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여행기#56 관광의 전형 - 아테네·나폴리·로마 1: 주말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Reveal sp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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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4] 포룸 로마눔 일부

전날 길을 잃었던 기억 때문인지 간밤에 비행기 놓치는 꿈을 꿨습니다. 꿈속에서 로마 공항 철도를 놓쳐서 결국 수속을 하지 못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있는 장소가 스페인이었어요. 꿈을 꿀 때는 침착하게 놓인 상황을 잘 생각해보면 꿈이란 걸 깨닫고 제 맘대로 할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심장 쫄려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철석같이 믿고 말았네요.

트레비 분수에는 아침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트레비 분수를 몇 번 봤어요. 잠실역에서 롯데월드 가는 길에 이 분수의 복제품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복제품이 놓인 지하 광장에서 어렸을 적 놀이동산 간다는 설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은 즐거운 설렘과 다르게 지하라서 침침하고 답답했고 시끄러운 물소리와 습습함이 가득 찬 공간이었습니다. 아침 햇살 드는 트레비 분수를 보니 즐거운 추억의 시작이 더 밝게 덧칠됩니다.

이른 시간인데 분수 근처에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예쁘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왜 같은 말을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하나 싶지만 트레비 분수 사진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보단 훨씬 실천적인 일이지요.

이날은 로마 여기저기를 들렸습니다. 판테온이나 포룸 로마눔이나 콜로세움 같은 로마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돌아보았어요. 한 강의에서 팔라 틔움 언덕에서 로마가 시작된다는 설명을 들을 때는 작은 둔덕을 상상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거대한 건축물 터가 여기저기에 있을 정도로 큽니다. 팔라티움(PALATIUM)이 왜 궁전(palace)의 어원인지 남아 있는 폐허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에요. 아테네도 로마도 일단 거대한 규모에서 먹고 들어가는 면이 있습니다. 예전에 전 자원이라면 엉성하고 크게 만들어진 것보다는 작게 잘 만들어진 것이 좋았어요. 작게라도 제대로 만든 게 좋아 보인 거지요. 아테네와 로마를 다녀오고 나서 적당하게 만들더라도 규모를 갖추는 것도 의미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걷다 보니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이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이 보였습니다. 달력을 보니 토요일이었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일을 하는 건 아니니 저는 늘 주말인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동네의 주말이 느껴졌다는 건 여행 중 제 주말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표시이지요.

로마 시절에 만들어진 길인 비아 아피아를 둘러보았어요.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을 때 로마 시절에 만들어진 길을 본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만든 대상 중에 토목구조물만큼 규모 있는 것도 찾기 힘들어요. 건물이 아무리 커도 고속도로만큼 거대하지 않지요. 이 길은 산 세바스티아노 문에서 시작합니다. 시작점 근처는 돌로 포장되어 있는데 지금도 차도로 사용되고 있어요.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길이라고 특별난 게 있을 리 없습니다. 걸어가다 지처서 중간에 버스를 타려 했어요. 버스가 섰는데 문을 안 열어줍니다. 곧 로마 버스는 뒤로 타야 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토목구조물인 수도교를 보러 갔지요. 제가 수도교를 보기 위해 들른 곳은 한적한 공원이었습니다. 공원 어디에도 수도교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었어요. 산이나 강처럼 원래 있던 거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거니 주목할 이유가 없을 법도 합니다. 저도 금방 스쳐 지나왔습니다.

로마에서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주말이 끝나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아쉬움 때문에 스페인 광장에 들렀어요. 저녁인데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대단한 곳에 온 느낌보다는 저녁 광화문 앞에 있는 느낌과 비슷했어요. 이곳은 로마와 안녕할 곳은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성 베드로 성당 상단부에 다시 갔어야 했습니다.

숙소로 오는 길에 타이어처럼 생긴 젤리를 샀어요. 정말 타이어 맛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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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여행기라는 타이틀이 많이 공감되네요!
저도 이제 여행일기 시작했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보팅 누르고 갈께요,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redcolor님. 여행기 잘 쓰시길 기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