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다.
그녀는 보통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내가 뱉는 농담에 크게 웃는다.
그리고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간다.
주로 그녀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아니- 실은, 풀밭을 노니는 양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걱정같은 건 없다는 듯이.
나이는 30대로 보이고
결혼은 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수업을 하는 날보다 수업을 준비하는 날이 더 많다.
일주일에 한 두번 공개강의를 하고
학생이나 청중이 매번 바뀌기 마련이다.
그녀는 가끔 빠지기는 하지만 꾸준히 내 수업을 찾아오고 있다.
하루는 회색 트레이닝 티셔츠에 가죽스커트를 입고 왔었다.
얼굴은 좀 피곤해보였고
평소처럼 무표정이었지만 어딘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다.
그녀의 손에 반지 하나가 반짝였다.
결혼반지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수업을 마치고 나면
좀 느긋하게 강의실에 머물러서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편이다.
질문을 받기도 하고
안부인사를 주고 받기도 한다.
그녀는 항상 수업이 끝나면 어디론가 가버린다.
빠른 보폭으로 성큼성큼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나는 아직 영어가 서툴다.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 중에서
그녀는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녀는 수업에 집중할 때 한쪽 턱을 괸다.
그리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내 설명을 듣는다.
그녀에게 수업 자료를 전해주러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뚜렷한 발음으로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머리칼은 어두운 갈색, 눈동자는 밝은 갈색이었다.
백인과 동양인 혼혈인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는
슬쩍 보면 그냥 한국인으로 보이기도 할 것 같다.
수업 자료로 작은 쪽지를 나누어주었을 때
그녀는 작은 쪽지의 끄트머리를 조심스레 잡았다.
그녀는 조심스러운 성격인 것 같다.
수업을 하면서 이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니,
나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그녀가 다음 수업에는 나올까?
이번주에는 학교 중간고사 기간이라
수강생들 수가 많이 줄었다.
이번주에는 아마 그녀가 올 것 같지 않다.
그럼 다음주에는 그녀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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