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과 청각예술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우리 인간은 육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계량이 가능하고 자주 이용하는 감각이 시각과 청각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만든 예술은 대부분 시각 또는 청각의 감각으로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미각, 촉각, 후각을 이용한 예술은 아직까지는 없잖아요? ㅎ

그럼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시각예술은 단연 감상하는 사람의 배경 지식이나 경륜과 같은 학습량에 크게 좌지우지 됩니다. 반면 청각예술은 지극히 원초적이어서 사전 예습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요? ㅎ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누구나 알만한 시각예술품이지요.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이전 또는 그 이후에도 다비드상은 많았습니다. 어떻게 다를까요? 이 다비드상은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과 일전을 벌이기 바로 직전의 상황을 묘사한 것입니다. 다른 다비드상들은 대부분 이 유대인 장수의 승전보를 셀레브레이션한 것들이지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처음 보았을 때 어떤 감동을 느끼셨나요? 솔직히 저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본적은 없고 TV미술관이나 화보로만 봐서 그런가 했지요. 하지만 어떤 미술평론가의 평론을 듣고 나서야 이 다비드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다비드상은 높이가 5m가 넘는 거상입니다. 감상자들은 아래에서 위로 다비드를 쳐다보게 되지요. 이 순간 감상자들은 유대인 병사로서 자신들의 장수인 다비드를 쳐다보게됩니다. 잔뜩 긴장한 근육, 전방의 적을 응시하는 시선... 그 속에선 영웅적인 면모도 있겠지만 인간적인 두려움도 발견합니다. '내가 저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내가 진다면 우리 유대인들은 어떻게 될까?...'

이제 좀 다비드가 다르게 보이시나요? 학습의 효과입니다. 이렇게 시각예술은 감상자의 학습량에 절대적으로 좌우됩니다. 청각예술도 그렇지 않냐고요? 영화 'Shawshank Redemption'에서 앤디는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LP판을 발견하게 됩니다. 독방에 수감될 것을 알면서도 아리아 '편지 이중창'을 교도소 스피커를 통해 틀어버립니다. 이 아리아를 들은 죄수들은 순간 황홀경에 빠집니다. 레드는 이렇게 독백합니다. '나는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에 관해 노래하는지 알 지 못한다.... 마치 아름다운 새가 날개짓을 하며 순식간에 벽을 넘어가는 느낌...'

그 죄수들이 교양이 풍부해서 그렇게 느꼈을까요? 아니면 모짜르트가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가 죄수들이 느꼈던 그것과는 다른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청각예술은 그런 사전 예습이 필요없는 원초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온 육감을 다 동원해도 흡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시나브로 훈련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옛날엔 분노했던 일들이 이젠 그렇고 그런 일들로 치부되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절대로 트레이닝되지 않을 성역을 우리 몸과 마음 어느 한 구석에 남겨둬야하지 않을까요?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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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런것 같으네요

This deserves some attention. Upvoted and resteemed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난번 공주부여 여행을 하며 알고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를 느꼈어요. 앞으로 좋은 글 부탁드리며 팔로우 하고 갈게요~!

어느정도 공감은 가지만 청각예술도 시각예술처럼 배경 지식과 학습량에 따라 심취도가 다르다고 생각드네요! 음악이 만들어진 과정과 배경, 그리고 음표들의 조화와 화음을 알게되면 작곡가가 작곡을 할 때 당시의 생각에 더 빠져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