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한 걸음씩

in #kr-newbi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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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일에 치여서 산행과 운동을 미루어 두었습니다. 그러다 어제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400미터 운동장을 뛰었더니, 왠걸 한 바퀴 전속 질주하고 나니, 힘이 부치는 군요. 천천히 몸의 군더더기를 빼줘 몸을 가볍게 해야 하는데, 과욕이었다 싶어 좀 쉬었습니다. 그리곤 좀 천천히 두 바퀴를 돌고, 다시 100미터 전속 질주.

400미터를 뛸 때, 중간쯤 돌 때, 출발선을 보니, 아! 그 아득함과 고독, 외로움이 망망대해같았습니다. 저기까지 세 번을 어떻게 도냐? 아이고!

이런 상념이 스쳤습니다.

한 번에 할 걸음씩!

어떤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커먼 구름으로 뒤덮여 더욱 어두운 깊은 밤 깊은 산. 두 사나이가 길없이 길을 헤쳐 나갑니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대고 번개까지 칩니다. 한 사나이는 번개의 밝음을 쫓아서 가고, 다른 사나이는 번갯불에 간간이 비치는 자기 앞의 길없는 길을 조금씩 헤쳐 나갑니다. 번개의 밝음을 따르던 사나이는 끝내 벼랑에 떨어져 죽고, 번개를 자기가 가는 길 앞에 비춤으로써 간 사나이는 결국 집에 도달합니다.

욕망은 모방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친구들이나 타인들, 정보들이 그렇습니다.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제겐 없던 욕망이 생겨나곤 합니다. 그리고 열등감, 선망 등이 생겨나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아님에도 욕망은 쉴새없이 번성합니다. 그 가볍고 끈질긴 다수의 욕망들을 죽이고 내가 꿈꾼 욕망 하나만을 지켜내는 건 번개의 밝음에 현혹되지 않고, 오히려 번개의 밝음으로 내 길없는 길을 비쳐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번개의 밝음에 취하고 번개의 밝음이라는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여 나를 잃지 말라고 하네요. 그것도 한 번에 한 걸음만 허용되는 걸 말해주는 인간의 몸은 성실과 부지런함과 사소한 한 걸음을 극진하게 대할 것을 가르쳐 주네요.

나의 소박한 욕망을 꿈꾸며 길없는 길을 한 번에 한 걸음씩 가다보면 번개의 밝음을 가진 타인의 길과도 언젠가는 마주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주침은 내 길과 타인의 길이 교차하는 것입니다. 그곳에선 길의 어울림이 있고, 길의 대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길을 모방만 한다면 언제나 타인이 정해 놓은 길에 내 몸을 구겨 넣은 채 다닐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곳에선 길들의 어울림이나 길들의 대화는 꿈꿀 수도 없습니다. 선망과 부러움과 열등감만이 있을 뿐이고 그 속에서 만나는 자들은 겨우 얼마나 잘 모방했느냐를 놓고서 우스운 서열따지기만 번성할 겁니다.

이곳 스티밋 월드도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길을 걷는 것에 박수를 보내며 다양성과 풍요로움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