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관한 생각들 (1) - 나는 평화 헌법으로의 개헌을 꿈꾼다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이전 글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요새 저는 책을 하나 쓰고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에도 [날치기 국회사]라는 제목으로 국회에서 벌어진 각종 날치기 사건들을 살펴보는 책을 낸 바 있습니다만, 첫 책이 잘 팔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ㅠㅠ) 운 좋게 두 번째 책을 낼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요새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개헌에 관한 책인데요, 개헌과 관련하여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살펴보는 대중 교양서가 될 예정입니다. 4월 중에는 책이 나오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주구장창 책을 쓰다보니 원고 쓰기도 넘 괴롭고... 스티밋에도 신경을 못쓰는 일들이 발생하더군요. 아무래도 어느 정도 독자를 상정하고 글쓰기를 하는게 좋을 듯하여, 앞으로 원고의 초고...는 아니더라도 쓰고 있는 주제와 관련한 제 생각들을 좀 자유롭게 글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쓰다가 좀 좋은게 나오면 원고로 활용하기도 할 생각이구요 ㅋㅋㅋ

오늘은 헌법 개정과 관련하여, 한국도 일본처럼 전쟁과 군대를 포기하는, 평화헌법으로 개헌하자는 조금 과감한 주장을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기도 한데요.


잘 알려져 있듯이, 일본의 헌법은 '평화헌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헌법 9조의 존재 때문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국 헌법 제9조
(1)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며,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은 보유하지 아니한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아니한다.


 1946년 11월 3일 공포된 일본국 헌법은 당시 일본을 점령 중이던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의 영향 아래 만들어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었던 일본이 침략전쟁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GHQ의 의지로 일본국 헌법에 전쟁과 군비의 포기를 명시한 조항이 삽입된 것입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때 GHQ 총사령관이었던 사람이 바로 인천상륙작전으로도 잘 알려진 더글러스 맥아더입니다. 그래서 일본 헌법에는 '맥아더 헌법' 이라는 별명이 있기도 하죠. 사실 이런 헌법 내용에 대해서 일본의 우익들이 굉장히 반발했지만, 전쟁에 지친 일본 국민들 대다수가 이 '평화헌법'에 찬성했습니다.  그 후로 70여년이 지난 오늘 날까지 일본이 공식적으로 '군대'가 아닌 '자위대'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평화헌법의 존재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개헌을 통한 일본의 '정상국가화'를 주장하는 움직임 역시 적지 않습니다. 군사력을 포기한 국가가 어떻게 제대로된 주권 국가일 수 있느냐는 것이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입니다. 특히 2012년 아베 신조 총리의 재집권 이후로 일본의 개헌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정권은 집권 기간 동안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헌법 개정 요건을 완화하고 2015년에는 이른바 '해석 개헌'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등 개헌을 위한 행보를 더욱 빠르게 걷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베 정권의 개헌 행보에 대해 침략전쟁의 피해자였던 아시아 여러 국가들은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제강점기 시기의 과거사 문제들이나 독도 문제의 연장선 상에서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이러한 걱정의 목소리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습니다. 매년 헌법기념일 마다 헌법아베의 개헌 움직임을 막아내고, 평화헌법을 지켜야한다는 일본 시민들이 대규모 거리집회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해 일본 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찾아보니 예전에 한국에서도 고건,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미롯하여 각계 사회 원로 50여 명이 이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더라구요.

관련 기사입니다.  “일본 평화헌법 9조를 노벨평화상 후보로”…국내 서명운동 돌입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의 개헌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과연 유효한 전략일지 한번 고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웃나라들이 평화헌법을 치켜세우고, 개헌을 주도하는 일본의 우익 세력을 규탄하는 것 만으로 과연 정말로 일본의 재무장을 막아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앞서 이야기했듯, 헌법 개정을 주도하는 우익들의 논리는 일본은 주권국가로서 교전권과 군대를 포기한 반쪽짜리 국가에 불과하며, 헌법 9조는 전후 미국에 의해 강요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굳이 정치적으로 극우파가 아니더라도, 일본이 '정상국가'가 아니라는 강변은 평범한 일본인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한 논리일 수 있습니다. "너희 나라는 전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전쟁을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쟁이 끝난지 70년이 넘은 오늘 날의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당장 이웃나라인 한국이 60만 명이 넘는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_-;;

 저는 정말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일본의 개헌을 막기 위한 노력 뿐만이 아니라, 이웃나라인 한국부터 평화헌법을 제정함으로써 동아시아의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개헌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한국도 일본처럼 개정 헌법에 전쟁 포기를 명시하는게 바로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맞추어 현재의 한국군을 자위대와 같은 명칭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구요.

 사실 우리 헌법도 제5조에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며, 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그 사명으로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군은 침략전쟁을 그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방위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국제법 상으로(UN헌장 51) 무력 행사의 권리는 크게 개별적 자위권( right of individual Self-defense) 과 집단적 자위권(Right of Collective Self-defense)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개별적 자위권이란, 국가가 자신의 나라를 방위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적국이 나라를 침범하는 것에 한해, 이를 막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일본의 자위대 역시 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위'대인 것이죠. 이러한 개별적 자위권의 행사는 침략전쟁을 부인하지만, 국토방위를 목적으로 군을 두고 있는 현행 한국 헌법과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바로 일본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입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이 공격 받지 않더라도 자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동맹국 등 관련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공동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의거하여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제약이 걸려있기 때문에, 그동안 다국적군이나 UN평화유지군에 파병 요청을 받을 때도 전투병력의 해외파병이 금지해 왔습니다. 2015년에 이르러서야, 아베 정권의 주도로 안보관계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 헌법은 제5조를 통해 국군의 활동 범위를 국토방위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별적 자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죠. 문제는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문구입니다. 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포함되느냐가 관건일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한듯 합니다만....  2004년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논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문을 참고했을 때 파병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으로 주어진 정치 행위의 일환이며,  파병이 국가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역시 사법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라는 것을 보면 국가안보의 범위에 파병 역시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하는 것 같습니다. 현행 헌법은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것이죠.

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문제와 같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평화를 위해서 일본의 평화헌법과 같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미국의 실패와 이라크 내전, ISIS의 등장 등 막장으로 치닫는 결과를 낸 이라크 전쟁에 파병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두요. 특히 갈수록 군사적 긴장이 더해가는 동북아시아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평화 국가로 규정함으로서 동북아시아의 갈등 균형과 조정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국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외교 안보적 실력의 문제가 되겠습니다만은...

평화헌법으로의 개정은 단순히 평화에 대한 이념과 가치 추구에 대한 선언을 넘어서,  군을 자위대, 혹은 방위대로 전환하는 실질적인 개선으로 나타나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것은 군사 쿠데타와 장기간의 군부 독재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한국은 민주화 이후 상당히 성공적으로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이뤄낸 나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이나 군내 인권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분단과 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명분으로,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고위 인사들은 군 출신들이 독점하는 무늬만 문민통제가 이러한 문제의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개혁의 대상인 군인들이 군 개혁을 운운하는게 수십년째 반복되는 상황에서, 민주 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부조리들이 군대에서 반복되고 있음은 굳이 사례를 들 필요도 없는 일이겠지요. 국군의 방위대 전환은 '무늬만 문민통제'인 현 상황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군축을 이뤄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평화헌법으로의 개정은 그리 쉬운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정상국가'를 외치는 일본의 우익들처럼,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구요. 하지만 무력 행사와 전쟁이라는 방식이 과연 '정상국가'임을 보증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무엇보다도 평화헌법이 일본에게만 강요된 규칙이 아니라, 따라가야 할 모범이라는 생각이 국제적으로 널리 퍼져야, 정말로 전쟁의 위협이 줄어드는 사회로 일보 전진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한국과 일본부터 그 시작을 열어가야 하지 않느냐는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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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날씨네요.
^^가볍게 스트레칭해봅니다

평화헌법! 생각을 못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