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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8] 파르티산스카야역 내부
횡단 열차에서 내려 사람들 무리에 휩쓸려 가는데 기름지게 생긴 경찰이 저를 잡으며 “빠스뽀르뜨”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러시아어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인데 러시아에서 경찰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면 꼭 두 손으로 여권을 잡고 보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여권을 채가서 이런저런 이유로 귀찮게 군다고 해요. 그래서 그렇게 보여주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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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9] 개찰구를 넘어서 마주한 실내
종착역에서 지하철로 가는 지하 보도는 좁진 않지만 낮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개찰구가 보입니다. 표 사는 곳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습니다. 자동 발권기가 있지만 잘 쓰이지 않는 거로 보입니다. 저도 교통카드를 사기 위해 발권 창구 앞에 줄을 섰어요. 모스크바의 교통카드 이름은 “뜨로이까”에요. 뜻은 삼두마차이지요. 우리나라로 치면 “티머니”가 “마차”나 “가마”인 꼴입니다. 제가 가본 모든 모스크바 지하철역 초입에는 공항에서나 보던 금속탐지기와 가방 안을 살필 수 있는 엑스레이 투시기가 있었습니다. 하긴 블라디보스토크도 공항이나 역에 들어갈 때 금속탐지기와 엑스레이 투시기를 통과해야 했어요. 아마 테러에 대한 반응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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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0]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개찰구를 통과하고 계단을 올라가면 생각지도 못한 실내 규모를 마주합니다. 갑자기 너무 넓고 높아져서 누군가에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에요. 높은 돔 형태의 흰 천장과 화려한 장식 그리고 거대한 조명은 지금까지 좁고 열악한 삼등 열차에서 느꼈던 러시아와는 전혀 딴판입니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얇게 저민 나무를 발라 놓았습니다. 승강장도 잘 꾸며져 있어요. 여러 장식이 있는 승강장은 크고 넓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공중에 전선이 있는 전철이 아니어서 가능한 낮은 터널이 승강장을 더 높게 느끼게 해주기도 하지요. 러시아의 지하철은 정말 크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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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1] 모스크바 지하철역 입구
역 내부는 신경 많이 쓴 티가 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열차가 시끄럽습니다. 열차가 구동하는 소리 자체가 시끄럽기도 하지만 객차 천장에 구멍이 여러 개 있어서 터널의 공기와 소음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 지금 정차한 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불편함도 있습니다. 또 환승역 이름이 노선에 따라 다른 건 정말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에서는 4개 노선이 만나는 왕십리역은 2호선이든 5호선이든 분당선이든 모두 왕십리역입니다. 만약 왕십리역이 모스크바에 있었다면 2호선은 왕십리역이고 5호선은 무학 대사역 그리고 분당선은 한양 발견 십 리 전역이 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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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알흠답군요.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맞습니다, @jwsohn님. 모스크바 지하철은 자체로 관광 시설인 거 같아요.
지하로 내려가는에스컬레이터가
엄~~~청 깊어보여요 마치 지하 대피소 같은 느낌이네요!
안녕하세요, @duqrldlsj님. 정확히 찾아봐야겠지만, 정말로 전쟁을 대비한 방공호를 겸하기 위해 지하철을 깊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본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