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in #kr-poem7 years ago

이별

                          윌리엄 스탠리 머윈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 실 색깔로 꿰매어진다.

                                                 흔적

그대가 떠나간 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를 관통했던 당신의 부재(不在)였다.

그대가 내 곁에 머물렀던 시간 동안
나와, 나의 시간, 그리고 나의 공간은
온전히 그대에게 물들어
당신의 빛깔로 가득 차 있엇다.

익숙한 풍경에서 그대가 사라진 뒤에도,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는
여전히 그대의 색깔이 배어있었다.

그대를 떠올리지 않으려 아무리 애써도,
구석구석 배어있는
당신의 흔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대를 잊기 위해서는,
내 삶의 전체를 들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던 나는
그대가 배어있는 풍경 속에서
물들었던 그대의 흔적이
세월에 씻겨 빛이 바래길 바라며
조용히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Sort:  

Congratulations @dflhs21!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upvotes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Upvote this notification to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why here!

Do not miss the last announcement from @steemit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