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며칠 지내다가 오늘 오랜만에 집에 왔다.
얼마만인가.
지난주부터 여자친구 집에서
내가 선물한 곰인형을 소파삼아 책을 읽었다.
아기 햄스터 코코가 집 밖으로 나오면 잠깐 가서 인사하고, 사료를 주고 손에 태워 친해지려고 했다.
코코는 나오면 물을 마시고 내가 준 밥을 먹고, 쳇바퀴에 잠깐 올랐다가 다시 쏙 들어간다.
나는 점점 감정이 옅어지는 것 같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몸무게가 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하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하는 것 같이 바쁘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는데 시간이 훌쩍 간다.
나는 오랜만에 집에 갈 준비를 했다.
가족들이 추우니 조심히 오라고 카톡을 보냈다.
집에 오니 무얼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서 막상 나가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만 하게 된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오늘은 추웠는데도 걸어서 집에 왔다.
그렇게 와야 집에 들어섰을 때 집이 더 아늑하니까.
그러나 그렇게 많이 걸어왔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마음이 들떠 일으킨 먼지가 가라앉지 않는다 요즘은.
겨울 바람이 어디까지 들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