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동식물은 환경에 맞는 유전자를 번식하며 진화해왔다. 하지만 인지혁명을 겪은 호모 사피엔스는 달랐다. 아마도 인지혁명이란 본래의 신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추우면 털을 늘리는 쪽으로 진화하는 게 아니라 방한복을 만들어 입으면 된다. 1:1로 붙어 불리할 것 같으면 집단으로 행동하면 된다. 나는 이제 그들이 신체와 환경의 한계를 넘어서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인지혁명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랬기에 호모 사피엔스들은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럽, 중동 등을 거쳐 바다 건너 호주, 그리고 아메리카까지 이동한다. 그들에겐 환경의 제약이란 없었던 모양이다.
약 45,000년 전 그들은 호주에 건너간다. 어떻게 갔을까?
수렵채집인이, 아무리 섬들이 띄엄띄엄 있다 해도 어떻게 건너갔을까. 대단하다 정말. 그리고 약 16,000년 전 경에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자들은 걸어서 갔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시베리아 북동부와 알래스카 북서부가 육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호모 사피엔스들은 대부분의 지역을 클리어했다. 책 《사피엔스》에 의하면 '기원전 10,000년이 되자 인류는 미 대륙 최남단의 티에라델푸에고 제도에까지 정착했다'고 한다. 6,000년 만에 일이다. 본문을 인용해보자.
인류의 이런 진격전은 호모 사피엔스의 뛰어난 창의력과 적응력을 증언한다. 다른 동물은 이토록 극단적으로 다양한 서식지들에서 사실상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상태로 그토록 빨리 이주한 예가 전혀 없다. (p.113)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고 게다가 무척이나 부지런했던(?) 호모 사피엔스들. 그들은 유전자를 넘어섰다. 물론 유전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다른 동식물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내고 말았다. 단순한 '유레카~'수준이 아니었다. 이렇게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환경을 개척하며 살아남기 시작했다. 그것이 농업혁명으로 이어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