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친구들과 같이 잠자리도 잡고, 호박꽃 속에 숨어있는 풍뎅이도 많이 잡았다. 냇가에 가면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물고기를 잡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고둥이라도 보이면 흥분하며 따오기도 했다. 그뿐인가, 메뚜기나 방아깨비도 잡고 매미도 잡겠노라 매미채를 휘두르고.
딱히 먹을 것도 아닌데 어린 시절엔 그렇게 자연의 작은 생물들을 잡고 놀았다.
이모들의 채집 본능
몇 년 전 이모들과 함께 임진각에 간 적이 있다. 이모들은 알 수 없는(내 눈으론) 식물들을 꺾어 집에 가져가시겠다고 하는 거다.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에겐 여전히 수렵채집의 DNA가 흐르고 있는 듯하다. 어렸을 때의 나는 이유도 알 수 없이 작은 생물들을 잡았지만 그것은 수렵의 본능이 아니었을까.책 《사피엔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마음이 수렵채집인 시대의 것이라면, 우리의 부엌은 고대 농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