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사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1.  스무살 때 연애를 네 달 체험한 뒤로 스물 다섯 전역할 때 까지 썸 비슷한 관계 조차 없었다. 

원래 개인적 호기심에 이끌려 살아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연애같은 거 궁금하지도 않았다. 한 입 베어먹어봤으면 그맛이 그맛이지 뭣하러 하냐고.

그러다 전역을 한 뒤 나를 짝사랑하던 여자의 고집에 못이겨 연애를 시작했다. 

얼마 뒤면 서른 하나가 되는 나는 스물 다섯 연애를 시작하던 그때 이런 미래를 짐작이라도 했을까? 끊임없이 연애를 하게 되리라고. 

여자가 많다고 여복은 아니다. 복있는 만남이 되어야 복이지. 

복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굴러 들어온 복덩이를 걷어차고 후회한 일도 많다. 그렇지만 적어도 여자에게 몹쓸짓을 한 적은 없다. 여자가 아니라 사람에게도 그런 일은 없다. 아 사실 있는 것 같다. 있다. 범죄는 없었다. 처벌할 수 없는 정서적 데이트 폭력은 많이 당했지만 적어도 쪼잔하게 복수하진 않았다.


2. 한 명 두명 만났을 땐 이 사람 저 사람 알아가는 게 연애구나 생각했다. 서너명이 넘어가고 나서는 내가 연애를 왜 할까 중독인가 의심했다.

대여섯을 넘어가고, 이제 대여섯보다 훨씬 많아지니까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떠올리지 않으면 내가 만난 여자를 다 정리할 수 없는데, 이 쯤 되니 그 모든 만남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던 것 같다. 그 때 그 여자는 어땠는지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내가 어땠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를 본다는 것이 이기적인 게 아니다. 

타인의 모습만 평가하던 내가 타인에게 상처를 줬거나 아쉬움을 줬을 나의 모자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의 장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3. 내 단점을 안다고 해서 내 단점을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인 것 같다. 내 단점은 고칠점이 아니라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여태 일관적으로 남아있는 나의 모습이다. 표정이 좀 풍부하지 못하다거나 반응이 미적지근 한 거. 반대급부로 서투르지는 않다. 다행히 기본적인 인상이 부정적이진 않아서 그럭저럭 넘어가는 편이긴 하다. 

4. 그보다 더 근본적인 특징들을 다 적을 순 없다. 나는 여자를 많이 만나고 싶었던 게 아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거나 행복하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애정결핍과는 다른 문제다. 관념은 거시적이고 논리적으로 배우기 쉽게 우리 삶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그러나 사랑을 관념으로 배우고 미분하는 인간이 되기는 싫다. 이런 여러 이유들 때문에 늘 누구를 만난 것 같다. 아니면 최소한, 더 잘해주고 더 좋은 기억으로 남으려고. 잘 헤어져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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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내용이네요 잘읽었습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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