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습니다.
원작의 느낌을 받기 위해 또 영어 공부도 할겸해서 원서를 읽었습니다(어렵지 않은 책이기도 하고).
20대 중반이 꺾여가는 시점에 읽은 어린왕자는 10대 이전에 읽은 그 어린왕자와는 다르게 와닿더군요.
길들인다는 것,
사랑의 다른 표현인거 같습니다.
사랑한다 ; 길들여지지 않은 표현.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표현
그러면서도 ‘사랑한다’는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말보다 마음에 더 잘 와 닿는, 더 많은 여운을 주는,
그런 표현인거 같습니다.
'사랑'
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는 것.
은 서로에게 책임을 갖게 되는 것.
을 하면 사막에서 우물을 발견할 수 있고, 별들에서 꽃을 발견할 수 있으며 별들로부터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백만 송이의 장미들과 다른 나의 장미를 갖게 되고, 백만 마리의 여우, 백만 개의 별들 중에 나의 여우, 나의 별을 갖게 됩니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길들여본 적이 있으신가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어린왕자를 읽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애잔한 느낌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우리는 왜 어린왕자라는 현실성 없는 캐릭터에게 이토록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 어린왕자와 그가 겪는 일들이 비현실적일지라도 결국 그것들은 모두 우리에게 너무나 현실적이고 너무도 보편적인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고안된 '상징적인 것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 텍쥐페리는 어린왕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먼저 생 텍쥐페리는 인간들이 삶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지에 대해 망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은 인간을 크게 두 분류로 나눕니다.
어린이들(children)과 어른들(grown ups)로.
이 책에서 말하는 ‘grown ups’는 나이의 많고 적음, 신체의 성장 정도와는 관련이 없습니다(물론 나이를 먹으면 ‘grown ups’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grown ups’는 사회에 찌들어 순수함을 잃어버린, 그래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망각하게 되었으며, 어떤 대상을 가슴 깊이 좋아하는 법을 잃어버리게 된 자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원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리는 child이었으나,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grown up으로 되어가고 있는 그 찰나의 순간에 어린왕자를 만나게 된 것이죠.
아직 children의 순수성을 어느정도 간직하고 있으며, 완전한 grown ups가 되지 않았기에 ‘나’는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었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으며, 그와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완전한 grown ups가 되었다면 ‘나’는 결코 어린왕자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고, 만났어도 그와 교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인생에 있어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가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저자는 그 가치란 ‘어린이들만이 갖고 있는 순수한 무언가로서, 사회에 찌든 인간들(어른들)이 꼭 회복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Only the children know what they're looking for. They spend their time on a rag doll and it becomes very important, and if it's taken away from them, they cry……."
저는 어린왕자의 위와 같은 대사가 이에 대해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와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그것이 점차 자신에게 중요해지는 것.
결국 그것은 ‘마음’, ‘길들여짐’, ‘사랑’이 될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어린이들만이 할 수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사랑을 ‘상대에 대한 계산 없는 몰두’, 혹은 ‘관계 맺음에 대한 백색의 순수한 태도’라고 정의할 때, 이것은 저자가 정의하는 '어린이들'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들만이 가슴 깊이 진정으로 그리고 계산 없이 좋아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한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이 저자가 두 번째로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랑하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할까요? 우리는 상대방을 눈으로 보려고 하기보다 마음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s"(171p)
"Eyes are blind. You have to look with the heart"(194p)
"정말로 중요한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들을 마음으로 봐야 한다."
또한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꽃에 물을 주고, 바람이나 동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유리관을 씌어주고, 대화하고, 이해하려고 할 때 서로에게 길들여지게 되는 것이고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랑하게 되면 어린왕자처럼 수백만 송이의 꽃 중에 자신만의 꽃이 보이게 되고, ‘나’ 처럼 별들로부터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겁니다:)
이쯤에서 묻게 되더군요.
나는 무엇인가를 이렇게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그게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혹은 사람이 아닌 무언가, 살아있지 않은 어떤 것이든.
그렇게 계산 없이 서로에게 길들여저 본 적이 있는지 말이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어린왕자를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셨던 예전 그 때(정말 어리고 순수했던 그 때)느끼지 못 하셨던 먹먹함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먹먹함은 순수함에 대한 짙은 향수로 바뀔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은 다시 과학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금요일 밤 보내세요.
저는 이런 곱씹어보는 볼 수 있는 글이 너무 좋습니다~ㅎㅎㅎ
seokil 님의 글 이동하면서 또 한 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글입니다ㅎㅎㅎㅎ
에구ㅎㅎ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그냥 주저리주저리 쓰는 글을 좋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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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름다운 말씀들 감사합니다.
어렸을때 읽어서 기억에서 잊혀져갔는데 @seokil님의 (어른으로서)다시 본 어린왕자를 통해 순수한 무언가를 꼭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감사합니다:)
저도 노력하려구요ㅎㅎ
순수함을 향수의 대상으로 삼고 싶지 않았어요. 언제나 동심을 잃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채 살고 싶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다른 grown-ups보다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긴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순수함이 빛바래는 느낌은 어쩔 수 없나봐요 ㅎㅎ
저는 순수한게 마냥 좋은 거냐라는 질문에는 무조건 그렇다라고 대답하긴 힘들더라고요ㅎㅎ
그래도 어릴적 순수함을 조금은 찾아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길들여진다..기다린다..
잊고 살았던 윈론적인 정답을 찾은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ㅎㅎ네네 삶이 너무 각박해서 잊어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거 같아요..
네.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과학 관련 포스팅을 하려고 준비중입니다. 포스팅 챈겨 보겠습니다.
그리고,
@seokil 제가 지금 참여하고있는 첼린지에 다음 주자로 지명드려 보고자 합니다 :)
7 DAY BLACK & WHITE PHOTO CHALLENGE 의 자세한 내용은 제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 감사합니다ღ'ᴗ'ღ
https://steemit.com/photo/@pulpiri/7-day-black-and-white-photo-challenge-day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