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있어."
아내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간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던 그녀가 말한다.
"뭔데요?"
한참을 뜸들이던 아내는 조심스레 두 손을 잡는다. 두 눈에 반사된 촛불이 반짝인다.
"120살 까지 살아야해요. 그 전에는 죽을 생각 하지 말아요."
그 전에 죽으면 죽여버릴꺼야, 라고 말하는 아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올 해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한 달에 장례식에 세 차례 참석한 적도 있었고, 단 한 달도 장례식 없이 그냥 넘어가지도 않았다.
아내는 불을 밝히며 미세하게 흔들리는 촛불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연다.
"올 해는 참 쓸쓸해요."
"그러게요. 꽤 많은 일이 있었네."
"올 해 생일에는 케익같은건 먹지 말자."
"그 좋아하는 케익을? 왜요? 촛불도 끄고, 소원도 빌어야지."
아내는 맞잡은 손에 아주 조금 힘을 주며 말한다.
"그 촛불을 끄기 싫어서요."
음식이 나오고, 우리의 대화는 거기에서 멈췄다. 그 해의 생일에 우리는 단 한 조각도 케익을 입에 대지 않았다.
사람들이 떠나간다. 마치 춤을 추던 촛불이 훅, 하고 꺼지듯이. 가느다란 연기 한 줄기를 위로 위로 뻗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이. 노을처럼 검게, 암흑으로 물들어 가듯이.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아내의 손을 더듬어 찾는다. 혹 언젠가 이 손을 찾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그 순간을 견딜 수 있을까.
거실 탁자 위에 커다란 초 세 자루를 놓았다. 발목처럼 두꺼운 초다. 이 초에는 불을 켜지 않으리라. 언젠가 아주 아주 나이가 많이 들면, 가장 두껍고 가장 높은 초에 불을 켜겠다. 그 초가 다 타기 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놓지 않으리라. 어둠이 짙게 드리운 거실에서,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해가 뜨기를 기다리리라.
120살.
그것으로 충분할까.
나는, 우리는, 그 때에도 조금만 더 라는 말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감사합니다!:-)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면서도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
올 해는 정말... 마음 아픈 한 해 입니다..ㅠㅠ
120살까지... 그 이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셔야죠~!
많은 분들이 떠나신 한 해라니 가슴이 아프네요;;
감사합니다^^ 건강이 최고라고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feelsogood님도 건강 조심하셔요!!!:-)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힘든 시간이예요..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늘 곁에 있어서 그 소중함을 쉽게 잊는것 같아요. 가까울수록 더 그 인연을 소중히 대할줄 아는 성숙함이 아직은 부족한게 아닌가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가느다랗게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헤어지기 싫은 애틋한 마음이 듬뿍 느껴지네요.
카일님 부부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요,
감사합니다^^ 아직 결혼 4년차 신혼같은 생활중입니다ㅎㅎㅎ 평생 이렇게 살고 싶네요.
올해의 나머지 절반에는 좋은 일들 많을 거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셔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몇살이 되든, 조금만 더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중경삼림의 대사 -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 년으로 하고 싶다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물론 만 년이 되어서도 아쉬울 것 같습니다.
@홍보해
감사합니다^^ 만 년이 되어도 아쉬울 인연...그런 인연이라 믿고 소중하게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제 생에 가장 큰 행운이 바로 이 사람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내 주위에 연이 닿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보게 만드네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인데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니 부끄럽고 쑥스럽네요..!!
좋은글이네요....보팅 맞팔신청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