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는 아이로서 읽을 때와 어른이 되어서 읽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들 하죠?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조금 색다르네요. 저는 이 책(혹은 영화)을 이런 식으로 느낄 것이라고 상상한 적이 없는데, 한 번 다르게 생각해보니 끝도 없이 생각이 퍼지더군요. 그 주인공은 모두들 익숙하실 <해리포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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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책
해리포터는 7편으로, 판타지 시리즈란 걸 감안해도 굉장히 긴 편이었습니다. 한 편당 호그와트에서의 두 학기를 다루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들도 나이를 먹고, 맞닥뜨리는 위험이나 사건도 점점 규모가 커졌죠. 간과하기 쉬운 것은, 소설 상에서 주인공이 나이를 먹으면서 독자들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입니다.
해리포터가 어린 시절 겪은 부모의 죽음과 같은 사건들은 굉장히 큰 사건이긴하지만, 소설 초반부에는 이런 점이 잘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비밀의 방까지만 해도 소설이나 영화나 아이들도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3편 아즈카반의 죄수부터 소설의 분위기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6편인 혼혈왕자는 이야기의 우울함의 절정을 찍어버렸죠. 시리즈가 출간될 때마다 읽어서 저는 그 변화를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분명 같은 시리즈인데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소설 내적으로는 해리포터가 성장하고, 볼드모트가 부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지만 외적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해리포터를 1권부터 읽기 시작한 독자층이 주인공 해리만큼이나 나이를 먹어가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좋게만 끝나진 않는 현실에 지쳐가면서 동화에 코웃음치기 시작하잖아요? 해리포터는 소설 외적으로 보면 이런 변화를 정말 잘 보여줍니다. 해리와 친구들도 성장통을 겪으면서 성숙해지고, 그 와중에 비극이 일어나면서 더 강해지기도 하는 그런 모습들이요. 해리포터가 이렇게 두터운 팬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해리포터가 성장하고 소설 또한 그 성장에 맞는 스토리를 보여주며 독자들이 마치 옆에서 같이 크는 친구처럼 소설을 여길 수 있게 했기에 그랬다고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
겉으론 해리포터 vs 볼드모트라는 매우 이분법적인 선악구도이지만, 그 안을 잘 살펴보면 선에 속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악인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아니었던 인물이 군데군데 들어있기도 합니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두 명 있는데, 해리의 아버지 제임스 포터와 스네이프 교수죠(그린델왈드와 협력하려고 했던 덤블도어도 어떻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사실 마지막 편을 자세히는 읽지 못한 관계로 제외하겠습니다).
제임스 포터는 모두가 칭송하는 사람입니다. 볼드모트 세력과의 전쟁에서도 가장 앞에서 싸운 사람 중 한 명이고, 주변 모든 사람에게 찬양 받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5편 불사조 기사단에서 해리는 아버지가 학창 시절 스네이프 교수를 집단으로 공격하는 걸 보게 됩니다. 자기가 말포이 패거리한테 당한 것도 있으니, 그 배신감이 더 컸겠죠? 그렇게 칭송받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 자체로 꽤나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죠. 그런 아버지와 같이 다닌 시리우스, 루핀도 얽힌 것은 덤이었고요. 어쩌면 그냥 지나가는 설정 중 하나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인물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그려 강한 충격을 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스네이프 교수가 있습니다. 시리즈 내내 비호감이다가 6편에서는 끝내 해리포터가 가장 아끼는 사람 중 한 명을 죽이고 도주하는. 그러다 마지막 편에서 그 모든 게 해리포터를(정확히는 해리포터의 죽은 어머니를) 위해서였다는. 스네이프는 분명 선인은 아니고, 사실 누가 봐도 비호감일 수밖에 없는 인물이긴하지만 결국 해리포터가 세계를 구하는데 가장 일조한 인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책에서 내내 조롱의 대상인 슬리데린의 명예가 마지막에 가서 회복되기도 하죠. 가장 정의로운 줄 알았던 사람에게도 아니었던 과거가 있고, 가장 악인인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가장 큰 도움을 준다는 반전은 이 소설의 인물들에 입체감을 부여했고, 그 덕분에 해리포터가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스토리를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었다고 보입니다.
마법사 사회가 머글과 같은 점
어쩌면 위의 모든 것이 갖춰졌어도 이게 없었으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리포터는 마법사 세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 마법사 세계를 보면 머글 세계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보입니다. 중간에는 오히려 후퇴하기도 하죠.
이걸 가장 잘 드러내는 화가 4편 불의 잔과 5편 불사조 기사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4편에서는 언론이, 5편에서는 정부가 대차게 까입니다. ‘리타 스키터’라는 인물과 ‘코넬리우스 퍼지’, ‘돌로레스 엄브릿지’라는 인물을 통해서요. 리타 스키터는 사실을 교묘히 왜곡하고, 가십거리를 만들고,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불량 언론인이고, 퍼지는 모든 증거가 명명백백함에도 자기 권력에 대한 욕심과 안정에 대한 집착으로 볼드모트가 부활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어쩌면 그냥 현실을 부정하려고 하죠. 그리고 그런 불안감의 일환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미움 받는 캐릭터 중 하나인 돌로레스 엄브릿지를 학교에 파견하고, 그녀는 그 때부터 끊임없이 권력을 남용합니다. 이런 일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이것과 별개로, 호그와트의 기숙사 중 ‘슬리데린’이 보여주는 특권 의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들은 어째 하나같이 ‘순수혈통’으로서의 우월의식을 과시하고, 인간 출신은 ‘Mudblood'라고 부르며 경멸하죠. 이것도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인종에 대한 차별, 계층에 대한 차별 모두가 <해리포터> 안에 나타납니다. 다만, 해리포터에선 인종이나 국가, 출신에 대한 차별이 세계관에 맞춰 변형되어 나타날 뿐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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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는 저와 함께 자라온 책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채널 CGV에서 해리포터 릴레이를 하고 있어 보게 된 <비밀의 방>이 이런 잡념으로 마무리될 줄은 몰랐네요. 만일 집에 굴러다니는 책이나 DVD가 있다면, 다시 한 번 보셔도 재미있으실 겁니다!
해리포터~~너무나팬이에요
팬일만하죠 ㅎㅎ USJ도 갔다오신 것 같은데 저도 그곳 해리포터가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맞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리포터가 참 현실세계를 절묘하게 잘 반영해낸 것 같습니다. 그게 판타지로 녹아들어가니까 신비감도 한 층 더 생기구요. 시간이 난다면 어릴때 이후로 못봤던 해리포터를 복습해보고 싶네요.
한 번 해보시면 정말 재밌으실 거에요!! 저도 오랜만에 복습했는데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ㅎㅎ
전 그래서 마냥 아름답게만 그리는 동화는 딱 질색인데
동화임에도 불구 세계관을 치밀하게 짜 주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해리포터의 세계관은 치밀하기도 하고, 제 생각엔 확실히 어두운 면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애들 동환 싫어하시는 분들도 끌어들인 걸 보면요 ㅎㅎ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열광했죠. 둘 다 영화로만 만났는데, 영화로서는 반지의 제왕이 압도적이었고요.. 언젠가 아이들이 해리포터를 읽어 낼 정도로 자라면 같이 한 번 읽어봐야겠씁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앗, 보팅도.... 꾹.....ㅎㅎ
영화는 확실히 반지의제왕을 이기긴 역부족이긴했죠 ㅋㅋ 아무래도 전연령층을 염두하고 조금 아동틱한분위기를 살리려해서 그리 된 것 같습니다.보팅 감사드려요! 언제나 보팅할만한 글로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즐거운 스티밋!!!
반가워라~ 여기에 또 한 분의 해폿 덕후 머글님이 계셨군요~! 아님 혹시 마법사님이신가?^^ 봇/팔/리 삼종세트 날려드려요~ 마법사들과 해리포터 덕후 머글님들을 위한 연재도 곧 시작되니 시간되시면 저희 집에도 놀러오세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해리포터 연재물이면 안 찾아뵐수가 없죠 ㅋㅋ 꼭 찾아뵐게요!!!
에공... 미약하나마 나름 풀보팅을 하는데 계속 에러가... 좀있다 다시 할 게요~ ㅠㅠ 자주 뵙겠습니다~^^
앗, 님의 글을 보고 깨달았어요.
제가 7권을 아직 안읽었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