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에게 디지털노마드는 다른 세상 이야기일까

in #kr-stor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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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Onthenewsnow.com)

“여기 모인 학생 중에 경운기 몰 줄 아는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나요? 서울대 학생들은 똑똑하다고 들었는데 실망입니다. 미래 최고 유망 업종인 농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군요.”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2015년 서울대 경영대학 특강에서 한 말 입니다. 로저스는 한때 월가 3대 투자가로 이름을 날리다 30대 후반의 이른 나이에 은퇴하고, 바이크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기도 했던 인물이죠.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만들어 수십배의 이익을 벌어드린 일화도 유명합니다.

대략 10여 년 전 짐 로저스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2020년이면 농부들이 BMW를 몰고 다닐 것이다.”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온 2020년을 생각하면, BMW를 타고 다닐 만큼 농업 분야가 성숙했나하는 부분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일 수 있겠고, 어쩌면 시기적 예측의 차이이지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앞으로 분명 농업이 유망할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훗날 농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고, 부가가치가 큰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인 암호화폐 보다도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는 산업이라 생각이 들죠. 우리가 음식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농업의 가치는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 분명합니다.

한가지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농업은 어떤가요? 농부는 매일 허리도 못펴고 일만 하고,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으며, 돈도 벌기 힘들다? 다양한 생각을 하지만, 대체적으로 힘들고, 어렵다, 불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겁니다.

지금부터는 수년 후 농부의 지위와 이것들을 실현해 줄 기술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합니다. 농업에 관한 생각의 변화가 있는 시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미래로 가보겠습니다.

2030년, 판교 한복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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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건축가 빈센트 콜벗이 그린 Paris smart city 2050 컨셉 (사진 : ziptopia)

금년 30세가 된 A는 스마트팜 공장과 실외 농장을 갖고 있는 기업의 대표입니다. 시작한 지 만 5년이 된 스타트업은 이제 막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는 좋은 외제차를 타고, 항상 수트를 입고 다닙니다. 아침이면 판교의 사무실로 출근하죠. 같은 건물의 3,4층에 있는 스마트팜 공장에서 재배되는 상추와 방울 토마토는 메기 배설물의 양분으로 길러집니다. 거의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 되어 있어, 적절한 습도와 일조량 등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죠.

전북 익산에 있는 농장에서는 대규모 벼 농사를 짓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쌀농사는 힘들고 돈이 되지 않는다며 말렸지만, A는 자신 있었습니다. 어릴적부터 부모님과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쌀에 관해 잘 알고 있고, 품종 개량을 통해 더 질 좋은 쌀을 생산해 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품질을 인정받아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습니다. K푸드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날개를 달고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농장에는 사실 인력이 그리 많이 투입 되지 않습니다. 아침 6시가 되면, 드론이 농장 전체를 순찰 합니다. 드론이 날아다니며 스캔한 벼들의 정보가 데이터로 입력되어 전송되면 전 직원이 즉시 확인 가능하죠. 벼에 농약을 치고, 물을 주는 역할, 상태를 관리하는 역할 모두를 드론이 합니다.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체적인 시스템이 잘 움직이는지를 확인하죠.

실제 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영업과 마케팅 입니다. 국내외 바이어들을 만나고,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에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죠. 농업 기업이지만 직원 대다수가 매일 햇볕을 보며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위의 예시는 실제 농업 현장과 동떨어진 허구 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바람을 가지고 구성해 본 가정입니다. 실제 미래에는 이런 모습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농업에 가능성이 있다 말하는 이유도 이와 같을 겁니다.

일본의 농업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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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Real foods heraldcorp.)

이제 현실로 돌아오겠습니다. 위에서 말한 허구 맹랑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FT)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로봇 트랙터 개발사인 얀마, 구보타, 이세키에서 ‘로보 트랙터’를 올해 출시한다고 합니다. 작물을 심어 놓으면 인공지능 AI가 논밭을 경작하기 떄문에 농부는 수확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네요.

장비 비용은 유인 트랙터에 비해 50% 정도 비싸지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일본의 현실을 감안할 때, 좋은 대안으로 손 꼽히고 있습니다. 로봇 트랙터의 장점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데이터의 축적이 기존 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게 해줍니다. 또한 해당 기계 이외에 전국의 수 많은 기계에서 나온 데이터를 취합 가능하기 때문에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학습 속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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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미래혁명 스마트팜 방송화면 캡쳐)

위 사진은 과수원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입니다. 과수원에서 높은 곳을 보며, 반복된 행동을 하다보면, 몸이 피로하고 쉽게 지치기 마련이죠. 해당 기기를 착용하면, 적은 힘으로 일이 가능하고, 어깨, 팔, 목 등의 피로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릴적 로봇이라 하면, 아이언맨 같이 수트를 입고 싸움박질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로봇의 기술은 농업을 이롭게 하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나쁘지 않다는 좋은 예시가 되네요.

옥상에서, 사막에서, 도심에서, 우주에서 농사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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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lowwalk 블로그)

세계의 수도 미국 뉴욕에서는 최근 옥상 농장의 인기가 거셉니다. 일명 ‘루프탑 팜’이라 불리는데, 토마토, 오이, 치커리 등을 주로 재배한다고 하죠. 단순 개개인이 재배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판매 목적, 기업 차원에서 루프탑 팜을 적극 이용 중이라고 합니다. 최근 이를 활용해 뉴욕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놓고 있다고 합니다.

루프탑 팜의 예처럼 최근에는 드넓은 땅에서만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이스라엘은 좁고 척박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해 농업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약간씩의 물을 효율적으로 흘려보내는 점적관수를 개발했죠.

또 최근 스마트 팜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가 있으니 네덜란드 입니다. 네덜란드는 에어로팜이라는 형태의 공장에서 뿌리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분무재배 방식을 이용합니다. 또한 공장 내부의 자동화 시스템과 특수 X-ray 장비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수 십년 후 농사는 지구 내부만의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영화 마션에서처럼 사람들이 달과 화성에서 식물 공장을 짓고, 재배한 채소들을 먹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예측이 아니라 미국 NASA에서 실제 진행 중인 이야기라고 하네요.

사람보다 나은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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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미래혁명 스마트팜 방송화면 캡쳐)

해당 내용은 지난 5월 초 방영된 KBS 스페셜에서 본 내용인데요. 실제 현장에서 농약을 뿌릴 때 사람이 아닌 드론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드론에 농약을 실어서 날아가면, 농약이 분사됩니다. 이때 드론이 일으키는 바람이 벼 사이사이까지 농약을 침투 시킨다고 합니다. 사람이 뿌리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도 좋다고 하네요.

영상에서는 드론 전문가가 농약을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은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이 혼자서 집과 논밭을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요? 알아서 충전하며 데이터를 주고 받고 학습하다가 시간이 되면 나가서 농약도 뿌리고, 데이터도 스캔하고 하는 날이 곧 올 겁니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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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화 ‘마션’ 캡쳐)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가 위에 소개한 내용들은 사실 100프로 자료에 근거한 내용들이고, 국내에도 많은 부분 도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내용들은 KBS에서 방영한 다큐 ‘미래혁명 스마트팜’을 참고하시면 좋을 겁니다.

전북 정읍의 한 축사에서 이용중인 사료 주는 로봇은 사람 없이도, 시간이 되면 알아서 레일을 통해 사료가 가축들에게 배달 됩니다. 웨어러블 로봇을 입으면 수십키로 무게의 짐도 여성 혼자서 거뜬히 들 수 있고, 각종 로봇은 사람 없이도 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도와 줍니다.

농업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어서 그렇지 이미 부를 제공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저스의 말대로 멀지 않은 미래에 농부, 정확히는 기업 대표가 된 농부가 BMW를 끌고 다니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미래의 농업을 보고, 변화를 상상할 수 있다면, 농업은 구시대의 산업이 아닌 미래의 먹거리이자,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다가오게 될 겁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스마트팜의 젊은 CEO들과 함께 여행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상상해봅니다.

미래혁명 스마트팜에 나온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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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미래혁명 스마트팜 방송화면 캡쳐)

모든 사람은 식량을 섭취해야 해요. 우리가 계속 먹는 한 농업 생산의 중요성은 미래에도 계속될 거에요. 버라이즌이나 AT&T 같은 통신 회사들도 농업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 시리니 우파디야야(UC 데이비스대학 교수)

외부 농사는 실패할 겁니다. 준비를 해야 해요. 실내 농사가 미래입니다. 이렇게 수직으로 올라갈 거에요. 인젠가 밖에서는 농장을 찾지 못할 거에요. 건물 안에 있겠죠. - 딕슨 데포미어(컬럼비아대학 교수)

이 지구에서 멈추지 않고 (재배기술이) 다른 행성으로 옮겨진다고 믿어야 해요. 태양계 밖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해요. - 진 자크멜리(애리조나대 우주농업연구소 교수)

스마트 농업이나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도시농업은 우리가 화성에서 하려는 농업과 기본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 리흐 마무닌(네덜란드 바헤닝언대 교수)

P.S 이 글은 KBS 미래혁명 스마트팜을 보고 느낀 바를 작성한 글이므로, 상당 부분 팩트는 해당 다큐멘터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자료 참고

http://onthenewsnow.com/news/agriculture-industry-wants-few-changes-to-nafta/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05/2014120500368.html

http://mrealfoods.heraldcorp.com/view.php?ud=20170905000323&pg=3&ret=section

http://m.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0266

http://pirinee.tistory.com/tag/%23%EB%B0%98%EB%A1%9C%EB%B4%87%ED%98%95%20%EC%9B%A8%EC%96%B4%EB%9F%AC%EB%B8%94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tsjin&logNo=221270123989&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https://m.blog.naver.com/ctsjin/221269308449

https://www.zipcar.com/ziptopia/future-city/9-city-concepts-that-could-be-your-future-neighborhood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42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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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평소에 이런생각 많이했는데 신기하네요. 뭔가 나중에는 삼성농업 이런거 처럼 기업에서 농업을 다 할 것 같아요. 또 지금 농대가 다른 자연대보다 낮지만 몇년 뒤에는 인기 전공이 될거 같네요

그럴수도 있겠죠~ 우리나라는 아직 약하긴 하지만 스마트팜을 중심으로 기업에서 진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농대가 앞으로 잘 나갈 가능성도 높을 것 같아요!

좋은 정보 잘 읽고 가요~^^

감사합니다:)

3차 산업이 없으면 다소 불편해지지만 2차 산업이 없으면 많은 것이 불가능해지고 1차 산업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최근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등 1/2차 산업의 혁신이 많이 주목받고 있는데 빨리 현실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겠죠~ 흔히 많이 하는말로 자동차 없어도 살고, 스마트폰 없어도 살지만 음식은 필요하니까요. 이 풍족해진 식량이 다수에게 부족함 없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어요~~

농업의 자동화가 이뤄져서 편안한 농부의 모습을 보는 날이 곧 오고 우주로까지 나가는 농업 가능한 날도 오겠죠 ^^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먼 미래가 아닐 것 같아요^^

your post is amazing! 👏👏👏

^^고마워요~

이미 벌써 드론이 농약을 치는 거라면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보던 농장타워(위의 파리 스마트 시티 이미지와 비슷한)들이 생기고 자외선, 양분, 수분 등을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줄 날도 머지 않을 것 같네요 덜덜덜
유익한 글 잘봤습니닷!

감사합니다~ 위의 팩트들은 이미 있는것들이기 때문에 기술이 성숙해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와... 한대 떄려맞은 기분이내요... 항상 뭐가 더 팔릴까 생각해도 농업의 미래는 지금 처음 생각해보네요...

누가 생각하지 않은 길이 답일 때도 많으니까요.ㅎㅎ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농업경제학과를 전공해서 이 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글을 잘 정리하고 써주셨네요. 보면 좋았습니다 ~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