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오전 일찍 출발해도,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1박2일 크루즈 여행의 실제 스케쥴은 1일차 점심식사부터 시작해서 2일차 오전 투어로 종료된다. 모든 스케쥴은 강요가 아니니, 그냥 방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2월 10일 하노이의 기온은 5~10도 전후였고, 하롱베이는 안개끼고 보슬비가 왔다갔다했다. 이런 날씨에 카약킹이라니! 원래 스케쥴은 카약으로 무인도까지 가고, 무인도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고 배로 복귀하는 일정이었다. 약 2시간 소요. 하지만 이런 날 수영하다간 백퍼 감기각...
카약 탈 사람들은 로비에서 기다렸는데, 승객의 반 정도만 참여하는 것 같았다. 비가 오고 있었다. 물놀이 하러 가는데 추워서 도대체 뭘 입어야 하나, 아니 애초에 물놀이 가는게 맞긴 한건가 고민고민하다가 그래도 해보고 싶어서 나왔다. 아래는 반바지 위는 니트에 유니클로 깔깔이를 겹쳐입었다. 집 떠날때 어무니가 챙겨줬던 비닐우비를 이렇게 유용하게 쓰게 될 줄이야...! 하롱베이 물이 맑아도 어쨌든 바다라 짭짭하고 소금기가 있다. 아무리 추워도 긴 바지는 절대 금물! 카약에 물 들어오면 백퍼 젖는데, 바닷물이라 세탁이 까다로우니 안젖는게 베스트.
내 옆에 있는 오리발과 스노쿨링 장비는 저 팔짱끼고 바다를 바라보는 서양 누님의 물건이었다. 이 날씨에 저 패션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저 분은 배 안타고 헤엄쳐서 복귀하심. ㅎㄷㄷ 하지만 그 후에 앓아누으셨는지, 다음날 아침까지 모든 스케쥴에서 안보이심... 건강하다 자만말고 우리건강 잘지키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약을 타봤다. 카약 유경험자인 친구가 "가장 무서운 순간은 처음 탈 때 뿐이야"라고 말해줬지만, 그래도 처음 탈때는 좀 무서웠다. 뭔가 '처음이어도 봐주지 않는다!'는 분위기라, 아무도 어떻게 노를 젓는지 같은건 가르쳐주지 않는다. 배에 타자마자 바로 출발인데, 뭐 그냥 대충 저어도 앞으로 나간다.
물이 정말 맑았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바닥의 모래알이 다 보일 정도였다. 배들이 새끼오리들처럼 물 위로 하나 둘 씩 미끄러져 나아갔다.
좀 가다보니 힘듬. 게다가 친구는 뒤에서 노는 안젓고 "저는 이 동영상을 찍고 있고, 이유는 앞에서 노를 젓고 있습니다. ㅋㅋㅋ" 이러고 있음.
물 위에 간식거리를 파는 상인이 있었다. "배 안보다 저 노점상이 더 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냥 지나갔다. 상인은 잘 웃는 사람이었다.
한 40~50 분쯤 지나 작은 섬에 정박했다. 원래는 여기서 또 20~30여분 수영하고 노는 시간이 있었지만, 도저히 그럴 날씨가 아니었다. 뭍에 올라가면 직원들이 수건과 물을 가져다준다. 바닷물은 너무너무 투명하고... 차가웠다.
직원이 주워준 예쁜 조개껍질. 지금도 책상위에 있다. ^^ 작아서 바다 소리는 잘 안들린다.
배가 떠나길 기다리면서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이스라엘에서 온 여자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베트남에서 참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마도 내가 가장 짧은 여행일정이었던것 같다. 보통은 몇주, 몇달씩 길게 동남아 지역을 도는 듯 하다.
따뜻한 방으로 돌아가서 뜨거운 물로 몸을 데우고 새 옷을 입었더니 뽀송한 기분이었다. 레스토랑으로 나가보니 와인 시음회와 쿠킹 클래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 직원은 1박2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모로 잘 챙겨주던 직원이다. 그녀는 친근하게 승객들에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고, 무슨 일이든 도와줄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 해피아워라 하롱 맥주 두 병을 샀다. 베트남에는 로컬 맥주가 많다고 한다. 맛은,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북쪽으로 갈수록 맛있는 것 같다.
맥주잔을 들고 갑판에 잠깐 나가봤다가 너무 추워서, 아늑한 방에서 맥주 마시면서 티비를 봤다. 티비에서는 머털도사를 하고 있었다!! @_@ 그리고 진심으로 왜 책을 안가져왔는지 무척 후회하기 시작했는데, 멀리 나오면 핸드폰이 잘 안터진다. 우리는 심카드 하나로 나눠쓰고 있었기 때문에, 핫스팟으로 연결해서 쓰는 나로써는 더욱 불편했다. 인류에게 핸드폰이란 심심함을 극도로 낮춰주는 마법의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핸드폰이 없으면 책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왜 하필! 책이 없나! 흑흑.
식당에서는 와인 시음회와 쿠킹클래스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몇시에 하는지 체크를 안해서 그냥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맞으며 카약 타고 들어왔더니 컨디션이 점점 안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후회는 없다. 정말 후회한 것은...
점심식사 후에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디너 코스 메뉴판을 보여주고 바꾸고 싶은 음식이 있는지 물어봤었다. 그 때 잘 확인했어야 하는데!! 잘 안보고 그냥 괜찮다고 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뤘으니... ㅠㅠ 전채로 나온것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음식 랭킹 5 안에 들어가는 푸아그라였습니다... 손도 안댐.
그제서야 다시 디너 메뉴판을 보니, 대빵 크게 푸아그라라고 써있었다. 내 실수라 할말이 없음. ㅠㅠ 손도 안대는 것을 본 직원이 걱정스레 무슨 문제 있냐고 묻길래, 아 문제는 없는데 제가 푸아그라를 '싫어해요'라고 대답했더니, 세상이 무너지는 표정을 지으면서; 어떡하냐고...;; 다른 음식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더 드시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다음에 나온 음식은,
뜨거운 크림 해산물 수프!! 그 직원이 그렇게 말하고 가기가 무섭게 이 요리에 나는 완전히 빠졌다. 안그래도 몸이 으슬으슬하고 감기기운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기에 뜨거운 수프가 정말 필요했었다. 두 그릇을 비웠다. 이 크루즈에서 먹었던 모든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1번 메인 주자, 농어구이. 괜찮았다.
2번 메인 주자, 양갈비 스테이크. 별로였다. 참고로 나랑 같이 밥먹은 친구의 의견은 나랑 정 반대였다. ㅎ 역시 음식은 갠취...
슬프게도 갈수록 컨디션이 똥망진창이라, 직원에게 난 이만 들어가야겠다고 했더니, 남은 후식은 룸서비스로 가져다주겠단다. 호오 'ㅁ'
그렇게 뜨거운 방에서 히터 34도까지 올려서 틀어놓고 이불 뒤집어쓰고 밤바다를 바라보며 디저트를 먹었다. 뭔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기분!!! 도 잠시... 카약 다녀와서도 뜨거운 물로 몸을 데웠었지만, 느낌이 정말 안좋아서 '여행에서 아파서는 안돼!'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몸을 데우고 감기약을 먹었다. 언젠가부터 온갖 종류의 비상약을 다 들고 다닌다... -_-;; 그래도 역시 없는것 보단 있는 쪽이...
밤에 뭔가 소셜 행사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원래 스케쥴표 상으로는 오징어잡이 바다낚시가 있던 것 같다. 오징어 잡기 전에 내가 잡힐 것 같아서 이 날은 이렇게 일찍 딥슬립.
푸아그라가 Foie gras? 이건가 영어로 처음봐서 ㅋㅋ
누나말 들으니까 맛없을거같긴한데 그래도 3대진미니까 뭔가 먹어보고싶다!
불어일꺼야. 난 제일 야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음식이 푸아그라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대놓고 씹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싸지만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하고 타파스 메뉴로도 파니 언제 유럽가서 ㄱㄱ 사치와향락잼
이제 경제자립해서 궁핍과가난잼 해야되쥬?
역시 여행지에서는 아프지 않아야 놓치지 않고 다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카약
ㅋㅋㅋㅋ 이거 저도 뭔가 떠오르네요
몬테네그로 여행할 때, 같이 여행한 친구들과 카약을 탔는데, 제 동행이었던 타마라가 열심히 젓고, 제가 뒤에서 사진을 찍었죠 ㅋㅋㅋㅋ 아아 그린란드에서도 이랬다가 같이 탄 호주 형아가 화났던 기억이 ㅋㅋㅋㅋㅋ
디너 코스는 정말 잘 나오네요.
푸아그라 안 먹어봐서 모르는데..
순대 간 맛인 건가요??
푸아그라 알못 ㅠ
tip!
와 날씨 좋네요 그림같아요! 맞아요 저도 말은 안했는데 암만 봐도 뒤에서 계속 노는것 같아서 좀 빡칠뻔... ㅎㅎ...
푸아그라는 ㅠㅠ 에... 내장맛이예요. 그.. 뭔가 조리된 상태가 아닌 야생의 김 모락모락 나는 내장에서 나는 향 같은 맛(물론 김 모락모락나는 내장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왠지 느낌이...)? 목 넘어갈때 극대화되는 그 향이 저는 너무 싫거든요. 아무리 진미라도 저는 견딜수가 없습니다. 그 유럽맛...
순대 간도 좋아하진 않는데 ㅋㅋ 그것보다 좀 더 부드럽고 향이 진해요. 그동안 르바님 먹는 음식들 보면 다 잘 드시는 것 같아서, 왠지 푸아그라도 좋아하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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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aggo wrote lately about: 투브칼 산(4,167M)에서 하산은 썰매(Morocco Mt.Toubkal) Feel free to follow @rbaggo if you like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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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베트남피셜) 하롱베이는 따뜻할때가 없다(덥다 or 춥다) 1년중에 제일 추울때오셨네요. 베트남은 10도만 되어도 다 얼어죽습니다ㅠㅠ
베트남피셜ㅋㅋㅋㅋ
저 떠날때 한국이 영하 10도인가 그랬는데, 이상하게 더 추운 느낌이었어요. 춥다가 해나면 좀 더워지는듯 한데, 그냥 더운게 아니라 식은땀 나는 느낌? 컨디션이 메롱이라 그랬는지도... 하롱베이는 추웠지만, 곧 등장할 하노이는 아주 좋았어요 ^^ 베트남에서 갔던 도시 중에 제일 좋았어요!
우와~~ 아주 럭셔리한 크루즈 여행이네요,
베트남 물가가 싸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좋은 시설에 묵을수 있던것 같아요 (:
제 다음 여행지 예약입니다 진심으로요! 요번 여름에 오사카다녀오고 그 다음여행지로 가려고요 ㅎㅎ 최근에 다낭 다녀왔을때 너무 좋았어서 베트남의 다른 도시들도 가보려고 했거든요. 하롱베이는 따뜻할 때 갑시다! 알겠습니다!
아앗 저는 다음에 가면 다낭-호이안-후에 이렇게 묶어서 가보고 싶습니다. 'ㅁ' 다낭이 너무 좋군요...! 다낭 후기 올려주세요 'ㅁ' 제가 못찾은거면 링크라도... 꾸잉.
저는 어쩐지 독인인과 러시아인이 많은 동네를 다녀왔어요. 앞으로 차근차근 후기 써볼게요. 하롱베이 크루즈는 휴양에 제격이고, 액티비티는 퐁냐라는 동네를 추천합니다 'ㅁ'/
오옷. 하롱베이 크루즈를 타셨네요! 여긴 날씨가 화창한 날이 잘 없고 흐린날이 대부분이라 섬들을 자세히 보기가 쉽지 않죠 ㅠㅠ..
원래 흐린거군요! 물 위에 있는 동네가 대개 그런것 같아요. 운 좋으면 정말 장관인데, 운나쁘면 수묵화만 보다 옴 ㅋㅋㅋ 개인적으로는 제천, 단양쪽이 좀 더 예쁜 것 같아요. 스케일의 차원은 다르지만요. ㅎㅎ
여행가서 아프면 그것만큼 안좋은것도 없는데 말이죠 전 일부러 따뜻한 나라를 가는편이에요 ㅎㅎㅎ 추위에 너무 약해서 ㅜ 소라와 하얀슬리퍼에빨간메니큐어
이쁜데요? ^^ 전 아직 베트남은 가본적이 없는데 나중에 한번 가보고싶네요 ^^
추위약체시군요~~ 저는 5~15도 추위약체입니다. 뭐 이런 희한한 기질을 물려받아서... -ㅅ-;
도시 물가는 기절할 정도로 쌉니다. 담합이 이루어지는 시골보다 더 싼듯한 느낌이예요. 싸고 맛있고 도둑도 많고(응?) 그렇더라구요. ㅎㅎ 그리고 한국이 인기있더라구요 @_@
직원분의 세상이 무너지는 표정 ㅋㅋㅋㅋ 단지 푸아그라를 싫어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ㅋㅋㅋㅋ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걸까요..?
아 어머 그거 안먹으면 너 배고파서 어떡하니 ㅠㅠ 같은 표정이었어요. 직원분 표정이, 좋아할때는 세상 다가진듯하고 안좋을때는 세상 다 잃어버린듯이 강렬한 분이었어요 ㅋㅋ 그래서 좋았어요 >_<
헐. .ㅜㅡㅜ 여행지에서 아프면 안되는데ㅡㅜ흑흑. .ㅜㅡㅜ
한국에선 멀쩡하고 놀러가서... 기가 막힌 타이밍 보소! 그래서 외국가면 쫌만 느낌이 이상해도 약을 들이붓습니다 ㅋㅋ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은 신나자!
여러모로 컨디션이 좋아야 뭐라도 하는 것 같네요 ㅜㅜ
예전에도 컨디션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요
밤중에 토쏠리고 애들과도 못놀고 ㅜㅜ
맞아요 맞아요 여행에서 건강과 날씨는 가장 중요한 요소! 두개만 괜찮으면 다른건 뭐 'ㅅ'
토할정도였으면 심각했네요 ㅠㅠ 여행에서 아프면 그 당시엔 죽을맛이지만 시간 지나고보면 그 또한 추억으로;; 저는 작년에 삼중고를 겪었던 여행이 기억에 남아요. 덕분에 단기간에 급격히 살빠져서 좋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