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장비를 알아보자 #1 가속기 (1)
안녕하세요 해랑입니다. 어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과학 글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kr-science 눈팅을 좀 해보고 왔는데 과학이론 등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 전 색다르게 실험 장비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을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실험장비, 가속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일년에 3번 이상, 약 일주일 정도를 가속기 실험 수행을 위해 보냅니다. 당장 다음주 목요일에도 가속기 실험이 있구요. 방사광 종사자만 가속기를 사용할 것 같지만 사실은 화학, 재료, 생명 등 다양한 분야의 샘플 분석을 위해 사용됩니다.
가속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일 거라 생각됩니다. 이 동그란 가속기는 ‘저장링’ 이라고 불리는 3세대 가속기이며, 입사된 전자 다발을 이 원형 궤도에 저장하여 방사광을 방출시키는 장치입니다. 보시다시피 직경 약 90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너무 커서 저장링 내부에서 킥보드 타고 다니는 연구원들도 볼 수 있어요!)
저장링 건물 정문으로 들어가면 역대 대통령들이 방문한 사진이 쭉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방문 했던 걸로 아는데 사진은 따로 걸려있지 않았습니다. 현황같은 것도 쭉 적혀있는데 재미없으니 패스하도록 하죠.
방사능에 피폭될 수도 있는 위험한 실험 장비인 만큼 포항가속기 연구소 직원과 이용자로 등록되어 출입증을 제공받은 사람 외에는 입장이 불가능 합니다. 대신 약 한시간에 걸친 시설 투어 프로그램이 따로 있으므로 가속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시설 투어를 신청하시면 친절한 안내와 함께 견학이 가능합니다. 시설 투어 신청은 포항가속기 연구소 홈페이지(pal.postech.ac.kr) 에서 하시면 됩니다.
저는 방사광구역에 출입할 예정이라 피폭선량계와 출입증이 붙어있는 목걸이를 지급받았습니다. 실험이 끝나고 목걸이를 통째로 제출하면 피폭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실험했지만 아직까지 피폭된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무사히 저장링 내부로 들어가면 실제로 방사광 실험이 이루어지는 빔라인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내도가 있습니다. 전자 다발이 원형으로 돌다가 쏘아져 나가는 접선 방향에 맞추어 빔라인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용도에 맞게 다양한 실험 장비를 설치해놨기 때문에 실험을 위해서는 빔라인에서 어떤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갑자기 왠 컨테이너 박스인가 하셨죠? 실제 실험이 이루어지는 방사광구역에서 유출될 수 있는 방사선을 막기 위해 저런 박스를 씌운거랍니다. 한바퀴 돌아보시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이 생긴 컨테이너 박스가 쭉 이어져 있습니다. 이 빔라인은 제가 주로 실험을 하는 곳인데 후배들이 실험하는 동안 2층에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열심히 실험하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한 녀석이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네요. 이 사진을 찍었을 당시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잠을 깨려고 별별 노력을 다하게 됩니다. 가속기에서 며칠 밤 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마다 이런 소소한 취미생활로 힘을 얻곤 합니다.
실제 실험이 이뤄지는 방사광구역에 진입했습니다. 그 컨테이너 박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런 무시무시한 장비가 있지요. 긴 관을 따라 온 전자 뭉치가 그 끝에 고정되어 있는 샘플을 탁! 치면서 둘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라 제각기 다른 패턴을 보이게 됩니다. 이 패턴을 분석하여 샘플의 정보를 얻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지요.
이런 재미없는 패턴으로 고분자 박막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미세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겠지만 구조 분석에 대해 정리된 포스팅 필요하신 분들은 댓글 달아주시면 제가 추후 포스팅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저장링 1층이 실험을 수행하기 위한 구역이라면, 2층은 연구원 사무실 등 일상 생활을 위한 공간입니다. 전자렌지, 냉장고, 컴퓨터, 티비 등이 있는 휴게실도 있습니다. 가속기가 외딴곳에 있다보니 밥을 먹으러 나가기 어려워 여기서 시켜먹을 때가 많답니다.
오랜 실험에 지쳤을 때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는 수면실도 있습니다. 조용히 쉴 수 있도록 칸막이가 되어있는 아늑한 공간이지요. 보이는 것과 다르게 저장링 자체의 미세한 진동에 멀미를 느끼실 수도 있지만, 저는 둔감에서 매우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속기 1탄은 여기서 끝내고자 합니다. 2탄은 가속기 옆에 최근에 새로 생긴 가속기 과학관 리뷰이니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계공학과 출신으로서 졸업한지 좀 되었지만 빡셌던 학교생활이 떠올라 보팅에 손이가네요. 죄송합니다 스팀파워가 너무 작아서 -_-; 잘보고 갑니다.
같은 공학도라 공대생 글에 유난히 눈이 많이 가더라구요 ㅎㅎ 감사합니다
와! 엄청 충실한 포스팅! 문과라서 죄송한 저에겐 너무나 생소하고 새로운 세계군요. 잘 봤습니다.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그 말 그대로 장비소개 입니다 ㅎㅎ 그나마 많이 들어보셨고 친숙한 (?) 장비이죠
네 이름은 들어봤지요. 그냥 기곈줄 알았습니다. 끽해야 컨테이너 박스 하나 정도 만한 기계?
같은 처지라서 그런지 실험 장비보다도 함께 딸린 생활 공간, 휴게실, 수면실 등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네요 ㅋㅋㅋ
수면실이 최곱니다 ㅎㅎ 물론 실험 안하는게 최고지만요
오~ 가속기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 ㅋㅋ
놀러오세요 ㅎㅎㅎ 환영입니다
피폭선량계도 매번 제출하고 처음 알았네요~
아무래도 피폭 위험이 있다보니 철저하게 관리하는거 같아요 ㅎㅎ
와 뭔가 멋지고 부럽네요.
실상은 같은 걸 무한 반복하는 챗바퀴 같은 실험이죠 ㅎㅎㅎ
문과출신인 저한텐 다른 세상 이야기 같네요ㅎㅎㅎ
가속기라니 막 텔레포트할 그런 느낌만 들고..ㅎㅎ
잘보고 갑니다 ^^
이 포스팅에서는 전혀 텔레포트할 느낌이 안들긴하지만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네요. 저는 9d line 애용자 입니다 ㅎㅎ
이웃동네네요 ㅎㅎ 전 9A 애용자 입니다
덕분에 이런곳 내부 구경도 하고
지식도 조금 넖였습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혹시 관심있으시다면 시설 투어도 추천드립니다
이런... 스팀에 논문을 올릴줄이야 ㅋㅋㅋ 굿!! ㅋㅋ
이미 나간거니깐 올려도되겠죠? ㅎㅎ 논문 이미지는 peak numbering 다 되어있어서 살짝 다르긴한데 ㅎㅎ
와 입자 가속기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는 거였는데
접근권한을 가진 사람이 스티밋에 있다닝-0-
신기한거 잘 봤습니다
저도 실험 할 때 말고는 못들어가긴하지만 ㅎㅎ 일년에 일주일 이상은 보내는 곳이라 친숙합니다
포항에 계신 공학도이신가 봅니다! 저는 비록 가속기 같은 큰장비를 사용하진 않지만 새벽2시에 찍으신 사진이 어색하지 않은 그 느낌이 너무 친근하네요 ㅋㅋ 업봇&팔로!
감사합니다 ㅎㅎ 이런 실험 하게되면 새벽 두시에만 끝나도 감사해야죠
오... 흥미로운 소재네요. 2탄도 기대할게요!
팔로우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