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신 탓이었다. 새벽 두 시에 집에 돌아왔고, 꼬박 열 두 시간을 잤다. 열 두 시간을 자니 그제서야 침대 밖으로 나갈 엄두가 생겼다. 중간에 하나 꾸었다. @outis410 님께서 올린 무서운 포스팅(https://steemit.com/kr/@outis410/3vuuyq)을 읽은 것이 화근이었던 듯 싶다. 누군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러 전기세 명세서를 보여주며 받으러 왔다고 했고, 문을 열어주니 지금 당장 요금을 달라고 하길래 현금이 없다고 하니 집으로 들어오려 하였다. 겁에 질린 나는 온 힘을 짜네어 "도와주세요" 라고 외치며 잠에서 깼고 아내는 "자기 자면서 엄청 이상한 소리를 내더라"며 밥을 차렸다.
어제 술을 마시러 나가기 전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일상이라는 유투브 비디오를 봤다. Mayuko라는 이름의 예쁜 여자였는데,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몸을 추스리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한 줄 한 줄 코드를 적어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 돈을 버는데, 내가 적는 문장들도 세상을 이롭게 하고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엔지니어의 코드 한 줄과 작가의 문장 한 줄을 비교하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두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같다면 크게 틀린 비교도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든 작가든 그들의 한 줄에 재주가 녹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도 코딩을 잘 하는 재주가 있어야 돈을 벌어먹고 살 수 있듯이, 작가도 글 쓰는 재주가 있어야 그의 한 줄로써 벌어먹고 살 수 있다.
훈련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몇 년 전, 만화방에서 무심코 집어든 만화책에 적혀있던 글귀가 떠올랐다.
만화가 재미없는 건 만화가가 게을러서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에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없다는 것은, 작가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고민은 읽는 이의 감정선을 쥐락펴락하는 기교일 수도 있고, 매일 타는 버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일 수도, 혹은 모레 한 알을 보고 우주를 이야기할 수 있는 통찰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세심한 시선과 충분한 고민이 없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글을 쓰는 재주라는게 사실은 고민하는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말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타고 난 애들도 분명 있어 가만 보면
부러워 죽겠어 아주
일단 리스팀해 두고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반갑습니다~~ ^^
반갑습니다. 리스팀도 감사드리구요. 종종 구경하러 가겠습니다. :)
에고 .. 저도 글쓰기전 고민의 고민을 하여
좀더 완성도 있는글을 적어야겠습니다.
가상화폐 관련 정보 잘 얻어먹고(?) 있습니다. 공짜로 얻어먹는게 민망하여 조금이나마 보팅하고 있으니 가엾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
그러네요. 명언입니다. 만화가 재미없는건 만화가가 게을러서다!
스스로의 포스팅에도 적용을 해보는데...맞는거 같네요.
핫 제 글에 그런 힘이 있었다니, 앞으로 스티븐 킹을 뛰어넘는 공포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요! 물론 농담입니다ㅎㅎㅎ 정작 저는 어제 도시어부의 여파로 입에서 기생충이 기어나오는 꿈을 꾸었어요.
많이 고민하고 몰입해서 글을 쓰려고 하지만 이것도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고민이 너무 깊어지다 보면 저도 모르게 삼천포로 빠져버리더라고요. 저도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사람이라 노력(노오력 아닙니다 노력입니다)해야 하는데 그만 게으르게 보내버린 하루를 반성하며 자러 가 봅니다ㅜㅜ
ㅎㅎ 그 글을 제대로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철수님의 글을 보니 더 읽지 못하겠어요
좋은 고민입니다. 두 가지가 짧게 머리를 스칩니다. 1. 제임스 조이스의 책이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는 건 작가의 잘못일까(일단 완독을 할 수 있어야 마음이 움직이든 아니든 할 텐데...) 2. 토가시 선생이 있는데!
쓰신 글들이 마음을 울립니다. 아버지에 관한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엄마 생각도 많이 났고요. 저도 엄마 이야기를 써볼까 해요ㅎ 아마 철수님께서 좋은 작가라는 뜻이 아닐까요.
글에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없다는 것은, 작가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고민하는 힘의 부족..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자기 자면서 엄청 이상한 소리 내더라<-ㅋㅋㅋㅋ
@outis410님의 무서운 포스팅은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혼자 사시는 저희 어머니도 새벽한시에 야구모자를 쓴 택배기사(?)의 초인종을 받으셨지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