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적고 있는 2018년 9월 1일 오후.
그리고 몇 시간 뒤인 2018년 9월 1일 저녁이면 아마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지도 모릅니다.
한 국가를 대표해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분명 영광스럽고 축하해줄 일이 분명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 야구국가 대표팀을 바라보는 제 시선은 결승전 당일인 오늘까지도 여전히 불편하기만 합니다.
[사진 출처: 마이데일리]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아래와 같이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1. 국위선양이 아닌 병역기피용 국가대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후로 야구 종목은 올림픽에서 퇴출이 된 상태이며(2020년에 다시 복귀 예정),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야구 종목은 대한민국의 아시안게임 효자 종목 중 하나였습니다.
전세계를 뒤져봐도 미국, 대한민국, 일본 외에는 제대로 된 프로리그를 갖춘 나라가 없으며(대만도 세미 프로 리그), 아시아로 좁히면 프로급의 선수단을 갖춘 나라는 더 줄어들게 됩니다.
그마저도 대만은 국내리그 선수 일부와 실업리그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리며, 일본은 매번 전원 실업리그 소속 선수들만 출전을 시키고 있습니다.
(대회와 야구가 갖는 세계적인 위상과 프로리그와 일정이 겹치는걸 감안하면 당연한 흐름이겠죠)
그에 반해, 군면제가 걸린 대한민국은 쉽게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아시안게임에 올스타급 선수들을 항상 출전을 시키며 가장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마추어 대회에 왜 한국만 프로가 나가냐 '라고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크게 비판 받을 요소는 아니긴 합니다. 어떤 종목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해외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보이는 경우도 있을테니까요.
프로 선수 출전과 별개로 정말 군면제 관련해서 제가 보기에도 불편하고 다른 야구팬들에게도 논란이 되는 요소는 따로 있습니다.
1) 프로리그 중단
대회가 열리는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아시안게임은 KBO 프로야구 리그와 일정이 겹칩니다. 당연히 국가대표에 차출될 정도의 선수라면 팀 차원에서 큰 전력 누수가 될텐데 대한민국 야구계는 그냥 리그 일정 자체를 중단시켜 버립니다. 군면제가 걸리지 않은 대회에는 팀 차원에서도 비협조적으로 나오며, 선수들도 (비겁하게) 없는 부상을 만들어 차출을 피하는 행태와는 매우 대조적이죠.
국제대회 때마다 연맹, 리그, 팀, 선수들이 눈 앞에 성적과 인기 때문에 국가대표를 병역기피 수단이냐 아니냐를 놓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거죠.
주축 선수들을 기꺼이 내주고도 정상적으로 리그 및 챔피언스리그까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축구계와 많이 대조될 수 밖에 없습니다.
2) 미필 쿼터
일명 '도하 참사'로 불리우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미필 쿼터에 대한 논란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의 아시안게임에서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을 아우르는 국내외 리그의 스타들이 아시안 게임 또는 올림픽 등을 통해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고 그에 맛을 들렸는지... 야구계는 2006년에 대부분의 선수를 미필 선수들로 구성해서 대회에 나갔습니다. 아예 병역면제 셔틀이 되버린거죠.
하지만, 결과는 동메달에 그쳐서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류현진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2년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혜택을 보긴 했습니다)
그리고 8년 뒤,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는 아예 팀끼리 담합이라도 한듯이 구단별로 미필 선수들이 1명 이상씩 차출 되었습니다. 이미 군대 문제에서 자유로운 노장 주축 선수들도 있었지만 팀별 할당으로 인해 혜택을 본 선수들이 생겨버린겁니다. (SK만 혜택을 못 본...)
3) 추신수
대한민국이 낳은 역대 최고의 타자이자 성공적인 커리어를 달리고 있는 텍사스의 추신수 선수는 2009년 제2회 WBC를 통해 국가대표에 합류를 했습니다. 당시 클리블랜드에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던 '아직은' 유망주였던 추신수 선수는 부상 위험에 따른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하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더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2010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추신수는 아예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금메달을 획득한 뒤 서른이 가까워진 나이에 가까스로 병역면제 혜택을 얻었습니다.
여기까진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흐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뒤였습니다.
MBC <무릎팍도사>에도 출연해서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 응해야 한다라고 감동 멘트까지 날렸으나... 네... 립서비스였죠.
병역면제 혜택을 얻고 몸값도 오른 추신수는 구단 반대, 새 팀 적응 등등 핑계를 대며 2010년 이후로는 그 어떤 국제대회에도 출전을 하지 않고 태극마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부 추신수 팬들은 실력있는 메이저리거들은 WBC 등 국제 대회 안나온다 라고 핑계를 댔으나... FA를 앞둔 2루수 로빈슨 카노 역시 국가의 부름에 응했었고, 투수 로드니 선수는 "조국을 대표하는 데 구단의 허락은 필요없다." 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죠. (물론 본인 커리어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국제대회 참가를 하는 것은 스스로 감내해야 될 몫이라고 보긴 합니다)
추신수 선수는 본인 실력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해서 올스타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본인이 어떻게 거액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는지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계속 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며, 결국 '병역면제 먹튀', '군면제용 국가대표'라는 오명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 덧붙이자면, 2006 제 1회 WBC 당시 2002년 월드컵 4강 군면제를 두고 왜 축구계만 혜택을 주냐는 야구계의 반발에 따라 군면제 혜택이 주어졌으나, 2009년 대회부터는 병역면졔 해택이 빠졌습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
** 국위선양이 이유라면, WBC는 월드컵, 올림픽과는 위상 및 당위성부터 차이가 납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주최하는 야구대회에(그것도 국적 제한도 없는...) 병역면제 혜택을 주게 되면, 타이거우즈 초청 골프대회도 병역면제를 줘야 하나요?
*** 당장 2009년에는 병역면제 혜택이 없었으나, 혹시 모를 여론에 의한 규정 개정 또는 2010년 아시안게임 차출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4) 나지완
KIA 타이거즈의 주축 타자 나지완 선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국가대표팀에 합류를 했으며 금메달까지 획득 후 병역면제 혜택을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메달 후가 나지완 선수의 인터뷰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나지완 선수는 지명타자/대타 요원으로 간만큼 출장 시간이 초반 몇 경기에 그쳤으며 실질적으로 큰 활약은 하지 못했습니다. 근데 포지션과는 별개로 시즌 중에도 계속 안고 있던 팔꿈치 부상의 여파가 있었고 결국 저 인터뷰는 부상이 있어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게 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병역면제라는 큰 떡을 놓치기 싫어서 메달 획득까지 숨기고 있었던 것을 고백해버린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시즌 중 인터뷰에도 부상에 대해서 언급한 적은 있지만, 병역면제를 위해 구단이나 선수 모두 국민을 속이고 만 것이죠.
병역면제가 없거나 또는 상대적으로 위상이 '더' 낮은 대회에 소집되었어도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2. 특정 팀 및 불특정 다수의 선수 비하 발언
현재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결승까지 올라가기까지 KT 위즈 황재균 선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공격은 물론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백업 내야수'를 선발하지 않은 선동열 감독 덕에 주포지션인 3루를 비롯해서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니며 수비 구멍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초 엔트리 발표 당시 KT 선수들은 단 한 명도 선발이 되지 않았었고 "실력대로 뽑았다. 형편상 KT 선수가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한 건 사실이다. 형편상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국가 대표이기에 실력으로 뽑았다" 라는 인터뷰를 해서 스스로 논란을 빚어냈습니다.
그리고 최정 선수의 대체 선수로 발탁된 황재균 선수가 본인 명줄을 늘려주는 묘한 그림이 현재 자카르타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선수 선발이야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특정팀 심기를 건드리는 멘트를 굳이 했어야 할까요?
더불어, KBO 리그의 실력있는 내야수들을 모두 물먹이는 발언까지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엔트리 발표 인터뷰 중 일부 입니다. [원문-링크]
-내야수 오지환, 외야수 박해민의 승선 여부가 큰 관심을 받았다. 발탁한 이유는.
▶선수 구성을 할때 첫번째는 '베스트'를 먼저 뽑자고 했다. 두 선수는 결과적으로 백업에 포함됐다. 박해민은 활용폭 자체가 대수비, 대주자 이런 면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오지환은 김하성의 백업인데, 처음에는 멀티 플레이어를 뽑으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코칭스태프가 멀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부족하다고 결정했고, 한 포지션에서 잘하는 선수를 뽑자고 논의해서 결정했다.
여기서 생기는 논란이 몇 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수 하나라도 더 뽑기 위해 내야수는 1~3루 및 유격수 주전 한 명씩 그리고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백업 내야수를 뽑는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선동열 선수 그리고 위에서 언급된 코칭스태프(작전/수비 코치겠죠?)는 유격/2루수를 각각 한 명씩 더 뽑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멀티 백업 선수를 선발하지 않았으며 그와 동시에 여러 선서들을 폄하하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두산의 허경민, 삼성의 이원석, KT의 박경수 선수 등이 백업 유격수로 뽑힌 선수보다 타격 성적이나 포지션 소화 가능 범위도 더 넓습니다만?)
결국, 이런 무리수를 둔 끝에 시즌 내내 피로가 누적된 구원 투수들은 대표팀에서도 계속 팔에 피로도가 쌓이고 2, 3루주전으로 뽑힌 안치홍, 황재균 선수는 다른 포지션 알바까지 뛰는 상황이 오고 말았습니다.
3. 군/경팀 상무와 경찰청이라는 혜택은?
일반적인 대한민국 청년들은 2년 가까운 시간을 군대에서 본인이 해오던 일, 공부와 상관 없이 허비를 해야합니다. 그에 반해, 프로 운동 선수들은 기량 유지하라고 국가 차원에서 상무, 경찰청 팀까지 만들어줘서 나라를 지키는 대신 해오던 운동을 계속 하게 해줍니다. (물론 연봉은 일반 군인과 똑같아집니다)
이마저도 엄청난 특혜이자 형평성 파괴인데 이것도 싫다고 그리고 수도권에 가까운 경찰청은 지원하면서 지방에 위치한 상무 지원은 안하고 30 가까운 나이까지 버티고 버티며 운동하면 손쉽게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의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입영 열차 막차 대신 면제 막차를 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이번에도 그런 논란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미필 쿼터 존재하는데 이 정도 쯤이야?)
누군가는 그러겠죠.
운동 선수로 벌 수 있는 시간은 짧으니까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고 스펙 쌓고 돈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나이 들어서도 하고 싶은 일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무나 경찰청이 있는 야구 종목의 선수들이라면 일반인들은 구경도 못 할 돈을 20대 때 충분히 벌고도 남는데 뭐가 그렇게 손해 보기 싫고 세상 좋은 것들은 다 가져가려고 일반인들에게 박탈감을 심어주면서까지 버티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국위선양?
대한민국의 존재조차도 잘 모르던 과거에는 스포츠가 중요한 국가 홍보이자 외교 수단이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어려운 시기에 그런 부분에서 나라에는 이득을 국민에게는 기쁨을 준 선수들에게 혜택을 준 것도 반대할 생각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더이상 스포츠로 국위선양하고 민족주의에 편승해서 대중들에게 박탈감을 줘야 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메달 딴다고 국민들이나 국가가 무슨 득을 볼까요? 하루가 멀다하고 야구팬들 사인거부하고 어린애들에게 상처주는 고액연봉 선수들만 혜택을 보겠죠. 더이상 국가의 영광이 아닌 개인의 영광인건 누구도 부정 못할거라 봅니다.
메달 몇 개 더 따자고 국민 모두에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 갖고 장난질은 그만 쳤으면 합니다. 그리고 야구 선수들은 태극마크가 꿈이라서 입대 미뤘다는 거짓말 그만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대표팀에 양의지, 임기영, 안치홍 등 정상적으로 병역 해결한 선수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두산의 장원준 선수는 경찰청 복무 중에도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태극마크는 데상트 야구 유니폼이 아니라 훈련소에서 주는 군복에도 달려있습니다.
대회 수준이 낮은데 프로 선수들 보내는 행태는 사실 비판거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대회에 볼거리를 더 주거나 최선을 다한다는 이미지도 줄 수 있죠. 근데, 과연 대한민국 야구국가대표팀이 그런 것을 위해 기꺼이 리그 중단까지 하고 미필 선수들 챙겨가며 아시안게임행 비행기에 탑승을 했을까요?
제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도 현재 야구 대표팀에 있고 메달 색에 따라 군대를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오늘도 당당하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은메달을 획득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야구 대표팀이죠!!
물론 우승해서 국위선양도 하면 좋겠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건 저만 그런게 아닌가 봐요!
잘해서 결과 좋으면 좋겠죠..!
다만 병역 엔트리 논란 관련 선 감독 인터뷰 답변이... "금메달만 따면 다 해결된다" 라서 결과만 좋은 것도 이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는 느낌이라... 씁쓸하네요ㅠㅠ
정말 공감하는 이야기들이네요! 저도 야구팬이지만 이번 결승전은..불편한 마음으로 볼 것같아요🤐
저도 제가 응원하는 팀 선수들이 금메달 따서 팀에서 더 오래 뛰어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왜 국가를 대표해서 뽑힌 선수들이 국민들이 공감 못할 행동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ㅠㅠ
대충만 알고 있었는데
자세하게 알게 됬네요
저도 씁쓸한 마음으로 지켜볼거 같아요..
축구는 베트남 동메달 응원합니다..ㅎㅎㅎ
언론에서는 특정 선수 죽이기 식의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내고 있죠...
사실 특정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단 전체적으로 잘못된거 투성이죠ㅠㅠ
저도 쌀딩크 동메달 응원합니다!ㅋ
읽고 보니 모르던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댓글로 게시글 추천 받아서 들렀어요.
자세한 포스팅에 진지하게 정독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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