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프로토스>라는 종족의 배경 설명에는 참 재밌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이 고등한 지성과 우수한 사회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링크」를 통해 서로의 정신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컨셉을 개인의 자아가 단절된 집단주의의 발현을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할까? 그렇다면 그들이 고등한 문명을 이룰 수 없었겠지. 지독한 집단주의라면 그냥 전제군주의 말에 순응하는 인간들의 유전자만 선택 교배시키면 된다. 실은, 그들은 창의적인 자아의 부딪히는 토론을 짧은 시간 안에 가능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것은 아닐까?
각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중받지 못한 사회는 인구수나 땅의 크기와 관계 없이 결국 도태되어 왔다. 수 만대의 컴퓨터를 쓸 수 있는 클라우딩 시스템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연산능력의 집합체이기에 그런 것이고, 수 만 명이 아니라 수백만명에게 똑같은 문제를 풀게 만드는 시스템(대표적으로 한국의 수능 시험이 있다)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인간 사회의 혁신은 오히려 역으로 사고할 수 있는 유니콘 한 마리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만약 이런 유니콘들이 서로 간의 두뇌를 공유할 수 있으면 어떨까? 스팀잇의 정체성 자체가 불분명한 이 하드포크 20의 시점에 적합한 주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았을 때 글이라는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탈중앙화된 이 공간은, 폐쇄적인 일부 운영진의 프로파간다가 손쉽게 성공하는 대중매체나 인터텟 카페에 비해, 각 참여자들이 구비해야 하는 지식의 수준이 높다. 게다가 참여자들 면면은 평범하기보단 오히려 특이하다.
인간이 자기 두뇌의 10% 밖에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허구로 밝혀진지 오래 되었다만, 전 지구에 존재하는 70억 명의 사람 중 온전히 지적 활동에 종사하는 숫자는 정말로 10%가 되지 않는다. 어린 시점부터 밭을 갈고 물을 뜨는데 하루 수십 시간을 쓰게 되는 아이들 천지다. 화이트칼라들 역시도, 기껏 좋은 대학을 나와 회사에 들어갔더니 하는 일이라는게 엑셀 편집이나 파워포인트로 단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역시도 무언가를 사유하는 데에 시간을 쏟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인류는 그들이 소유한 70억 개의 두뇌 중 극히 일부만을 자연 과학 발전이나 인문학적 통찰에 쓰고 있는 셈이다.
거기서 벗어난 검은 백조들은 문화권마다 차이는 있으나, 일단 주변 환경의 몰이해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자신과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몇 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굴러야 하는 현행 시스템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인터넷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처음 인터넷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이것이 사람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보의 바다 속에 대다수 정보는 쓰레기가 되었고, 그래서 네이버 같은 중앙집권적 플랫폼의 힘은 예전의 조중동을 뛰어 넘게 되었다. 왜냐하면 네이버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 댓글을 달거나 그 댓글마저도 달지 않고 공감과 비공감을 누르는 수준 밖에 자신의 머리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주목을 받기 위해 자신의 사유가 담긴 글을 써야 한다는 그 단순한 컨셉의 힘은 단순하지만 막강하다. 사유와 창작에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그게 돈이 되지 않으면 그것을 멈추고 그렇게 몇십년이 지나면 그 재능은 예전 이야기가 되어져 버린다. 가령 그 사람이 그것을 멈추지 않는다고 해도 혼자만의 서재에 저작이 쌓인다면 그 발전속도도 더딜 뿐 아니라 성취의 수준도 높지 않다.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 것도 귀찮아하는 것이 인간의 생래인데, 글을 쓰는 것이 좋은 사람들이 하나로 모인 플랫폼이든, 아니면 글을 쓰는 걸 귀찮아하는 사람이 숙제도 아닌 일기를 매일 쓰게 하는 플랫폼이든 간에, 나는 그 심플한 시스템이 세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
큰 기업에서 두뇌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몇 명이며, 벤처에서는 몇 명인가? 스팀잇의 일간 유저가 적다고 하지만 하나의 주제가 던져지면 물고기의 비늘이 일제히 일어나듯 이것에 대해 모두 생각해보는 그 두뇌의 숫자가 과연 시가총액 몇천억짜리 기업을 움직이는 그 숫자보다 절대적으로 적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제위기를 예견한 루비니 교수는 블록체인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나 역시도 블록체인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내 주변에 적당히 똑똑한 친구들은 회사 다니면서 월급을 받지만 정말 똑똑한 친구들은 전부 다 블록체인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친구들을 믿으며, 이 공간에 참여한 자들의 힘을 믿는다. 그놈들 중 누군가 곧 뭔가를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단순한 버그일지, 불편함일지 모르나, 자신의 활동이 백엔드에는 영구히 공개되는 이 스팀잇의 시스템, 그 쪽팔림이란 마치 정치를 한다는 것이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 것이듯, 이 사회에서 내가 팔이나 다리가 아닌 두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그 인증으로서 참가비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말한 것과 같이, 윈스턴 처칠의 격언을 변형하여, 나는 스팀잇이 최악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탄생한 모든 플랫폼을 제외하고. 그리고 여전히, 스팀잇이 인간 지성과 공진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지가 될 이곳에서 이웃으로 만나 반가웠습니다.
에헴
ㅋㅋㅋㅋ 오타가 있는 문장이라 방금 수정했는데 오타 그대로 긁어주셔서 그것도 영광입니다 ㅠㅠ
그렇군요ㅋㅋ저도수정하겠습니다
작가님ㅋㅋ
감사합니다 우리 찡여사
많은 분들이 스팀잇에 참가해주고 있는 이유도 스팀잇의 미래 가치보다는 현재 스팀잇에 참가를 하고 있는 구성원 때문 아닐까요? 적어도 저는 구성원의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기에... :)
사실 작년 높은 스팀 시세는 참여자가 많아서 올라간 게 아니라 일부 세력이 펌핑을 했었죠
많은 참여자의 확보가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스팀잇의 구성원들 수준은 충분히 높습니다. 여기서 한 3배에서 10배 정도만 더 늘어도 더 안 늘려도 된다고 생각
뭔가 어울리네요 스팀잇과 프로토스. 저의 주종이었습니다. 플토!
고생하셨겠군요
또르르 ㅠㅠ
저도 코어 한 자리는 차지할 수 있겠죠?ㅋㅋ
당연하죠
아이디는 금손이지만 황금 두뇌로 맹활약하실 겁니다
수 만 명이 아니라 수백만명에게 똑같은 문제를 풀게 만드는 시스템(대표적으로 한국의 수능 시험이 있다)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당연히 효율적이지 않죠 ㅋㅋㅋㅋㅋ 그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블록체인을 받아들이자면
뇌가 달라지니
공진화가 되긴 되겠지요?^^
그렇겠지요 ㅋㅋㅋㅋ 사실 저도 공진화란 전문 용어를 100퍼센트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만 ^^
역시 글을... 너무 멋지게 잘 쓰십니다~ 부러워요 ㅋㅋ 가즈앗!!!
ㅎㅎㅎ 매번 과찬이십니다
가즈앗~!!!
세상은 이제 블록체인을 아는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질것입니다. 더 좋은 스팀잇을 위하여 열심히 글을 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국은 모두 알게 될 수 밖에 없을테니 조금 빨리 알아야겠지요 ㅎㅎ
하 루 수 십 시 간
틀린 말도 딱히 아니죠 ㅋㅋㅋ
이벤트 참가 감사드립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글 잘 쓰는 비결좀 공유해주세염 ~!!
비결이라 말할 수준도 아닐 뿐더러 뽀애누님처럼 압도적인 피지컬과 미모를 가지고 계시면 그딴 비결은 필요 없음 ㅋㅋㅋ
스팀의 시세 변화도 그랬지만
그야말로 최고와 최저의 진폭이 엄청난,
엉망이면서 세련된,
한강이면서 한강뷰인,
극도의 야만인과 극도의 지성인이 공존하는
참으로 오묘한 곳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표현이십니다 ㅎㅎㅎㅎ
생각 없이 게임만 했었는데, 이런 글이 나오다니 대단하십니다.
ㅎㅎㅎ 저도 사실 생각 없이 게임만 했고 별 생각 없이 나온 글입니다 ㅎㅎㅎ 칭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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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뜨금해버렸네요 ㅎ
저 또한 블록체인이나 탈중앙화에 대해서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고 와닿지 않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흐름과 대세는 결국 기울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하고 있네요
그러한 흐름과 대세에 스팀잇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미묘한 차이지만 그 미묘한 차이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으니까요... 토마스 쿤이 말한 과학혁명의 패러다임을 보아도, 실은 종전 이론대로라도 모두 설명이 되는데 새로운 이론의 간명함에 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혁명이 일어난다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