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4_사적인 관계

in #kr-pen5 years ago

내가 생각하는 사적인 관계, 첫 번째: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하루의 일과를 사적인 공간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루 종일 누군가, 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나의 하루는 사적인 공간에서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혹자는 내게 혼자 있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 사회 속에서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를 곰곰 생각해본다면, 누구라도 나의 편에 서줄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 음악이다.
인간은 음악과 사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 누가 혼자만의 시간에 듣기 싫은 음악을 듣겠는가. 사적인 시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받은 존재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정리하고 추억을 곱씹으며, 때로는 옅은 미소를 띠기도, 때로는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우리는 음악과의 은밀한 관계를 통해 사적인 감정을 탐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거리이다.
우리는 관계로 얽힌 존재이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동물로서 생에 있어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일지라도. 하지만 우리는 자의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를 말함과 동시에 심리적인 거리를 말한다. 꼭 물리적으로 멀어질 수 없는 관계라 할지라도 상대를 사적인 영역으로 초대할 것인가의 여부는 심리적인 영역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이 수면 밑에서 만날 수 있는 순간은 그토록 특별한 것이다. 사적인 영역으로 한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적인 공간, 사적인 음악, 그리고 사적인 거리를 바탕으로 우리는 이 사회와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사람, 사물, 그리고 감정에 이르기까지 사적이지 않은 것이 없기에 우리의 관계는 사적일 때 더욱 빛날 수 있다. 사적이라는 것은 조용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더 시끄럽고 복잡하다. 역동의 세계이다. 그 역동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적인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그 때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적인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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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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