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들 세일중이다!!
심심찮게 눈에 띄는 미남자들이 가득한 곳곳을 휘휘 걸어 다니다보면,
무슨 궁전이니 무슨 박물관이니 눈앞에 있는 거대한 것들을 물리치고 그 미남자들에게로 매의 시선이 가게 되는 것을 도통 참을 수가 없다. 세르옐 광장에서부터 국회의사당 사이의 쇼핑 거리를 돌아다니며, 옷 가게에 서 있는 마네킹과 살아 움직이는 남정네들이 서로 헷갈린 적이 도대체 몇 번이던가. 15~30세 정도의 생물학적 연령대에 위치한 노르딕맨들은 무엇을 걸치고 있어도, 무엇을 들고 있어도 그저 우월하게 아름다운 조형물이다. 다만, 그 이상의 나이대가 되는 순간, 그들도 별 수 없이 한때 찬란하게 빛났던 아저씨가 되어버리는 모양이다. 그 간극이 너무 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저 남자는 우리 나이대 정도 되지 않았을까? 멋지구나’
하고 감상하고 있다가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액세서리 때문에 좌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인가. 의심스런 파우치? 좀 부끄러운 귀걸이? 흰색 스키니 팬츠? 똥꼬바지와 팬티? 설마 흰 살결을 덮고 있는 용 문신?
허무하게도 그것은 유모차였다.
이놈의 가정적인 남자들이 어찌나 유모차 안에 그의 유전자를 곱게 물려받은 금발의 작은 생명체들을 넣어서 밀고 다니는지, 도대체 좀 괜찮다 싶은 남자들은 아이가 없이는 체면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인지 붙들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엘프녀를 옆에 끼고 있는 편이 내 기준에서는 덜 아쉬울 것 같단 말이다.
갈색 머리를 적당히 다듬어서 혼돈과 질서가 동시에 존재하는 헤어스타일을 만든 후, 그 오똑한 콧잔등에 선글라스를 얹고 하얀 이어폰을 귀에 장착, ‘난 집에서 대충 주워 입고 나왔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멋이 묻어버렸군요’ 하는 식의 무심한 듯 시크한 빈티지 체크남방과 바지에 편안한 신발을 신고 카페라테를 들고 있는 남정네를 발견! 허나 그의 45도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 말똥말똥 보송보송한 금발머리 여자아이 두 명이 꼭꼭 들어앉은 유모차가 있어버리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목적지를 확인하고 ‘그래, 우린 미술관을 보러 온 것이었지!’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유모차가 없었던들 뭘 어떻게 했겠느냐마는, 한창 애간장을 태워가며 보고 있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남자 배우가 불현듯 “전 이미 결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만한 아이도 있답니다!” 라고 발표했을 때의 남모를 허탈함 같은 것이 느껴진단 말이다.
너의 아부지 어디가셨니? 분명 주변 어딘가에서 라테를 마시며 유모차를 밀고 있겠지? 어서 돌아가!
확실히 북유럽은 아이 키우기에 겁 따위 필요 없는 곳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한 손에는 라테를 들고,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미는 멋쟁이 아빠들을 스웨덴에서는 ‘라테파파’라고 칭한다. 진보적인 육아문화를 첨단 패션으로 승화시켜낸 이들의 모습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강남 스타일’처럼 ‘쇠데 스타일(쇠때 스타일이라 해야 할지 어쩔지, 외국어 표현의 한계가 느껴지지만)’이라는 것을 추구한다. 감라스탄 아래쪽의 쇠데르말름 Södermalm 지구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 패션을 비롯해 정치, 사회,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상과 생각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그들의 스타일을 만든 것이다. 육아에 극진히 관심이 많은, 상냥한 아빠의 모습을 패션 아이템으로 택함으로써 자신이 힙스터임을 보여줄 수 있다니 그게 말이야 방구야... 엄마가 힙스터려면 뭘 해야 하는 거야...
하긴 근데 그러면 뭐 어떤가. 이렇게라도 아이들을 줄줄 매달고 다니는 남자들의 유행이 우리나라에도 좀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애 키우느라 집에 갇혀 있는 나의 소중한 여자 친구들과 맘 편하게 밥이라도 한 끼 먹게. 기껏 만났는데 애 운다고 전화하는 남편들은 정말이지 찌질해서 엉덩이를 걷어 차주고 싶다.
SWEDEN
우월한 자존심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
글에 작성자님의 분노가 느껴지는것같아요..ㅋㅋㅋㅋ제가 잘못느꼇다면 죄송합니다~ 자주소통해요!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ch.yes24.com/article/view/21923
저는 제 아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