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광주행 KTX를 예매했다. 기차표를 끊는 것과 버스표를 끊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차가 있었고 내가 살아온 경기도 동남부는 얼마 전까지 철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이어서 철도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탈 것에 타면 창가 자리를 무척이나 선호했다. 남들이 더는 나를 애 취급하지 않을 때 즈음이 돼서야 나의 창가 사랑이 그쳤다. 창가 사랑이 그쳐서 애 취급받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젠 탈 것에 탈 때 나만 먼저 창가로 쏙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먼저 태우고 내가 타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혼자 뭔가 탈 때는 창가에 앉는다. 버스에 탈 때는 탑승구 쪽 자리가 좋고 자동 운전하는 전철을 탈 때면 맨 앞칸이 좋다. KTX를 예매할 때도 그랬다. 나는 당연히 창가 자리를 예매했다.
예매하고 하루가 지났는데 무언가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KTX 자리를 살펴보니 창가 자리지만 기둥 때문에 창이 보이지 않는 자리가 있었는데 내가 예매한 곳이 바로 그 자리였다. 본능적으로 내가 창이 없는 자리를 예매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사실이 굉장히 뿌듯했다. 이제 이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촉이 오는 것을 보니 내가 일상생활에 꽤 능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별 노력하지 않았는데 실수를 잘 해결했다는 자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굉장히 뿌듯한 상태로 열차에 올랐다. 그리고 내 자리를 찾았을 때 내가 마주한 자리를 바로 저 사진과 같았다. 다시 좌석을 선택할 때 창가 자리가 표시되는 걸 봤지만 좀 더 찾아보았고 KTX-산천이 아닌 열차는 5호 차가 특실에서 일반실로 개조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열차보다 좌석 간격이 넓다는 것을 보고 5호 차를 예매했는데 다른 일반실과 좌석 간격이 달라서 벽에 막힌 자리도 달랐다. 그러나 5호 차에 대한 다른 내용을 찾을 수 없어서 좌석 선택 창에서 기둥 자리를 피해서 예매했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다.
밤이었고 실내를 조명이 들어와서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또 2시간도 안 되는 여정이기 때문에 기둥을 보고 가는 것이 그렇게 슬픈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창가로 알고 예약한 자리에서 기둥을 만난 일은 나는 잘살 수 있다는 부풀어진 자신감에 빵꾸가 나는 사건이었다. 내가 창가 자리도 선택하지 못하는 푼수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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