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가 높아야만 좋은 영화다’는 틀린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영화들은 전체적인 완성도는 조금 떨어져도 관객을 잡아끄는 자신만의 매력으로 수작, 가끔은 불후의 명작이 되기도 하거든요. 오늘 소개드릴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예쁜 색감과 그 색감을 뛰어넘게 아름다운 배우가 함께하는 영화, <뷰티인사이드>입니다.
Color ★★★★★
이 영화를 논함에 있어 색감을 논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만큼 영화의 색이 예쁩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이 색감을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하는 것이 억울할 정도로 영화 한 편이 은은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져 있어요.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초반부의 가구 공장과 마지막 체코 프라하의 풍경입니다. 가구공장에서는 쌓아올려진 가구들의 파스텔톤 색감, 배경조명의 약간 강렬한 색감, 그리고 그 와중에 존재만으로 하나의 색이 되는 듯한(...) 두 인물의 조화가 정말 멋진 화면을 만듭니다. 체코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프라하의 화려한 야경이 아닌, 살짝 안개가 낀 듯 흐린 낮의 배경을 사용함으로써 ‘차분한’ 느낌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좋은 전개를 보여주고요.
참고로 감독인 백종열 씨는 꽤 오랜 기간 CF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신 분입니다(개인적으로는 SK 이노베이션 예전 광고였던 ‘ASK'가 기억에 남네요). 그 경력과 특기를 이번 영화에 쏟아부으신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영화의 화면은 감각적이고 예쁩니다. 이건 제가 백날 설명해봐도, 단 두 시간 보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색감 좋은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혹은 예쁜 화면을 연출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보셔야 합니다. 꼭이요.
갑자기 묻고 싶네요. 스팀잇 멤버 여러분이 <뷰티인사이드>에서 가장 좋아하신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Acting ★★★★★
들어가기 전 말씀드리자면, 전 한효주 배우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항목은 객관성이 다소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특이하게도 여자주인공 한 명에 남자주인공 21명(!)으로 진행되는 영화죠. 여자주인공은 한효주, 남자주인공은 박서준, 이현우, 이진욱, 유연석 등이 나옵니다. 남자주인공의 모습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극이 정신없어지지 않으려면 한효주의 역할이 굉장히 큰데, 다행스럽게도 한효주는 역할을 정말 완벽하게 해냅니다.
사실 극중에서 한효주가 분한 ‘이수’가 그 자체로 봤을 때 매력적인 캐릭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자 캐릭터 중에 개성 있고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굉장히 많거든요(당장 한효주가 분한 캐릭터 중에서도 <감시자들>, <오직 그대만> 등등 생각나는 인물이 많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이수의 포지션은 굉장히 견고하고, 영화 마지막까지 그 힘을 잃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는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효주라는 배우가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란 점을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외모와 연기력을 떠나서, 그 배우 자체가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좋은 배우들은 너무나 많지만, 이 영화의 ‘이수’ 역에 한효주가 아닌 다른 배우가 들어와 있는 것은 상상하기 힘드네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다 제 주관까지 들어있어 공감이 안 가실수도 있겠습니다만, 한효주가 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잘 해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이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대단합니다(한효주의 외모 때문에 영화의 비주얼이 한층 더 살아나는 건 덤이고요).
남배우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서준이 본격적으로 뜨기 전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그 외에도 이진욱 등 많은 배우가 나옵니다. 심지어 남배우는 아니지만, 우에노 주리와 천우희, 박신혜까지 남주인공 역할로 나옵니다! 모두들 등장 씬이 지독히 짧아 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분은 없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남배우가 이동휘였는데, 얼마 후 <응답하라 1988>에서 대박을 터뜨리더군요. 내심 저런 배우를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알았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Story ★★★
도입부에 ‘완성도’ 얘기를 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를 얘기할 때 스토리를 빼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스토리가 단순한데도 완성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알고 보니 단순한 것이 아니거나, 단순한 이유가 있거나.
그런 의미에서 보면, <뷰티인사이드>는 애매합니다. 사실 스토리가 떨어진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매일 얼굴이 바뀐다는 세계관 자체도 꽤나 새롭고, 영화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살짝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1) 후반부의 살짝 질질 끄는 연출과 (2)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는 살짝 괴리되는 전개 때문입니다.
우선, 후반부 연출은 사실 주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금 줄여도 상관없겠다싶었지만, 저보다 감성적으로 발달하신 분들은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2)는 조금 치명적입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생각하셨을법한데, 메시지 자체는 ‘외모가 중요한가 그 사람 자체가 중요한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장면에서 나오는 배우들이 박서준, 이진욱입니다(......) 네, 저희가 ‘와 진짜 잘생겼다’라고 말하는 배우들이죠. 이런 소소한 연출들이 살짝 주제의식과는 거리가 있어요.
물론 그것이 남자 주인공의 자신감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에 영화 전체의 메시지와는 따로 봐야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다하더라도 그게 영화의 일관된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치명적인 오류 때문에, 영화 스토리에 대한 공감대가 현저히 낮아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스토리에서 점수를 다소 많이 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담으로, 세세하게 파고들어보면 설정에 구멍이 한두 개가 아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영화적인 요소로 넘길 수 있겠죠?
총평 ★★★★
깎은 이유: 후반부에 힘이 빠지는데다 주제의식과 괴리되는 스토리
깎은 별점을 상쇄하는 부분: 배우와 색감이 만드는 멋진 화면, 그리고 배우 그 자체
분명 이 영화는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잘 만들었다고 부르기 살짝 민망한 구석이 있습니다. 스토리도 깊이가 있는 편은 아니고, 후반부에 살짝 힘이 빠지는 느낌도 상당합니다.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잘 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도 살짝 의문이고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의 완성도와 영화의 매력은 다른 분야라고 전 생각합니다. 완성도가 좋으면 매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완성도가 안 좋으면 매력도 없다’가 나오진 않죠. 이 영화는 자신의 확실한 장기로 단점을 커버하는 영화라는 평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장기란 위에서 말씀드린 ‘색감’과 ‘배우’이고요.
저는 원래 한효주라는 배우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팬심의 절정을 찍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이수’라는 역할과 영화 전체를 받쳐주는 예쁜 비주얼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비주얼이 배우들 덕분에 더욱 빛나기도 했고요. 이 영화는 그런 영화입니다. 모두가 인정할 작품은 분명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너무 좋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는. 시간이 남으시고, 눈이 즐겁고 싶으시며,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가 자신의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하루 쯤은 시간을 내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줄평: 안에 담긴 모든 것이 예쁜, 제목값을 하는 영화
이 부분은 완전 공감하지만ㅋㅋㅋ 저는 그냥 개취에 맞춘 로맨스소설 읽는다 생각하고ㅋㅋㅋ
매번 즐겁게 즐기고있어욥ㅎㅎ 한효주씨가 너무 예쁘게나옴ㅠㅠ 여자가봐도 매력 쩔어요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맞아요 제가 팬이라서가 아니라 역시 한효주씨가 예쁘게 나온게 맞았군요! ㅋㅋㅋㅋ
저도 보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려는 영화인데, 왜 주요장면마다 저렇게 잘생긴 배우들이 나오는 걸까 생각했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한효주는 원래 좋아하는 여배우이고,
천우희도 엄청 좋아합니다@choiish님 처럼 재밌게 보진 않았지만 ㅋㅋ 그냥 아름다운 판타지영화로 기억에 남는거 같아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역시 한효주는 인기가 많군요! 물론 천우희도 멋진 배우고요 ㅎㅎ 전 색감 좋은 영화를 좋아해서 이 영화가 기억에 확 남았네요 ㅋㅋ 스토리에 관한건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충분히 객관적인 수작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ㅋㅋ
^^ 즐거운 스티밋!!!
항상 감사드립니다. 다음엔 더 멋진 게시물로 돌아올게요~
얼마전 품앗이 기억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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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
멋져요
보팅도 합니다
어쩌다가 극장서 본 건데
그냥 매우 편하게 보았던 거 같네요 ㅎㄹ
그럼 연기 잘 했다는거죠?? (영화알못)
물론이죠 ㅎㅎ 이 영화에서 연기 못한 배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색감이 참 예쁜 영화이지요 : )
이 영화는 색감으로 시작해서 색감으로 끝나는 영화인 것 같아요 ㅎㅎ
원래 로맨스 영화는 극장가서 잘 안보는데 왜인지 끌리는 포스터 덕분에 가서 봤던 기억이 나요. 본지 워낙 오래돼서 가물가물 하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하면 단연 이진욱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이었지요...!ㅎㅎ 저도 보고 나서 영화의 주제의식과 반하는 감상평을 떠올려서 영화의 완성도엔 약간 의문이 들었었는데 보신 분들 대부분이 느끼셨나봐요ㅎㅎ
이진욱 배우가 정말 헉소리나게 잘생기긴 했죠 ㅎㅎ 주제의식과의 괴리는 정말 피할 수 없는 약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아쉽죠 ㅠㅠ 조그마한 결점만 고쳤으면 정말 기억에 남는 수작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