀는데, 저희 집에선 아부지라고 아부지를 불렀어요..ㅎㅎ
가끔 꿈에 찾아오시는데.... 말씀은 없으시네요...
아부지... 로또 번호 좀 알려 주세요...아부지....
우리는 어쩌면 그 생생한 추억으로 더 힘내서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잘 읽었어요
옛날 어른들은 주무시면서도 다알지요 ㅎㅎ
ㅎㅎ 그런 거 보면 어른들이 아이 같아요. 졸면서도 자기 손에 쥔 장난감 안 놓으려고 하는 아이.... 다 큰 어른도 아이였던 적이 있어서 그렇겠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다가 여명의눈동자에서 너무공감갔어요. 그시간대엔 다른드라마도 볼수가없었죠 저도ㅠ
네 정말 대단했죠.. 그 ost도 넘 좋았고... 마지막회에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잖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슴 뭉클한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랑 비슷한 연배인가봐여
읽는 내내 뭉클하고, 즐거웠습니다.
ㅎㅎ놀러 와서 글 읽고 갑니다~~ 제 보팅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보팅 마구 눌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