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데킬라 호세 쿠엘보는 이성을 유혹할 때 마시기 좋은 술이다. 샴페인 돔 페리뇽이 이미 모든 것을 이룬 남자라면, 호세 쿠엘보는 뭘 좀 아는, 조금 거친 남자라고나 할까. 샴페인처럼 호화롭지는 않지만, 짜릿하고 유쾌하다. 또 적당히 위험하다.
호세 쿠엘보는 알코올 도수 38도의 독주다. 고주망태가 되지 않으려면 호세 쿠엘보가 독주라는 사실을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데, 손등에 레몬을 묻혀 소금을 뿌려 스트레이트로 마시거나, 칵테일 슬래머(Slammer)를 만들어 먹거나, 맥주를 안주삼아 또는 꽁꽁 얼려 삼키다보면, 독주라는 사실을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호세 쿠엘보를 마시는 날이면 나는 늘 엉망으로 취했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호세 쿠엘보는 에로틱하다. 스트레이트 잔이 찰랑찰랑하게 호세 쿠엘보를 따른다. 손등에 레몬을 문질러 즙을 바른다. 그 위에 소금을 뿌린다. 그리고 단숨에 잔을 비운다. 끈적한 아가베(용설란)향이 달콤하다. 뜨거운 알코올 향이 식도를 타고 올라오기 전에 레몬즙과 소금이 섞인 손등을 혀로 핥는다.
호세 쿠에르보에 소금과 레몬을 곁들이는 것에 대한 설화를 들었다.
“데킬라는 멕시코의 소주야. 서민의 술이지. 종일 육체노동을 한 인부들이 퇴근하고 데킬라를 한잔 하러 술집에 가. 작부를 옆에 앉혀두고 데킬라를 마셔. 멕시코 작부들은 레몬향과 비슷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를 뿌렸어. 데킬라를 원샷하고 작부와 입을 맞추면, 인부와 작부의 땀이 시트러스 향수와 섞여 짭조름하고 시큼한 맛이 나는 거야. 그래서 데킬라에는 소금과 레몬이 빠질 수 없는 거지”
흥미롭지만, 믿을 수 없는 얘기다. 멕시코인들이 땀으로 배출된 염분, 비타민 등을 보충하려고 소금, 레몬을 곁들였다는 무미건조한 얘기가 더 믿음직스럽다.
슬래머는 즐겁다. 슬래머라는 이름은 잔을 내리 찍은(슬램·slam) 뒤에 마시는 데서 유래했다. 호세 쿠엘보를 스트레이트 잔 3분의 1쯤 채우고 레몬 또는 자몽 향이 나는 탄산음료를 마저 채운다. 술이 튀지 않게 휴지로 잔 상단을 덮고 손바닥으로 움켜쥐듯 잡는다. 잔을 탁자에 적당한 힘으로 탕, 탕, 탕 내리친다. 탄산이 올라오면 털어 넣는다. 새콤달콤 맛이 좋은 데다 잔을 치는 재미까지 있다.
호세 쿠엘보는 멕시코 맥주 코로나와도 잘 어울린다. 호세 쿠엘보를 홀짝이고 입을 헹구는 느낌으로 코로나를 마신다. 코로나가 깔끔하고 청량해서 개운한 기분이 든다. 엄동설한 요즘 날씨에는 맞지 않지만, 무더운 여름에는 냉동고에 두었다가 먹어도 좋다. 호세 쿠엘보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꽁꽁 얼지 않는다. 대신 슬러시처럼 걸쭉해진다. 점도가 높은 액체가 목을 타고 천천히 넘어가면서 호세 쿠엘보의 향이 천천히 퍼진다. 서늘함과 뜨거움이 공존한다.
대형마트에서 1ℓ짜리 호세 쿠엘보를 약 5만원에 살 수 있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을수록 독주의 매력이 점점 크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요? 호세 쿠엘보, 기억해두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그리 비싸지 않으니까, 한번쯤 드셔볼 만 할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호세쿠엘보. 내 사랑. 내 뜨거운 청춘이여! 밤마다 집에 모여 잔을 탕탕 쳐대며 밤을 새웠더랬죠. 아는 형이 바에서 병으로 사줬는데, 남대문에서 사면 3만원대인걸 알고는 무조건 남대문 택배거래로 잔뜩 사서 마셨습니다. 아 그리운 이름!!
아 탕탕 쳐대다가 제 친구 머리가 탕 깨졌고... 오늘 밤에 탕탕 쳐서 한잔 하시죠!
떠블샷잔에.. 데낄라반 토닉워터반 넣고 휴지접어서~ 입구를 막은후 흔들어서
탁자를 탕! 치면 기포가 올라올때 원샷을 하면 맛있습니다.(이성을 유혹..) ㅎㅎㅎ
맞습니다. 이래저래 맛있는 데킬라... 그래서 자꾸 필름이 끊겨버리네요 -_-
1리터짜리 호세쿠에르보를 약 5만원에 사서 집에 들어가면 1리터짜리 호세쿠에르보 병에 맞아 두부손상을 입을 수 있다.
ㅋㅋㅋ 그 병을 왼손으로 낚아챈 다음 오른손으로 상대의 허리를 감아 한바퀴 휙 돌려 제무릎에 앉히고 호세쿠엘보를 병째로 한모금씩 나눠 마신 뒤에 입을 맞추...는 일따윈 없겠죠...
저도 데킬라 참좋아합니다ㅋ 슬래머는 예전에 외국친구한테 배운적이 있었습니다.ㅋ 그래도 저는 원액이 좋드라구요... 페트론을 좋아하지만 비싼가격때문에 항상 눈으로만 보고 있습니다.ㅋ 잘보고 갑니다^^
페트론 ㅠㅠ 저도 군침만 삼키고 있습니다
그러게요...페트론 먹고 싶네요.ㅠ
와.. 제가 데낄라를 진짜 좋아하는데 늘 바 같은데서 마시고, 사실 바 자체도 기회가 잘 없어서 못갔는데.... 꼭 사서 집에서 마셔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리고 표현도 너무 좋으시네요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애 둘을 키우다보니 반강제적으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게 됐습니다. 근데 집혼술 장점이 많습니다. 좋은 술을 비교적 저렴하게, 또 편하게 마실 수 있더라고요. 한번 해보세요 ; )
데킬라를 아주 오래전에 마셔보고 잘 안마시게되는데 소량으로 기분좋게 취할수 있는 매력이 있는거 같아요. 글을 보니 한잔 해야될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그러시면 오늘 저녁에 데킬라 한 잔 가시죠! 저는 이 글 쓴 김에 지금 몇 잔 하는 중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