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순간, 에스페란티토들은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대부분 에스페란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나, 가끔 허를 찌르는 질문들이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자멘호프가 언어가 통일되면 사람들이 싸우게 될 일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 번역기 돌리면서 싸우고 있지 않나.’ 이런 질문을 받는 에스페란티토들은 여러가지 변론을 하고 싶은데 이 자체가 실제하는 현상이라서 무어라고 반박해도 속 시원하지는 않다. 그리고 애초에 반박할 필요도 없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에스페란티토나 에스페란토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펄쩍 뛰면서 나한테 항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언어가 통일된다고 해서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당장 같은 한국어권 사용자끼리도 내부에서 계속 분열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만일 에스페란토 운동이 성공해서 그 위상을 영어급으로 만들어도, 평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자멘호프의 생각은 충분히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비판은 절반의 거짓을 밝힌 것일 뿐이다.
자멘호프라고 해서 이 사실을 몰랐을까? 이 에스페란토에 대한 비판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 어떤 시대라도 충분히 반박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주장한 것은 ‘일단 말이라도 통해야 서로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라는 일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족 문제라는 큰 관점이 아닌, 생활에 있어서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들을 해결하기 위해 말이 통해야 한다는 걸 그는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에스페란토는 민족 감정을 지워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삶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활기를 불러주는 역할은 한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라는 국제보조어를 쓰게 되면서 조금이라도 친밀하게 되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목적을 다한 것이다. 많은 선언들이 있지만, 에스페란토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일상에서의 작은 평화다. 진정 자멘호프 박사가 원하는 사회상을 만들려면 에스페란토라는 토양 아래 ‘통하는 가운데 일치하는 삶’을 이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관점에서 싸움을 어떤 투쟁으로 보면 자멘호프 박사의 말이 옳다고 볼 수도 있다. 몇몇 강대국의 언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가운데, 세상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그것을 어느정도 강요 받는다. 어떤 경우에 강요를 넘어 아예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언어 자체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자멘호프 박사가 살던 시기에는 그것이 특히 심했다. 식민지를 만들었던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강요하고 괴롭혔다. 당장 조선만 하더라도, 일본어 강요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어와 그 문화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싸웠다.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립어나 국제보조어가 공용어로 지정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굳이 어떤 국가의 언어를 강요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걸 받아들여 자신들의 언어를 잃을 필요도 없다. 그냥 소통할 때 에스페란토라는 중립어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에스페란토가 또 다른 억압이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언어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다양한 지원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멘호프의 말이 가지는 절반의 진실이다.
나는 이런 절반의 진실을 가지고서, 에스페란토를 열렬하게 지지한다. 또한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행동한다. 자멘호프가 이상을 현실로 끌어들여 에스페란토라는 언어를 창안했다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에스페란티토들은 이 언어의 정신을 생활양식으로서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에스페란티토로서의 나의 신념이다.
흔치 않은 에스페란토 사용자를 여기서 보다니 반갑습니다. ^.^
네 ㅎㅎ 아직 초보입니다.
Mi duone eblis legi vian artikolon per la tradukilo de Google. Pro la traduko, mankis al mi kelkaj da la nuancoj de via teksto. Tamen mi komprenis la plejparton da via tekston. Mi dankas vin pro via bonega kaj pensema opin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