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입니다 ㅠㅠ 무려 19일 만에 올리는 글이네요 ㅠㅠㅠㅠ
새 해에 꾸준히 스티밋에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만,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이러저러한 개인 사정과 작업물들이 많아서 넘 간만에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요새 새롭게 책을 하나 쓰는 중이라 삶이 글 쓰기에 매몰되다보니 글 쓰는 것 자체가 넘 지겨워지더라구요ㅜㅜ 설 연휴 때는 노트북 쳐다보는 것도 너무 지겨워서 계속 TV만 쳐다봤더니 원고가 밀려서 큰 일입니다. 빨리 털어버리고 다시 활발하게 스티밋에서 활동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쉬는 동안에도 틈틈히 소설들을 뒤적였습니다만, 한동안 SF와 미스터리만 줄창 읽다가 갑자기 끌린게 바로 첩보스릴러 소설이었습니다. 저는 밀리터리나 첩보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거나 즐겨 읽는다기 보다는, '흥미롭게' 읽는 편에 가까운데요, 대부분의 첩보 스릴러 소설들이 고전적 현실주의에 가까운 정치안보 논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그 소재로 냉전, 독재에 대한 공포, 테러, 전쟁 등등 을 활용하는 방식이 상당히 재미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소설들이 실제로 대중들의 정치적 의견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도 들구요.
이를테면 요새는 좀 한풀 꺾인 소설가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잘 나가는 대중소설가로 불리우는 김진명의 출세작 [0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400만 부나 팔렸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 지금도 극우 진영에서 등장하는 핵무장론에 미친 영향은 어떠할까요? 제가 어린 시절 재밌게 읽었던 전쟁소설 [데프콘] 시리즈가 자주국방론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에 미친 영향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었을지 확인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미디어를 통해서 히트를 친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겠죠.
그런 관점에서 제가 한창 재밌게 읽었던 소설 중에 하나가 이제는 고인이 된 빈스 플린의 '미치 랩' 시리즈였습니다. 테러로 연인을 잃은 경험이 있는 CIA의 암살 요원 미치 랩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굉장한 분노를 표출하는 인물인데, 미치 랩의 활약은 대부분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사투의 연속입니다. 재밌는건,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CIA의 중요한 활동들을 방해하고 어깃장을 놓는 '내부의 적'들에 대한 묘사입니다. 빈스 플린의 작품 속에서 이 '내부의 적'들은 주로 정치인들인데, 특히 민주당 정치인들은 정치인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익과 안보를 팔아먹는 정치꾼들로 묘사되기 일쑤죠. '안보'와 '애국'을 제1 명분으로 일종의 정치적 냉소주의를 퍼뜨리는 내용이랄까요.
그뿐 아니라, 사생활과 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는 NSA의 위성 도감청 시스템인 에셜론 프로젝트는 '미치 랩' 시리즈에서 테러를 막기 위하여 중요하고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역할로 비춰집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리즘 프로젝트에 대한 논란에서, 빈스 플린과 '미치 랩' 시리즈의 팬이라면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사생활 감시는 용인될 수 있다는 논리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처럼 '정치적 이슈'와 무관하지 않은 대표적인 장르가 밀리터리나 첩보 소설들이기에, 그닥 밀리터리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 편인 저도 이런 장르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제가 평소에 동의하지 않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경험들을 하곤 합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은 이 장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이자, 한국에서는 명작 FPS 게임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의 원작자로도 이름 높은 톰 클랜시의 작품이었습니다. 숀 코너리와 알렉 볼드윈 주연의 영화로도 익숙한 [붉은 10월]은 아주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책을 워낙 구하기 힘들어 다른 작품들은 읽지 못하고 까먹고 있던 차에 도서관에서 [패트리어트 게임]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톰 클랜시 작품의 매력적인 주연인 '잭 라이언'은 상당히 재밌는 캐릭터입니다. 같은 CIA 요원이지만, 빈스 플린의 미치 랩이 무력과 지력 모두 만렙을 찍은 전천후 요원인 것과 달리 '잭 라이언'은 역사학자가 본업인 분석 요원입니다. 물론 잘 나가는 증권 트레이더에다가 해병대 장교 출신인 만큼 잭 라이언도 '사기캐'인 것은 분명하죠. 그래도 헬기 사고로 전역했다는 설정 때문에 비행기 공포증도 있고, 총을 들 때마다 덜덜 떠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패트리어트 게임]은 톰 클랜시의 데뷔작인 [붉은 10월]에서 분석요원으로 라미우스 함장의 망명을 도왔던 잭 라이언이 어떻게 CIA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프리퀄 작품입니다. 본래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전사를 가르치는 역사학자로,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 영국에 휴가를 왔던 잭 라이언이 아일랜드계 과격파 테러리스트들의 영국 황태자 가족 납치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잭 라이언은 갑자기 말려든 사건에서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면서 '영웅'으로 떠오르고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도 받게 되지만, 아일랜드계 테러리스트들의 보복 목표로 찍혀 라이언과 그 가족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라이언은 고민 끝에 자신을 스카우트 하려고 했던 CIA에 도움을 청하게 되구요. 라이언과 그 가족을 조여오는 테러리스트들의 위협 속에서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고자 하는 라이언의 활약이 이 작품의 주된 내용입니다.
이 작품이 재밌는 것은 주인공 잭 라이언 역시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라이언은 미국 사회에서 아일랜드계들은 군인이나 경찰 등 주로 미국 사회의 치안을 지키는 - 한 편으로는 '몸빵' 역할을 맡는 -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아일랜드계로서 받는 차별을 인정하는 한편 아일랜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서 테러와 같은 과격 행위에 나서는 것에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합니다. 한편으로는, 테러리스트들이 정치적 수단으로서 왜 테러라는 수단을 선택하는지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분석하기도 하구요.
이를테면 미국 사회에서는 왜 유럽과 달리 정치적 이념으로 뭉친 과격파 무장 집단이 없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인종이나 민족적 배경을 중심에 둔 증오 범죄형 무장 집단은 있지만, 계급 제도에 기반한 사회구조가 지속되었던 유럽과 달리 미국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계급이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맑스주의 자체가 강한 호소력을 가지기 어려우며, 극단적인 무장 분파를 형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이념 집단 내의 대립과 갈등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설명인데, 이러한 설명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럴싸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처럼 정치적 이념으로 무장한 테러 집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서 활동할 가능성은 일반대중의 관심사가 아니며, 오히려 그것이 FBI를 비롯한 미국이 치안/안보 조직들이 지역적/국내적 차원에서의 테러에 대한 대응 능력이 낮아지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설명도 이어집니다. 이러한 설명은 물론 9.11 한참 이전에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죠.
작품 후반에, 라이언이 제공한 정보로 인해 프랑스 계열 좌익 테러 집단이 프랑스 특수 부대에게 '소탕'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라이언이 내적인 갈등을 겪는 장면 묘사 역시 흥미롭습니다. '미치 랩'에게 있어서 테러리즘은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라면, [패트리어트 게임]의 라이언에게 테러리즘이란 아직은 '빗나간 정치적 수단' 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대상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기에 예방과 복수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지, 어찌되었든 80년대의
톰 클랜시에게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책이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을 잔혹하게 분쇄하고 공포로 다스려야 한다는 빈스 플린의 메시지와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테러리즘을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를 읽어보면 그의 생각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겠죠?
아무튼 거장의 작품인 만큼 필력이 남다른 작품입니다. 사실 주인공 잭 라이언이 개입된 본격적인 '사건'이랄 것은 작품 초반과 후반에 단 두 차례 일어나는 것에 비해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예측하고, 막아내는 과정들을 굉장히 그럴듯하게 그려내면서 실제로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기가 막힌 솜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작중 시계열 상으로는 '잭 라이언'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만큼, 굳이 [붉은 10월]을 먼저 볼 필요 없이 이 작품을 우선 찾아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물론 책을 구할 수 있다면요 (....)
아, 해리슨 포드가 잭 라이언으로 출연한 [패트리어트 게임]으로 영화화 되었다고 합니다. 위 이미지는 해당 영화 포스터구요. 한번 구해서 봐야겠네요. 근데 제 머릿 속에서 잭 라이언의 이미지는 해리슨 포드 보다는 알렉 볼드윈에 가깝긴 할듯 ㅎㅎ
반갑습니다 포스탕 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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