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바다 위에 떠 있는 흑인 소년, 그리고 푸르른 햇빛.
이 고요와 평화의 순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문라이트'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해 한 어른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약 15년에 가까운 세월을 관통하는 이 영화는
한 소년이 자신의 내외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리틀은 곧 샤이론이고, 샤이론은 곧 블랙이 된다.
키도 작고 왜소한 데다
수줍음도 많아 왕따를 당하기 일쑤인 리틀의 삶은 외롭고 고단하다.
한뼘 더 자란 샤이론의 삶은 더 고통스럽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중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케빈의 손을 잡아보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두 사람은 멀어지고 만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샤이론은 블랙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소년은 남자가 되었고, 뼈밖에 없던 몸엔 근육도 붙었지만
낯선 육체 안엔 여전히 그 소년이 남아있다.
영화는 한 인물의 외형 변화와 내면의 순정을 동시에 보여준다.
사건을 극적으로 연출하거나 감정을 격하게 토해내지 않는다.
인물들은 일상을 덤덤하게 살아갈 뿐이고,
삶의 순간순간 찾아오는 파장에 충실히 반응할 뿐이다.
관객들은 흑인, 소수자, 가난, 마약, 폭력 등 많은 혼란과
가치 판단을 야기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지만
영화는 이 역시 우리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결국 영화 속 인물들이 지고 가는 삶의 무게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며 어느 새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
허나 이 영화의 전체적인 결처럼
어떤 시선도 이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할 수는 없다.
그저 인물을 따라가며 꼼꼼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인물의 감정 상태를 공유할 뿐.
누구나 자신의 삶에선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고,
나의 선택으로 행위와 감정을 취할 수 있음을
문라이트는 매우 영리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시사한다.
누군가의 평처럼 이 작품은 정말 한 편의 시같다.
리틀을 샤이론을 블랙을 유유히 따라가는 카메라와
그때 그때의 분위기를 잔잔히 고조시키는 음악,
감정의 희비를 담은 조명과 머리 뒷편에서 인물을 무심히 바라보는 시선 등...
영화의 각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결합해 우리의 감정을 시,청각화 한다.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살던 저 깊은 곳의 세포마저 알알이 깨워지는 느낌이다.
특히나, 감독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사려깊은 묘사와 따스한 온기
그리고 묵직한 진심은 아름다웠다.
"나는 너무 많이 울어 어쩔 땐 내가 눈물로 변할 것 같아."
창백한 월광이 파도에 투영되는 마이애미 해변에서의 샤이론의 고백이 잊혀지질 않는다.
어둠 속의 한줄기 빛.
달빛 아래에선, 사랑 안에선 우리 모두는 파랗다.
샤이론이 행복했음 좋겠다.
문라이트 OST로 포스팅을 마무리 해보련다.
영화를 미처 보진 못했는데 글을 보니 보고 싶어지면서도 우울할 것도 같아 망설여지기도 하네요. 비 내리는 날이라 더욱 ...
비오는 날에 정말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오랫만에 비가 참 많이오네요. 영화 다큐 보기 좋은 날입니다.^^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저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반갑군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샤이런이 행복한 세상이 곧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이라는 걸.
링크 걸어주신 리뷰보았습니다. 반갑네요^^ 샤이런과 같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랄뿐입니다.
비오는 날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풀보팅이벤트3등 당첨.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