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수다 : 공룡의 생김새는 미스테리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저는 공룡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

키움출판사의 <어린이 공룡백과>를 쓸 때에도 공룡의 계통과 생김새에 대한 학계의 논의는 혼파망 수준이었지요. 이 책 나름 부모들한테서 꽤 인정받았는데(자랑 맞습니다), 저거 공부 진짜 열심히 해서 쓴 거거든요. 그런데 그때 공부한 내용과 지금 학계의 논의가 와 있는 지점의 하늘과 땅만한 격차를 보면, 절판된 현실이 아쉽지만 이 책은 잘 팔려도 절판되는 게 맞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공룡 = 초식공룡 + 육식공룡>이 아닙니다.

공룡이란 말은 생물학적 분류가 아니라 그저 아이들을 위한 표현으로만 남는 추세지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육식공룡은 초식공룡이 아니라 현생 조류와 한 식구로 묶입니다. 공룡계의 대스타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아래 이미지는 최근의 학문적 조류가 반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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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미지처럼 고생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를 새에 가깝게 만들다가, 최근에는 다시 전통적인 파충류의 모습을 반영하는 중입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릴 때는 새와 가까운 모습이었다가 성체가 되었을 때는 깃털이 빠졌을 거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업계(?)는 화석 하나가 발견되면 지난 연구성과가 와르르 무너지는 곳입니다. 한 학자의 수십년 노력이 화석 한 조각으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지요.

저는 생물학자들이 공룡의 계통을 어떻게 뜯어고칠지 대충 보인다고 생각했는데요. 최근 연구를 보니 이번에는 용반류와 조반류(음... 패스하겠지만 일단 그런 게 있습니다.)의 구분이 지각변동 수준으로 뒤집어질 수도 있을 모양입니다. 공룡은 나름 오래된 취미인데 통설이 변하는 속도가 이만저만해야 따라잡든지 할 텐데, 이거 손에서 놓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여기서는 공룡의 생김새에 관한 수다만 떨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공룡의 이미지를 복원하든, 상상도에 불과합니다. 실제의 모습과 상상도는 우리 예상보다 크게 다를 것입니다. 공룡 화석의 99.9%는 뼈 화석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2억년 후의 인류, 혹은 외계인이 코끼리 뼈 화석을 발굴했다고 해 보죠. 그들은 이 뼈를 가지고 코끼리를 복원해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코끼리의 길고 기괴하며 유능한 코는 상상해낼 수 없을 겁니다. 또한 포유류가 대체로 털에 뒤덮인 생물군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코끼리의 상상도에서 털을 그려넣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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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의 또다른 상상도>

공작새는 어떨까요. 공작 수컷의 화려한 꼬리텉을 누가 비슷하게라도 상상해서 그려넣겠습니까? 또한 한 종류의 사슴이라도 수컷은 덩치가 크고 화려한 뿔을 가진 데 반해 암컷은 작고 뿔도 없습니다. 오직 뼈만이 출토된다면 그들은 두 암수가 같은 종의 생물임을 유추해 낼 수 있을까요.

이건 어떤가요. 치와와와 시베리안 허스키의 뼈 화석만을 가지고 같은 종의 동물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허스키가 늑대보다 치와와에 가깝다는 추론은, 한 개체씩의 뼈 화석만으로는 도무지 불가능합니다. 뼈 화석만으로는 방울뱀의 독과 꼬리방울의 소리도, 카멜레온의 색 변신 능력과 기묘한 안구도 알 도리고 없습니다.

공룡 이미지 복원은 뼈에 살을 붙이고 피부의 색과 형태를 임의로 정하는 수준입니다. 뼈만 가지고는 앵무새의 색도, 독수리가 대머리라는 사실도 유추해 낼 방도가 없어요. 공룡은 녹색, 갈색의 파충류의 모습을 한 우리의 전통적인 관념보다 훨신 화려한 스타일을 가졌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식이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요. 종마다 천차만별일 것이고 암수가 다를 것이고, 어른과 새끼가 또 달랐을 테고요.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만약 DNA는 파괴된채로 병아리와 수탉이 살아있던 모습 그대로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면? 발견자들은 둘이 다른 생물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병아리가 조류의 새끼라는 것 까지는 알아도 어떤 종의 새끼인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물론 뼈만 나온다면 수탉의 벼슬은 알 수도 그릴 수도 없지요.

공룡 연구에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다른 종으로 알았던 화석이 알고 보니 하나는 성체, 하나는 청소년(?)임이 밝혀지는 경우가 있지요. 실제로 현재 공룡의 가짓수는 십 년 전에 비해 줄었습니다. 화석이 나온다고 자동적으로 새로운 종을 발견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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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새로운 화석 발견의 결과에 따라 상상한 벨로키랍토르(벨로시랩터. 주라기공원에서 애들 쫒는 그 랩터입니다.)의 이미지입니다. 이것만 해도 나름 전통적 관념을 지키려고 노력한 거지요. 아예 아래와 같은 상상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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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공룡백과를 썼던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최근의 연구를 반영한 새 같은 모습의 공룡을 아이들이 좋아할까? 그리는 사람이 신경만 쓴다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공룡에 열광했던 건 파충류를 좋아해서는 아니었거든요. 크고 기괴하고 무서웠기 때문에 좋아했습니다. 조류의 모습으로 그려도 그로테스크함을 유지한다면, 공룡은 여전히 아이들의 인기스타일 겁니다.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상상력이 발을 뻗을 자리가 더 넓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책임 못 질 그림을 마음 가는데로 그려댈 수도 없다고 하기에는...

공룡 이미지는 원래부터도 무책임하긴 했습니다. 누군가는 조심해서 그리고 누군가는 작심하고 확 지르겠지요. 앞으로 당분간은 공룡 일러스트 구경하는 재미 하나만큼은 쏠쏠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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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ㅏㅏㅏ.... 이건 거의 동심파괴 수준인데요??? 지금 까지 믿어왔던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 ㅠㅠ 나의 티라노사우르스는 저렇지 않아! 엉엉어엉 ㅠㅠ
그래도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약한 보팅파워지만.. 보팅하고 팔로우하고 가요~

아이들은 공룡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더군요. ㅎㅎ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이미 어릴 때부터 공룡모습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힌 상태에서 저런 새모습의 공룡을 첨봤을때는 충격이 었습니다 ㅎㅎ 그래도 이후 몇년이 지나서 이제는 좀 받아들일 준비는 된 듯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공룡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고대생물이 아닌 현실의 캐릭터가 되는것 같습니다

상상의 동물로서,
앞으로 더 다양한 공룡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상식과 편견이 파괴되는 유쾌한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재밌습니다! 재밌습니다!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는 상상도들이 널리 알려진 모습보다 저는 더 마음에 드네요. 알록달록 예쁩니다 :-D

이 때문에 영화 쥬라기공원 리부트 할 때 고민이 많았다지요 ㅋㅋ 최근 트렌드에서는 깃털을 달아야 하는데 그럼 영화의 캐릭터성이 죽는다고요. 결국 깃털은 안 붙이고 전통적인(?) 공룡을 선택했답니다. 요즘 공룡 모습 복원한 이미지 보면 알록달록해서 보는 재미가 좀 있는 거 같아요-

우와~ 공룡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많네요! 리스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