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온 개와 고양이 중에 누가 더 아플까요? 정말 차이는 있을까요? 지난 칼럼에서는 작년에 발생한 유기·유실동물 가운데 개 8만3천여 마리의 '특징'란에 기재된 텍스트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이번에는 고양이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고양이는 같은 기간 발생한 유기·유실견보다 발생 두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2018년 1월1일 ~ 11월30일, 2만6천여 마리), 자주 등장하는 단어의 빈도나 특징이 꽤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위 그래프는 유기묘의 '특징'란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인데요. '양호'라는 표현이 '불량'보다 훨씬 많이 등장하는 유기견과는 달리 '불량'의 출현빈도가 '양호'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외에도 ‘교통사고’, ‘탈진’, ‘허약’, ‘설사’, ‘의심’ 등 나쁜 건강상태를 시사하는 단어들이 훨씬 많이 등장했습니다. 또 고양이의 경우 일반적으로 목줄이나 가슴줄 등 악세서리를 잘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적인 특징으로는 '검정', '흰색 등 피모의 색깔만을 주로 기재하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고양이가 더 아프구나'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양이에게 더 척박한 나라라고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유기묘가 유기견보다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석할 때는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동물보호법과 하위 지침인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상 동물보호센터 보호 대상 동물의 범위에서 고양이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다만, '구조 신고된 고양이 중 다치거나 어미로부터 분리되어 스스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3개월령 이하의 고양이는 포함'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동물보호시스템에 공고될 수 있는(보호 대상 동물에 해당하는) 고양이는 다쳤거나 아주 어린 고양이로 한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종이상자 등에 담겨져 내버려진 동물'이 보호 대상이 되는 개와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즉 현행 법률의 제도적인 영향이 실제 동물보호 현장에서 기입되는 데이터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email protected]) 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