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만원을 가지고 코인을 시작했다. 12월 호황이 왔을 때 백만원을 넘기고, 돈벌기가 참 쉽다는 생각을 했다. 여윳돈이 없는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1월 폭락장을 경험하며 백만원은 다시 삼십만원이 되었다. 어차피 다시 오르겠지라는 마음으로, 오히려 지금이 저점일 것이란 생각에 상여금을 횡령하여(아내로부터) 백 오십만원을 더 부어 물타기를 했다. 밑빠진 독인줄은 몰랐다. 그렇게 이백만원이 다시 팔십만원이 되었다.
회사 부장님과 식사를 하며 우연히 코인 이야기가 나왔다. 잔소리는 잔소리대로, 아쉬운 소리는 아쉬운 소리대로 듣기가 싫어서 오십만원이 삼십만원이 되었다고만 이야기했다. 혀를 끌끌 차시던 부장님이 하신 말씀은 결국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허황된 꿈을 좇다가 쪽박찬다.
였다. 어찌 보면 시의 적절한, 그럴 듯한 아포리즘이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겉으로는 네네 했지만 속으로는 코웃음을 쳤다.
하락장이 길어지며, 멘탈이 점점 약해졌다. '혹시나' 하던 기대가 '역시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것이 없는 건가.'로 조금씩 저울추가 기울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저 문장들도 생명력이 있구나. 개인적인 경험일 뿐인데, 마치 진리인 양 포장되어 끊임 없이 사람들 사이로 전파되며 심지어는 대를 잇고 있구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크게 다를 바가 없구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리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만약 나의 아이가(있지도 않지만) 저런 사상에 들어맞는 경험을 몇 번 겪고 나면 사상은 더이상 그저 사상이 아닌 진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아이의 삶은 크게 제한될 것이고, 우물 밖의 세상을 궁금해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적어도 저 사상에는 굴복하지 않기로. 존버에 성공하여 돈을 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돈을 전부 날린다 하더라도 이런 사상을 물려주고 싶다.
투자를 할 때에는 신중하게 고려하고, 고려가 끝나면 과감하게 행동하렴
가슴으로 하면 투기, 머리로 하면 투자야. 아니, 임마 그 가슴 말고
많이 벌었다고 떠들고 다니면 귀찮은 일이 생기기 쉬우니 아빠한테만 말하렴
옆길로 샜지만,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가난의 사상을 대물림하지 말자는 것.
실패해도 좋으니 선택지를 남겨두자는 것.
자신만의 사상을 갖자는 것.
사실 나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제목에 오타가 있네요. '되물림' > '대물림' 으로 정정합니다.
투기나 투자나 결국 행위 자체는 같고, 마음가짐에 따라서 투기꾼이냐 투자자냐가 갈리는 것 같아요
가난의 사상이라고 표현 하시는게 예리하신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분석과 시를 좋아하신다니, 무척 반갑네요. 종종 찾아가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빕니다.
아이디가 참 멋지네요. 블로그도 힐끔 보고왔는데 아이디만큼이나 멋진 포스팅들이 많더군요. 칼님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엄청 와닿는 말이네요. 저는 어릴적부터 가난의 사상이 가득 담긴 말들을 들어와서 성인이 되어서도 돈쓰는 방법 조차 습득하기 어려웠었어요. 30이 다 되어가는
와중에 돈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는데, 이 글을 보니 저도 후에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돌아보게 되네요~:)
정성스런 댓글 감사합니다. 진짜 그런 것 같아요. 돈을 다루는 교육은 철저히 가정에서 습득하다보니 사람마다 편차가 참 크더라구요. 저도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짠한 글이네요. 글쓴이의 생각과 결심을 응원하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앵커링에 대해 포스팅하신 내용 읽고왔는데, 글을 풀어나가시는 솜씨며 설명하시는 방법이며 글의 마무리며(걸그룹이요 걸그룹) 흠잡을데가 없네요. 책 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 내셨을 것 같지만.. 좋은 포스팅들 감사합니다.
어찌되었든지 간에
지금 나한테 충고하면 일단은 새겨듣고나서
본인의 선택에 따라 취사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강점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해 나갔으면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 글이네요. 보팅하고 갑니다
'당연하지' '원래 그런 거야' 이런 말들처럼 위험한 게 없죠. 이 글을 통해 저도 주문을 걸고 갑니다.
'원래 그런 거야' 참 무서운 주문입니다. 이런 말 들으면 괜히 더 반항하고 싶어지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5년뒤, 10년 뒤의 제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가난이 아니라 가난의 사상을 대물림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 정말 멋집니다. 저도 이제 막 암호화폐를 아주 조금씩 사기 시작한 상황이라 철수2님의 투자 철학을 참고해서 저만의 철학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선은 무조건 존버지만요ㅎㅎㅎ
ㅎㅎ 이오스 가야죠. 저도 오십만원어치 들고있어서... 얼른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가난의 사상을 물려주지 않게다. 좋은 생각같아요. :)
그런데 전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라는 말에 동의해요.
손해보는 투자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 투자는 좀 더 수익률이 높아지시겠죠. 앞으로 투자로 수익을 내신다면 그건 공짜 점심이 아니겠죠. :)
전 예전에 팬오션 주식을 소량 샀었는데, 주식이 폭락했거든요. 그래도 계속 가지고 있어요. 다시 오를 거란 기대는 안하지만 그 주식을 보면서 다른 투자를 하기 전에 신중한 투자를 해야 된다는 기억을 상기시킨답니다.
처음 이 글을 보고 바로 팔로우를 했고, 저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자주 들를게요. 반갑습니다. ^^
굉장한 칭찬이네요.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
저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멀리보고 있습니다. ㅎㅎ 큰흐름으로 볼때 항상 1월에 빠졌다가 반등한 코인시장이니 오를거라고 믿습니다. 안오르면 제 책임이죠 뭐. 제가 믿고 투자했으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