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여행기#55 관광의 전형 - 아테네·나폴리·로마 1: 성 베드로 성당

in #kr-writing7 years ago
Reveal spoiler

091.jpg
[그림 91] 베드로 성당 천장

바티칸 미술관을 나와 성 베드로 성당으로 갔습니다. 지금까지 복잡한 동선을 따라 바티칸 미술관 안을 둘러보았는데 정작 밖에서 미술관 외부를 볼 기회는 없어 아쉬웠어요. 베드로 성당으로 가는 길에는 군밤을 팔던 아랍계? 인도계? 청년이 있었습니다. 군밤을 보면 아련하게 어릴 적에 거닐던 겨울 거리가 생각나곤 했는데 이젠 생뚱맞은 이탈리아가 같이 생각날 겁니다. 외국인에게 옛 추억이 오염당했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더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성 베드로 성당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 깨부순 걸 복원해서 유리 안에 넣어 놓은 거로 이름난 조각이지요. 「피에타」 주변에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초고해상도 사진을 얻을 수 있으니 굳이 사진을 찍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제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에 뭐든 치면 다 나오는 시대이지만 굳이 공부하는 이유는 널려 있는 정보를 내 머릿속에 넣고 이해하고 관계 맺는 일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모두 같은 「피에타」를 찍지만 어느 사진 하나도 똑같은 사진은 없습니다. 자신이 본 시점을 기록하는 건 무시할 만한 일이 아니지요.

베드로 성당은 규모가 큽니다. 천장이 높은 천장에 그려진 그림 중 일부는 나중에 올라가서 보니 모자이크였습니다. 성당 안에 놓인 잘 만들어진 가구를 보는 재미도 있어요. 어느 관광지 성당이 그렇지만 중간중간 경건하게 예배드리는 사람들과 관광객이 섞여 있는 모습과 성당 한켠에 제한된 영역을 관람하는 데 돈을 받는 모습은 성스러운 장소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성과 속이 섞여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보기 싫지 않았습니다.

Reveal spoiler

092.jpg
[그림 92] 큐폴라로 향하는 계단

성 베드로 성당의 제일 높은 곳인 큐폴라에 올라갈 생각을 처음부터 한 건 아닙니다.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이대로 가기에는 마음이 아쉬웠고 성당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지만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한참을 계단으로 올라가야 해서 뱅글뱅글 도는 성당 계단을 충분히 경험했지요. 성당 높은 곳에서만 보이는 옥상은 광장에서 보이지 않아서인지 마감이 허술합니다. 높은 곳의 석상은 광장에서 보이는 면만 살뜰하게 조각했고 뒤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돔 위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은 오래된 공중화장실에서나 볼 법한 하얀 타일로 깔끔하지 않게 마감되어 있습니다. 상단 돔에 올라가면 로마가 다 보입니다. 로마를 떠나는 마지막 날 저녁에 오면 참 좋았을 거예요. 여기가 로마와 작별해야 할 곳이었지요. 바닷가도 아닌데 갈매기가 엄청나게 있던 건 좀 많이 어색했습니다. 마감 시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를 순찰하는 사제들도 보였습니다.

Reveal spoiler

093.jpg
[그림 93] 베드로 성당 큐폴라에서 본 전경

성당에서 나오니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었습니다. 휴대전화로 지도를 볼 수 없으니 타려고 했던 정류장을 찾을 수 없었지요. 다른 버스 정류장을 찾았는데 버스표 자판기가 먹통입니다. 이래저래 물어보기도 귀찮고 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던 지도를 따라 걸었어요. 로마 밤거리를 걸어 본 셈 치면 짜증 나는 일은 아니라고 봤지요. 어느 방향으로 가든 지하철역 하나는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M”자가 쓰여 있는 표지판이 보여 맥도날드 근처라면 역이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맥도날드가 아니라 지하철 표시였습니다.


내용 중에 지적하고 싶은 거나 의문스러운 거 혹은 어떤 할 말이 있으면 개의치 말고 댓글 달아주세요! 특히 수정해야 할 지적 사항이 나온다면 지적해주신 분에게 이 글의 수입을 일정 부분 나누겠습니다. 이 글 수입으로 확정된 숫자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탈자의 경우는 10% 어색한 표현은 20% 내용 전개에 관한 오류는 40%에 해당하는 스팀달러를 보상이 확정된 날에 나눠 드립니다.

지난 글 목록

Sort:  

성 베드로 성당이 이렇게 멋있게 생겼군요. 항상 피에타 사진만 보느라 성 베드로 성당은 생각 못하고 있었습니다. :)

카톨릭의 본사(?) 같은 곳이기도 하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