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리의 칼럼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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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2.(목) 중앙일보-강찬호 논설위원
입으론 진보, 손으론 몹쓸 짓
지난해 6월 23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했다. 당시는 “친구들과 여중생을 (성적으로) 공유했다”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행적이 도마에 오르면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조차 그의 사퇴를 요구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김상희·박경미 등 오찬에 참석한 14명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100분간 식사 내내 탁현민의 거취를 제대로 거론하지 못했다. 몇몇 의원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지만 김 여사가 즉답을 피해 유야무야됐다는 전언도 있다.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탁현민을 안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청와대 기세에 눌려 민주당 ‘여전사’들이 할 말을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탁현민 말고도 문재인 대통령이 기용한 인물 중에는 성 추문으로 낙마한 이가 적지 않다.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성단체의 항의를 받은 끝에 지명 11일 만에 국가안보실 2차장직에서 물러난 김기정, 강제 혼인신고에다 “술자리엔 반드시 여자가 있어야 한다” 같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를 사퇴한 안경환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청와대 파견 공무원과 경호처 직원들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희롱하고 이를 방조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받은 것도 ‘진보 페미니스트 대통령’ 체면을 깎아먹었다.
민주당도 가관이다. 이윤택의 성 추문이 불거진 이래 침묵을 거듭하다 엿새 만인 20일 뒷북 비판 성명을 냈다. 이윤택은 진보 계열 연극계의 수장이자 문 대통령과는 경남고 25회 같은 반 친구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찬조 연설을 하며 “도덕성 높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1호에 올랐다. 지난해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이 전화해 “이제 (블랙리스트 탄압에서) 괜찮을 거다”고 했고, 이윤택은 “내 걱정 말고 선거운동이나 열심히 해”라고 했을 만큼 절친한 사이다.
민주당이 혹여 두 사람의 친분이나 진영논리를 의식해 이윤택 비판을 주저했다면 백장미까지 달고 여성 지킴이를 자처해 온 집권당의 위선 아니냐는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또 자당 강원도당위원장인 심기준 의원의 비서관이 평창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데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평창에 간 것”이라며 입을 씻으려 했다. 지난해 5월 민주당 부산시당 당직자가 여성 당원을 성추행한 사건도 9개월 내내 쉬쉬해 같은 편인 정의당마저 비판 성명을 내는 사태를 자초했다. 서지현 검사 성희롱 폭로 당시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은폐 시도 의혹에 휘말린 보수 인사를 맹공하던 때와 대비된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새누리당을 ‘성누리당’으로 부르며 보수 정당의 성적 방종과 비뚤어진 여성관을 공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여권과 진보 진영에도 그릇된 성의식과 여성관을 가진 이들이 즐비한 현실이 확인되고 있다. “진보는 정의”라는 선민의식과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자기 합리화가 성추행을 ‘관행’이었다고 강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의 위선을 낳았을 것이다.
집권세력은 말로만 ‘미투’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성 적폐’ 청산에 나서야 한다. 여권의 성 모럴 해이 뿌리 격인 탁현민을 경질하고 당과 정부, 문화계를 대상으로 성추행 전수조사를 투명하게 실시해 가해자를 엄벌하라. 더 중요한 건 “우리는 뭘 해도 정의”란 그릇된 의식을 버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입으로 진보를 외치면서 손으로는 몹쓸 짓을 해 온 구태와 결별할 수 있다.
강찬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강찬호의 시시각각] 입으론 진보, 손으론 몹쓸 짓
주제
진보인사들의 성추문과 처벌에 미온한 여당을 비판
문단별 주제
1문단 : 탁현민의 거취를 거론하지 못했던 영부인-여성위원 식사
2문단 : 이번 정권 인사들의 성추문
3문단 : 이윤택에 대한 민주당의 뒷북 비판
4문단 : 진보측 성문제를 쉬쉬하는 민주당
5문단 : 진보진영의 위선
6문단 : 집권세력의 성 적폐 청산 촉구
문단별 분석
1문단 : 탁현민의 거취를 거론하지 못했던 영부인-여성위원 식사
지난해 6월 23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했다. 당시는 “친구들과 여중생을 (성적으로) 공유했다”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행적이 도마에 오르면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조차 그의 사퇴를 요구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김상희·박경미 등 오찬에 참석한 14명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100분간 식사 내내 탁현민의 거취를 제대로 거론하지 못했다. 몇몇 의원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지만 김 여사가 즉답을 피해 유야무야됐다는 전언도 있다.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탁현민을 안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청와대 기세에 눌려 민주당 ‘여전사’들이 할 말을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 주제를 합축하는 사례로 글을 시작합니다.
- 이 글은 진보인사들의 성추문을 지적하고, 처벌에 미온한 여당을 비판합니다. 1문단의 사례 역시 탁현민 행정관의 성추문+영부인에게 제대로 말도 못 꺼낸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모습을 통해 주제를 단편적으로 드러냅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조차 그의 사퇴를 요구한 시점이었다.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잘 전달해주는 문장이었습니다. 필요 없어 보여도 효과는 뛰어난 장치였다 생각합니다.
2문단 : 이번 정권 인사들의 성추문
탁현민 말고도 문재인 대통령이 기용한 인물 중에는 성 추문으로 낙마한 이가 적지 않다.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성단체의 항의를 받은 끝에 지명 11일 만에 국가안보실 2차장직에서 물러난 김기정, 강제 혼인신고에다 “술자리엔 반드시 여자가 있어야 한다” 같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를 사퇴한 안경환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청와대 파견 공무원과 경호처 직원들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희롱하고 이를 방조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받은 것도 ‘진보 페미니스트 대통령’ 체면을 깎아먹었다.
- 김기정 등 성추문으로 낙마한 사례를 나열합니다.
탁현민 말고도 문재인 대통령이 기용한 인물 중에는 성 추문으로 낙마한 이가 적지 않다.
두번째 문단을 앞 문단과 깔끔하게 이어줍니다. 논지도 심화됩니다. 눈 여겨볼만한 첫 문장입니다!
3문단 : 이윤택에 대한 민주당의 뒷북 비판
민주당도 가관이다. 이윤택의 성 추문이 불거진 이래 침묵을 거듭하다 엿새 만인 20일 뒷북 비판 성명을 냈다. 이윤택은 진보 계열 연극계의 수장이자 문 대통령과는 경남고 25회 같은 반 친구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찬조 연설을 하며 “도덕성 높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1호에 올랐다. 지난해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이 전화해 “이제 (블랙리스트 탄압에서) 괜찮을 거다”고 했고, 이윤택은 “내 걱정 말고 선거운동이나 열심히 해”라고 했을 만큼 절친한 사이다.
- 민주당에 대한 본격적 비판이 시작됩니다.
- 이윤택 성추문 뒷북 비판을 지적합니다.
- 그 직후 나오는 내용은 이윤택과 문대통령의 친분. 이 문단에선 뒷북 비판 얘기는 한 문장 뿐, 나머지는 두 사람의 친분 얘기 뿐입니다.
- 이런 문단 구성, 마음에 듭니다. (민주당의 뒷북 비판) - (두 사람의 친분) 구성이죠.
저라면 더 재미없게 썼을 듯 합니다.
(민주당의 뒷북 비판) -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두 사람의 친분 때문은 아닐까?)
뻔하고 지루합니다. 제가 모든 걸 추측해서 전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뒷북+친분을 한 문단에 제시하면 직접 연결지어주지 않아도 독자들이 스스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아, 이거 뭔가 있겠는데?'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면 비록 추측일 뿐이라도 글에 힘이 실립니다.
4문단 : 진보측 성문제를 쉬쉬하는 민주당
민주당이 혹여 두 사람의 친분이나 진영논리를 의식해 이윤택 비판을 주저했다면 백장미까지 달고 여성 지킴이를 자처해 온 집권당의 위선 아니냐는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또 자당 강원도당위원장인 심기준 의원의 비서관이 평창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데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평창에 간 것”이라며 입을 씻으려 했다. 지난해 5월 민주당 부산시당 당직자가 여성 당원을 성추행한 사건도 9개월 내내 쉬쉬해 같은 편인 정의당마저 비판 성명을 내는 사태를 자초했다. 서지현 검사 성희롱 폭로 당시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은폐 시도 의혹에 휘말린 보수 인사를 맹공하던 때와 대비된다.
- 3문단에 이어 민주당이 쉬쉬했던 진보진영 성추문 사례를 제시합니다.
- 마지막 문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5문단의 논지로 이어갑니다. 바로 '내로남불' 프레임이죠!
이렇게 쉬쉬하는 모습이 보수 까던 모습과 대비된다 - 다음문단 : (위선적이지 않냐!) 이런식으로요
5문단 : 진보진영의 위선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새누리당을 ‘성누리당’으로 부르며 보수 정당의 성적 방종과 비뚤어진 여성관을 공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여권과 진보 진영에도 그릇된 성의식과 여성관을 가진 이들이 즐비한 현실이 확인되고 있다. “진보는 정의”라는 선민의식과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자기 합리화가 성추행을 ‘관행’이었다고 강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의 위선을 낳았을 것이다.
- 보수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 무색하게 진보측도 성문제가 즐비함을 지적합니다.
- 그리고 이 위선의 원인을 두 가지 제시합니다.
(1) '진보는 정의'라는 선민의식
(2) '목적은 수단을 정당하 한다'는 자기 합리화 - 뼈 아픈 비판입니다. 일견 진보가 이런 경향이 있단 생각도 듭니다.
- 그런데 진보의 '선민의식'이 진짜 이번 성추문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 원인인지 애매합니다.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요?
6문단 : 집권세력의 성 적폐 청산 촉구
집권세력은 말로만 ‘미투’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성 적폐’ 청산에 나서야 한다. 여권의 성 모럴 해이 뿌리 격인 탁현민을 경질하고 당과 정부, 문화계를 대상으로 성추행 전수조사를 투명하게 실시해 가해자를 엄벌하라. 더 중요한 건 “우리는 뭘 해도 정의”란 그릇된 의식을 버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입으로 진보를 외치면서 손으로는 몹쓸 짓을 해 온 구태와 결별할 수 있다.
-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성 적폐 청산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 간결한 주장으로 글을 맺고 있습니다.
- 진보가 '우리는 뭘 해도 정의'란 생각으로 성추문을 덮는지는 의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성추행해도 정의'란 비정상적 사고가 가능할까요...? 평소 보수진영이 진보 측의 '우리는 뭘 해도 정의'란 느낌의 언행을 부정적으로 봤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보수적 관점에서 진보 비판을 위해 확대 해석했을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왜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태에 대해 거의 침묵에 일관하는 정도로 반응이 없는지 궁금하네요.
좌든 우든 잘 못한 거 있으면 공평히 반응해야하는데
진짜 왜 저런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