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제 막 스팀잇을 시작한 뉴비인지라, 오스트리아 학파에 대한 글이 묻힐 줄 알았으나, 나름대로 괜찮은 호응을 얻어서 금방 이렇게 또 파트 2를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맹거-뵘바베르크로 이어진 오스트리아 학파의 정설을 거부하고 새로운 학파에 몸담은 조세프 슘페터와 오스트리아 학파의 정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인간행동학(Praxeology)과 융합하여 근대 오스트리아 학파를 완성한 미제스. 당연히 오스트리아 학파의 역사에 대한 것이니 미제스가 더 중요하겠죠? 미제스의 걸작 인간행동(Human Action)은 아직도 오스트리아 학파에선 전대미문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제스는 '인간행동'에서 자유방임주의 경제이론을 그의 방법론인 인간행동론과 융합을 시키는 작업을 했고, 성공했지요.
미제스는 근대 오스트리아 학파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니 미제스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하겠습니다. 미제스의 주장은 워낙 방대하고 거대해서 제가 감히 요약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간단하게 요약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a) 자유시장과, 분업, 그리고 민자유치의 확장만이 인류에 번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과 (b)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유재산의 부재는 합리적인 가격과 비용들을 계산할 수 없게 만드므로 반드시 경제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 (c) 그리고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은 불가피하게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들을 그가 학자로 있으면서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첫번째 걸작인 화폐와 신용의 이론(1912)에서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화폐 이론과 한계효용의 일반 이론의 통합을 이루어냈습니다. (쉽게 말해서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통합을 이루어 낸 것이죠). 미제스와 그의 제자 하이에크는 이 변동이론을 1920년대에 발전시켰고, 하이에크는 이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죠.
마지막으로 그는 이론과 경제(1957)을 통해서 맑시즘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경제사와 경제이론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지, 그리고 인간행동론의 규율들에 대해서 서술했어요.
사실 이렇게 책 제목만 나열해서는 미제스가 오스트리아 학파에서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잘 가늠이 안가시는 분들도 많을거라 생각해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현재 전 세계에서 오스트리아 학파를 가장 심도있게 연구하는 기관이 이름이 미제스 연구소(Mises Institute)일 정도입니다. 이제 미제스가 현 오스트리아 학파에서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아시겠죠?
사실 이 위대한 미제스가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을 집대성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지금 오스트리아 학파는요. 경제학 뿐만이 아니라, 역사학, 정치학, 정치이론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에까지 그 영역을 넓혔는데요. 과연 누가 미제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을 하나의 거대한 철학적 뿌리로 만들었을까요?
바로 제 닉네임에도 들어간 머레이 뉴튼 라스바드(Murray Newton Rothbard)입니다.
(강의를 하고 있는 라스바드의 모습입니다..ㅎㅎ)
라스바드는 경제학, 역사, 정치철학, 법이론과 같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 학자입니다. 그리고 그의 스승이었던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경제학을 발전시키고 또 확장시켰죠. 라스바드가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바로 오스트리언 방법론을 1929년대 일어났던 경제 대공황과 미국 금융사 같은 역사적인 사건에도 적용하여 새로운 분석들을 내놓으면서 였습니다(그의 걸작 '미국의 대공황'이라는 책에선 미국의 공황이 주류경제학자들이 말했던 것과 다르게, 자유방임주의에의한 경제위기가 아니라 전임 대통령인 하버트 후버의 과도한 정부개입과 중앙은행에 의해서 일어났음을 주장하여 학계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켰죠).
라스바드는 그 행보 하나 하나가 파격적이고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재밌는 것은 그가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을 개인의 자유와 융합을 했다는 것이었어요. 미제스가 그의 선배들이 고안한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을 인간행동학과 융합했고, 라스바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융합하는데 성공합니다. 특히 19세기에 미국에서 성행했던 미국 개인주의 이론들과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의 방법론을 융합했죠(19세기 미국에선 라이샌더 스푸너, 벤자민 터커와 같은 자연권적 아나키스트들이 많았고, 라스바드는 역사학을 연구하던 도중에 이들의 자연권 아나키즘 철학에 매료돼서. 자연권 아나키즘과 오스트리아 학파의 인간행동학을 융합하는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합니다ㄷ ㄷ ).
이 결과는 당연히 새로운 정치철학의 탄생이었습니다. 근대 자유지선주의(Modern Libertarianism)의 시작이었죠. 자유방임주의를 계속 연구하던 라스바드는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만약에 자유방임주의가 주장하는, 시장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재화 및 용역을 거래하는 행위를 왜 모든 분야에 적용시킬 순 없는지, 왜 국방과 치안은 시장으로부터 거래될 수 없는가?" 에 대한 고민이었죠.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 라스바드는 자신의 고전적 자유방임주의의 스탠스를 버리던지, 아니면 개인주의적 아나키즘(Individualist Anarchism)을 포용하든지 해야했죠.
그의 결정은 1949년도에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그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죠. 개인주의적 아나키즘과 자유방임주의를 융합한 Anarcho Capitalism(시장주의적 아나키즘)을 고안해 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그가 고민했던 국방과 치안의 문제도 시장을 통해서 거래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의 사상적인 면모는 이쯤 알아보도록 하고, 학문적인 업적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저번에도 말했던 전대미문의 걸작인 미제스의 '인간행동'은 문제점이 있었어요. 너무 어려웠던 것이죠. 미국의 수재들도 '인간행동'을 이해하지 못해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인간행동' 자체를 정독해본적이 없네요. 그만큼 어려운 책이었는데요. 라스바드는 그런 미제스의 '인간행동'을 학부생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미제스의 허락을 받고 '인간,경제,국가(Man,Economy,and State)'라는 걸작을 쓰기에 이릅니다. 참고로 이 책은 한국 오스트리아 학파 학자인 민경국 교수조차 "10번 읽어라."고 할 정도로 걸작으로 꼽힙니다.
사실 그의 경제관은 당연히 미제스의 경제이론과 매우 흡사합니다만, 역시나 더 발전시키는데요. 그는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과 프랭크 페더의 지대학설을 합쳐서 독점가격은 자유시장에선 존재할 수 없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합니다. 더 나아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혁신적인 가설인 합리적 기대가설(Rational Expectations)의 많은 부분을 이미 그의 저서 '인간 경제 국가'에서 주장했었습니다. 주목을 못받았을 뿐이었죠.
뭐 이미 많은 업적들을 이루었겠구나 하시겠지만, 사실 라스바드의 주종목은 화폐이론 이었습니다! 그는 스승인 미제스에 이어서 금본위제를 주장했지요. 경제적 붕괴현상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의 과도한 화폐 확장으로 인위적인 호황이 만들어진 것을 교정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을 했고, 정부가 어떠한 문제들을 고치기 위해서 개입하는 행위는 오히려 문제들을 악화시키기만 한다고 보여주었습니다.
라스바드와 미제스는 웬만한 분야에서 다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라스바드가 미제스로부터 크게 다른 건 바로 그의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제스는 철저한 경제학자로써 자유방임주의를 공리주의적 손익계산(Utilitarian way of cost benefit analysis)을 통해 옹호하였지만, 라스바드는 자유방임주의와 무정부주의를 의무론적 자연권 이론(Deontological Natural Law Theory)을 통해 옹호하였죠.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라스바드는 시장이 정부보다 덜 효율적이더라도 시장만이 개인의 권리를 지킬 수 있기에 시장을 선호하지만, 미제스는 시장이 언제나 정부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시장을 선호했죠. 라스바드는 그의 책 '자유의 윤리(The Ethics of Liberty)'에서 공리주의적 시장경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의 방법론인 의무론적 자연권 이론을 이성으로써 증명해냅니다.
지금까지 학자로써 라스바드의 행보를 지켜봤는데요. 라스바드는 정말 무서운 것이. 이렇게 많은 업적이 있는데도 운동가로써 이룬 업정도 굉장하다는 겁니다. 다음 포스트에선 운동가로써 라스바드와 라스바드의 후학들로 이루어진 현재 오스트리아 학파들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예전부터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특정 학파의 교수로부터 사사하지 않고, 어떤 학파의 견해에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해당 학파의 학자로 보고 있는지요.
일단 오스트리아 학파에선 그렇게 보고있지는 않은 거 같아요. 사실 오스트리아 학파로 불리기 위해서는, 1) 선험적인 인간행동의 공리로부터 사실들을 도출한다 2) 자유시장경제를 번영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3) 중앙은행의 불필요한 통화 팽창을 반대한다. 4) 모든 가치는 주관적이며 그 사람의 배경과 환경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 정도의 조건이 필요한데요.
그나마 가장 비슷한 고전학파나 시카고 학파도 저 네가지 충족 조건에는 들지 못합니다. 그리고 미제스를 접하지 않으면 사실상 인간행동의 선험적 공리를 접하기도 매우 힘들구요!
그래서 결론은 아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와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며 오스트리아학파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깊이 있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보팅/팔로우 하고 갑니다 :)
오.. 맞습니다. 댄 뿐만 아니라 찰리, 로저 버, 찰스 호스킨슨 같은 많은 암호화폐 초기 투자자와 창시자들이 오스트리아 학파 입니다. 저는 2012년부터 오스트리아 학파를 지지하고 공부했지만, 확실히 오스트리아 학파인 사람들이 고안하는 암호화폐는 믿을 수 있어서 전 제 오스트리아 학파 철학관을 가지고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맞팔로우 하겠습니다 ㅎㅎ
크립토의 학문적 배경이 오스트리아 학파이기에 크립토를 공부하면서 이 이름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 학파에서 학문적으로 주장하던 것이 기술의 발전과 적당한 타이밍을 만나서 실제적인 서비스로 표출되니 참 기쁜 일입니다. 이것이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참 기쁩니다. 요즘에 정말 크립토 경제학 덕분에 오스트리아 학파 공부를 한 보람도 느끼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ㅎㅎ
리버테리언을 지지하는 입장으로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버테리언 이시군요? 저도 오랜 골수 리버테리언 입니다 ㅎㅎ비공식 리버테리언 정당인 자유당(Libertarian Party of Korea)의 당원이기도 합니다 ㅎㅎ 자주 소통해요!
안녕하세요. 저혼자만 보기는 너무 아까운글이서 말씀드립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읽을수 있기 위해서는 태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kr 태그를 다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읽으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앗..! 안녕하세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테그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편도 재밌게 읽고 갑니다. 암호화폐 대책만 놓고 보더라도 시장에만 맡겨두기에는 정부가 안고 가야할 부담감이 너무나 클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은 오스트리아 학파에서는 어떻게 보는건가요?
일단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오스트리아 학파에선 정부의 개입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정부가 안고 가야할 부담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겁니다. 오히려 정부가 규제를 할 때 일어나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정부는 화폐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지원해주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보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