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찾아왔다는 표현은 그리 적절하지 않습니다. 반가운 누군가가 온 것은 아니니까요. 엄연히 무단침입입니다. 그의 신분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기에 그에게 죄를 묻지 않을 뿐이죠.ㅎㅎ 사실 조금 화난 척을 해 봤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려 준비 하던 참입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정말 거짓없이 30센치도 안되게 열었던 것 같아요. 뭔가 거대한 물체가 제 발 밑을 쑥하고 지나가더니 집안으로 뛰어들어가기 시작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얼었습니다. 뭐지, 저 들어간 녀석의 정체가 뭐지, 고양이인가? 너무 큰데? 산짐승인가? 여기 산이 없는데? 들고양이인가? 그런가보다. 그때부터 너무 무섭더군요.
집에 동물도 키우지 않는데, 그것도 야생 고양이라니요. 고양이는 바로 동생 방으로 들어가더니 숨을 때가 안보였는지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보니 화장실 변기 뒤에 숨어 있었어요. 방으로 들어가길래 아 침대 밑으로 들어가면 망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더군요.
아 근데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저희 집이 11층 입니다. 야생 고양이가 11층까지 올라온다고요? 선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야생 고양이 치고는 살도 꽤나 포동포동하고, 깨끗합니다. 제 생각에는 야생은 아닌 것 같아요.
고민을 하다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바쁘신 분들에게 고작 고양이 잡아 달라 전화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희에게는 집안에 호랑이를 들여 놓은 듯한 공포였어요. 정체를 모르니까요. 화장실 문을 닫아 놓고, 119에 전화를 걸었죠. 의외로 119에서 이런 일들만 하는 팀이 있더군요.
119 쪽에서 하시는 말씀이 지금 벌집을 제거하러 갔으니 조금 있으면 우리 집으로 출동 할 것이다 말씀 해주시고, 문자도 주시더군요. 잠시 후 119에서 와 고양이를 생포(?)했습니다. 그런데 119 대원님 말씀이
“들고양이는 아닌 것 같아요. 관리도 잘 되어 있고, 품종도 좋아요. 얌전하고, 소심한 놈인 것 같아요.”
대원분들이 들어갈 때까지 숨어있던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하더군요. 들고양이 같으면 그 안에 난리 났지 않았을까요? 그 소심한 녀석이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싶어 안타까웠어요.
(이 사진은 아파트 밴드에 올리려고 찍었던 사진이에요. 겁에 질린 표정이 안타깝네요.)
사진을 찍으려 잠시 지퍼를 열었는데, 아이의 얼굴이 너무도 예쁘더라고요. 와 이런 친구가 들어왔는데 그리도 겁을 먹었다니. 그런데 고양이가 얼굴이 작아서 그렇지 덩치가 결코 작은 친구는 아니에요. 그래도 잔뜩 겁먹은 이 친구의 표정을 보며 너무 겁먹었던 제가 이 친구에게 미안해지더군요.
잠시후 대원들은 겁먹은 집고양이를 들고 가셨습니다. 2-3일 내로 주인이 안나오면,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다 하시더군요. 아 주인이 나와야 할텐데요. 중요한 건 이 건물 내에 누군가가 고양이를 잃어 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아파트 밴드에 사실을 알리고 잠시 기다리는데, 밖에서 희미하게 소리가 들립니다.
“나비야”
나가 보니 13층 아주머니께서 얼굴이 사색이 되어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그 친구를 찾고 있네요.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119에서 데려갔다 말씀드렸더니 바로 찾으러 가시더군요.
아주머니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유와 결과가 명확해졌어요. 13층 아주머니의 딸 아이가 밖을 나가면서 문을 꼭 안닫은 겁니다. 열린 문으로 나온 고양이가 위아래 돌아다니며 놀다가 모든 호수가 똑같으니까 하필이면 저희 집 문 앞에 앉아 있었던 것이죠.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면서. 정말 말도 안되게요.
이 고양이 녀석도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그 녀석이나 저나 서로 놀란거죠. 이런 일이 상식적으로 있는 일들인가 싶은 생각에, 고양이까지 글 쓸 스토리를 만들어주는구나 싶네요. 집에 동물 키우시는 분들은 사실 가족이잖아요. 이 녀석이 정말 건물 밖으로 나가서 사라져버렸으면 어떤 심정이었을지 헤아리기도 힘드네요. 그 아주머니의 표정과 음성이 다시 떠오릅니다.
부디 앞으로는 나비가 무모한 개인 외출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집 밖 세상은 집 고양이에겐 참 험하죠. 그리고 그 딸 아이도 문을 잘 닫고 다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겠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주 작은 바람이 있다면, 딸 아이가 엄마에게 너무 많이 혼나지 않길 바랍니다.
으앙 너무 귀욥네용 ㅠㅠ 주인 찾아서 다행이애오 !
정말 천만다행이죠!!
오, 모든 이야기를 조마조마하면서 읽었습니다. 혹여나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조바심으로 가슴이 콩딱콩딱 했는데, 완전 해피엔딩으로 끝내서 마지막에 안도의 한숨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기 집을 못찾으면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도 크고요...
생동감있게 글을 잘 쓰시네요. 종종 놀러올게요. ^^ 팔로우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한바탕 난리였지만 다행이죠. 그 가족들도 많이 놀랐을거에요. 어쨋든 해피앤딩이라다행이지만요. 맞팔할게요. 자주봬요^^
야옹이 왜이리 귀여워요? ㅎㅎㅎ 아 이쁘당 ><
너무 귀엽네요..ㅎㅎㅎ 저 조심스러운 표정..ㅎㅎㅎㅎ
처음시작했습니다 ㅠ.ㅠ 소통하고싶어요!
반갑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파트 복도로 나가버리는 일은 참 흔하죠. 남의 집에 들어가지까진 않더라도...
우리 고양이들 있는 줄 알고서인지 우리 집 앞에 자꾸 이웃 고양이가 오는 일도 가끔 있었네요. ㅎㅎ
아 그렇군요.ㅎㅎ 고양이들이 주택에선 밖에도 다니고 때되면 들어오고 한다는 얘기도 들어봤는데 아파트 안에서 이런 건 처음봤어요.
이 친구는 그렇게까지 자유분방한 친구는 아니었던것 같긴한데.. 계속 문 열때마다 신경쓰일것 같네요.ㅎㅎ
엄청 겁 많아 보여요. 집 잃어버린 줄 알고 되게 겁난 모습 ㅠㅠ
숨어있는 것도 나중에 생각하니 꼼짝도 안하고 가만히 있던걸 생각하면, 엄청 떨었겠구나 싶었는데. 저 사진 찍을 때 얼굴을 처음 본거라 나중에 사진으로 보니 겁에 질렸더라고요ㅠ
고양이는 귀엽네요! 혼나게 될 딸에겐 묵념을...
ㅋㅋㅋㅋ안맞았나 모르죠.
[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28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고 귀여운 나비 ㅎ 주인을 금방 찾아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