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위의 글귀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 마지막 문장이다. 사실 소설속의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처음 만들어낸 글귀는 아니고 고대 로마의 멸망을 노래하던 시를 인용했다. 과거 세계를 지배하던 제국 로마는 존재했지만 그러한 로마도 멸망하고 후대에 노래되는 과거의 영광만 남게된 것을 보고 그것에 대한 허무감을 노래했다. 그구절에 에코가 로마(roma)를 장미(rosa)로 바꾼 것이다.
에코는 "사람이 죽고 이름만 남으면 무슨 소용이냐 사람이 살아야지." 이렇게 얘기하는 듯하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속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을 전면으로 부정한다.
그럼에도 이름들은 분명히 남는다. 또한 이름은 각각의 의미를 내포 하고 있다. 그 의미는 이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변한다. 같은 컵이지만 누구는 물을, 다른 누구는 커피를 마시듯이 말이다.
영화1987에서는 '박종철'과 '이한열' 두명의 대학생들의 희생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이 두명의 인물은 정권의 폭력에 의해 그들의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들은 당시 죽은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을 대표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은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이념대립을 극복하고 강압적인 독재정권이 저지른 힘없는 시민들의 투쟁으로 바뀌게 되었다. 즉 그들의 이름은 '상징' 더 나아가 '시대정신'이 되었다.
그러나 두 희생자의 이름 특히 박종철의 이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지게 된다. 또 영화속 인물들이 각각의 색을 가지고 다름으로써 긴장감을 가진다. 어떤 이는 그러니까 조용히 살아야지, 또 어떤 이는 어쩔수 없었다고 이해를 시도하고 또 어떤 이는 그러니까 나가서 싸워야한다고 얘기한다. 결국
영화는 관객들의 선택을 요구한다. 거기에 대답하듯이 관객은 영화에 몰입해 현재를 투영하고 대입한다.
1987년도에 사람들이 길거리에 뛰어나왔던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호헌철폐'였다. 그러나 학생중심으로 진행된 시위에 평범한 회사원들과 일반인들까지도 참여할수 있었던 이유는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이 그들의 삶의 자리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이름들에 자신의 모습을 의미로 부여하였다.
'이름'이란 컵에 어떠한 의미를 담는 것은 컵을 사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비우든 채우든 말이다. 그러나 본인에게서 어떠한 의미를 찾지 못한다해서 남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부정할수 없다. 어쩌면 그들에게 그 의미는 그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제 혼자 영화관가서 본 1987를 리뷰해봤습니다!
영화의 주제가 가까운 과거를 투영한 만큼 주제도 많이 무거워졌네요ㅋㅋ
글을 쓸데 신중한 사람이라 글쓰는데 시간은 많이 걸리는데 그래도 완성하고 난뒤에는 뿌듯하네요.
1일 1일 스티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