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여행기#57 관광의 전형 - 아테네·나폴리·로마 1: 이별 3

in #kr-writing7 years ago

새벽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렸습니다. 제가 밖이 아니라 집에 있는 줄 알았어요.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비싼 공항 철도를 피해 예약한 공항버스는 선착순 탑승이에요. 비수기니까 사람이 많아 봐야 얼마나 있겠냐고 생각했는데 공항버스 타는 곳은 완전 아사리판입니다. 버스 문은 사람 하나 들어가게 만들어졌는데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밀고 들어오니 모두가 꽉 껴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어요. 아치는 각각 부재 하나하나가 압축력을 견디면서 전체 형상을 유지하는데 딱 그 꼴입니다. 단단하게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아치의 각 부재는 끊임없이 힘을 견디고 있어요. 사는 꼴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무 힘 안 들고 살고 싶어 하는 건 순진한 생각일지 몰라요.

로마를 떠났습니다. 이제 여행은 짧게 다녀오는 게 아니라면 꼭 한 도시에서 4일 이상 체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잦은 이동은 힘들기도 하고 여행지에 정붙일 만하면 떠나는 서운함도 크기 때문입니다. 여행지는 저를 기억하지 못할 텐데 혼자 궁상떨며 떠나는 걸 아쉬워했습니다. 해어질 줄 알아야 어른인데 저는 언제 철이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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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떠날 때가 가장 아쉽고 허전하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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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것만큼 해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인데 참 쉽지가 않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