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가장 이상한 인명 표기 둘이 있다. 니체와 스피노자.
니체의 본명은 Friedrich Wilhelm Nietzsche이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아버지가 프로이센(독일)의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한테서 이름을 따와서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니체 본인은 Wilhelm을 싫어해서 빼버렸다(니체 자신이 그렇게 고백했다). 그래서 필명은 Friedrich Nietzsche가 되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그가 출판한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피노자의 본명은 네덜란드어로 Baruch Spinoza이다. 바뤼흐 스피노자. 그런데 스피노자는 할아버지 때 포르투갈에서 이주했고, 포르투갈어를 일상어로 썼다(네덜란드어를 오히려 못했다 ; 스피노자의 전기는 스티븐 내들러의 '스피노자 - 철학을 도발한 철학자'가 좋다). 포르투갈어 이름은 Bento de Espinoza이다. 유대교에서 파문당한 후 스피노자는 라틴어 필명을 쓴다. Benedictus de Spinoza.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스피노자는 생전에 두 권의 책을 출판했다. '데카르트 철학의 원리'(1663)와 '신학-정치론'(1670)이 그것. '지성개선론', '에티카'(윤리학), '정치론' 등은 유고로 사후에 출간. 그런데 익명으로 출판한 '신학-정치론'을 빼고, 자기 이름으로 출판한 유일한 책인 '데카르트 철학의 원리'에는 라틴어 필명 Benedictus de Spinoza를 썼다. 베네닉투스 데 스피노자.
이상의 사정을 고려하면, 니체와 스피노자의 경우 자신이 원한 필명을 써 주는 게 예의 아닐까? 나는 이른바 ‘전공자’가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라고 쓰거나 ‘바뤼흐 스피노자’라고 쓰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해당 학자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지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인명표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마치 고유명사처럼요 이런 외래식 이름이 분명 더 있을텐데 말이죠
지금은 많이 교정되었는데, 저 두 사람은 유독 ㅠㅠ
와! 이런글 너무 좋아요 ㅠㅠ 니체나 스피노자 다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철학자들인데. 제가 니체는 프리드리히 니체라고 부르는데, 스피노자는 바뤼흐 스피노자라고 불렀는데 선생님 덕분에 정확한 필명을 알아가네요! 앞으로 니체에 대해서 글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
둘다 제가 넘나 좋아하는 철학자들이에요. 그들이 좀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서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그 현실이란게 그들이 받아들이기에 부당하고 격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들은 그들의 몫을 이생에서 충분히 다했고 넘치기까지 한 업적을 우리에게 남겨줬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들이 원하는 식으로 불러주는것 또한 그들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해주면 좋은 일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는 말씀입니다.
@pirisorie님께서 이 포스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리스팀을 해주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