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갈등 양상, 지역갈등 완화, 세대갈등과 성대결의 급부상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지역갈등의 완화


저희 부모님은 호남과 영남 출신입니다. 제가 어릴때만해도 지역감정이 상당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출신이 전남 영암과 경북 포항에 있었기 때문에 극명한 지역감정을 누구보다도 잘 느끼며 자랐습니다.

호남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고 불쾌해하는 어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광주에서 해남/영암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자주 탔습니다. 버스 기사아저씨들께서 저희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명확했습니다. "워매 이쁜것들 워디서 왔는가?" 라고 물으시다가도 꼬꼬마였던 제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순간 정적이 흐르는게 대수가 아니었습니다.

영남에서는 이웃 어른들께서 밥상머리 교육을 한답시고 늘 호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교육 받았습니다. 아마도 영남 출신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는 '호남사람은 믿지마라'와 같은 확인 되지 않은 전설들도 대부분 어릴적 밥상머리 교육이나 동네 어른들의 세뇌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고질적이던 지역 감정 문제가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깨지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변의 호남 출신 동생들이 강력한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경상도의 형동생들은 오래전부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실제 선거에서도 드러나는데, 과거처럼 '호남과 영남은 특정 정당에 몰표를 준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해묵은 지역감정들이 조금씩 누그러드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한개 주 보다도 작은 나라에서 지역갈등은 진작에 사라져야 하는 사회의 암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다지고자 만들어놓은 한국사회의 망령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갈등의 부상, 세대갈등과 성대결

최근 선거 결과의 양상을 보면 지역대결 보다는 세대대결 양상이 뚜렷합니다. 20대와 60대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명확하게 다릅니다. 지지하는 정당도 다릅니다. 온라인에서는 지역을 비하하던 '홍어', '과메기'보다는 '틀딱'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보입니다. 아마도 어르신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률이 떨어지니 젊은 세대가 일방적으로 어르신들을 비하하면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대 갈등의 불씨는 사실 곳곳에서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먹고사니즘 문제입니다.

기성세대들은 '보릿고개도 견뎌오면서 나라를 이만큼 살게 만들어 놨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부족한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불평불만이 너무 많다'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세대들은 '국가가 고속성장을 하던시기에 취업을 하고자 마음먹으면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줄을 서 있었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월급모아 사두기만 하면 몇십배씩 오르던 시절에 살던 사람들이 너무 우리 세대가 힘든 걸 모른다'라고 토로합니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의도하지 않은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권력투쟁 구도에서 성대결도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저는 이것이 과거 정치인들이 존재하지도 않던 지역감정을 만들어내는 패턴과 비슷한 패턴으로 만들어지고 조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페미니즘 바람이 거셉니다. 그런데 저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들이 평범한 여성들의 삶에 관심이 있는가?'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일반인 여성들에게 물어보더라도 엘리트 의식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의 발언과 행동을 대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의 페미니즘 운동은 점점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저는 여성의 권익 향상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변한 성대결에는 심히 우려를 갖고 있는 입장입니다.

갈등의 비용과 효익

갈등없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갈등이든, 권력과 밥그릇 투쟁으로 생기는 갈등이든 어떤 형태의 갈등이든 크고 작게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사회 구성원들간에 불신비용과 갈등비용을 높입니다. 갈등을 줄일수록 사회는 더 효율적으로 돌아갑니다.

다만, 갈등은 현재 우리사회가 어떤 문제들을 갖고 있는지 나타내주는 바로미터 역할도 합니다. 갈등을 갈등 자체로 바라볼게 아니라, 갈등 뒤에 숨은 시대정신과 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을 고치려는 노력이 지도층은 물론이고 저희와 같은 일반 시민들도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갈등은 우리에게 의외의 효익을 주기도 합니다.

수면위로 부상하는 세대 갈등과 성대결 구도를 방치하면 안됩니다. 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지역갈등 이상의 것들을 가져올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이런 갈등들이 생기는 이유를 잘 파악해서 조기에 봉합하고 사회의 갈등 비용이 많이 줄어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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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구의 증가와 세대별 일자리 현황
(c)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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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갈등이 남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추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면 그렇게 한 명분이 무엇이었든 남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당했음만 기억하며 영원히 그들을 적대시할 것입니다. '혐오에 혐오로 맞서서는 안된다' 같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해가 된 것만 기억하는 속 좁은 인간의 본성때문에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진보적인 교육 현장에서부터 평등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5년 전 정도부터 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은 여성이 이득을 본다는 생각을 하며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을 가져오면서 살다가 이십대가 되었을 것입니다. 분명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공격과 추행은 무서울 정도로 많이 실존하고 있으나 그들에게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투 운동 같은 처음으로 사회를 덮는 운동을 목격했을 때 젊은 남성들이 제대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는 단 십년 전만 해도 강간이나 추행이 무죄가 되는 재판 기록들이나, 남편에게 죽도록 맞았는데도 이혼 재판에서 재판부가 이혼을 거절한다던가, 아내의 50% 전후가 남편에게 맞아봤다고 설문하는 등의 이야기를 젊은 남성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성갈등(대결)이야말로 심각하다고 봐요.

저출산 인구절벽의 부정성은 그만두고라도
남여 사이 사랑이라는 근원적인 부분까지 많이 손상되는 거 같아 안타깝네요.

성갈등이 저출산의 핵심 팩터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씀하신대로 아주 영향은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문제입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가치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말씀에 절대 공감합니다.

(>人<;) 어릴적 교육이 참 중요한데 경쟁부터 배우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어려운 문제네요.

협력을 가르치는 교육 체계로 바꾸자는 논의는 많은데, 막상 내 자식부터 그렇게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여러 사람들이 머뭇거리는 것 같습니다.

저도 친가가 영암인데 반갑네요
외가는 경남이라서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ㅎㅎ

요즘은 성갈등이 너무 심하네요...
생산적인 갈등에서 이제는 갈등을 위한 갈등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오. 영암이시군요. 오다가다 종종 터미널에서 뵀을수도 있겠네요? 여성부가 생기면서 성갈등이 시작된게 아닌가 시작합니다. 보통의 평범한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제거하자는데는 동의하지만 젠더세력들이 권력화 되면서 사회를 분열시키는 모습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세대 갈등은 사고의 차이... 근본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것 같네요. 이 간극은 살아온 세월이 다르기 때문에 좁혀지지 않겠죠.

성대결은... 일부가 극단적인 대결로 몰고가는것 같습니다.
한쪽은 조롱의 대상으로 보고 한쪽은 증오의 대상으로 보고...
불평등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이것을 해결이 아닌 대결의 구도로 몰고가는건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텐데요...

말씀대로 조롱과 증오로 대응하다가 이제는 젠더세력이 젠더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정치와 사회,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를 공멸로 몰고가리라 생각합니다.

의견의 표현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지금은 이익을 위한, 파워로 다른쪽을 누르기 위한 세력으로 변모중 같습니다.
그러면 다시 반대세력도 강하게 나오고... 영원히 융합될 수 없겠죠...

그렇습니다. 권력투쟁 양상으로 완전히 변질되었습니다.

갈등에대한 합의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문제들에대해 좀더 토론하고 의견차를 좁힐수있는 공간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일단 토론자체가 될까 싶습니다. 토론하다가 감정이 상해서 싸움으로 치닫는게 일상인 나라여서.. ㅠㅠ 말씀하신대로 갈등에 대한 합의, 그리고 그것에 대한 토론이 성숙하게 진행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엇을 위해서 갈등하는지 모르겠다
싶은 갈등양상을 보노라면...

시간과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네요..

잘 보고 가요

그러게요. 아마도 저렇게 갈등을 일으키면 자신들에게 이익 (돈, 권력)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습니다. 끌려다니는 사람들은 바보지요 ㅠㅠ

리스팀해주셔서 들렀어요^^ 감사합니다. 팔로잉하고 갈게요~~

저도 맞팔로우 했어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