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번역 연재 5회)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아직은 뉴비 @armdown 철학자입니다. (armdown은 ‘아름다운’입니다.) 어느덧 휴일이 다 갔네요.

이번 포스팅은 '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연재의 5회입니다. 이번 4절은 좀 길어서 둘로 쪼갭니다. 그 후반부입니다.

1회 2회 3회 4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인공지능의 논리적, 수학적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앨런 튜링의 1950년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논문은 아직 한국어로 된 쓸 만한 번역이 없습니다. 제가 번역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연재의 첫 포스팅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번역자나 독자나 모두 부담되는 일일 것 같아서, 나누어 순차적으로 포스팅합니다. 원문이 28쪽 정도 되는데, 한 번에 두세 쪽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주제들을 포스팅하는 것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쪼개서 올리지만, 연재가 끝나고 나면 주석을 붙여 하나의 포스팅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연재 중에 오류, 제안, 의견, 질문 등을 댓글로 자유롭게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리스팀, 보팅, 팔로는 저에게 힘이 됩니다.)

계산 기계와 지능 (번역 연재 5회)

앨런 튜링

4. 디지털 컴퓨터 (계속)

독자는 우리가 기술했던 원리들에 따라 디지털 컴퓨터가 건설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이미 건설되었다는 것을, 디지털 컴퓨터가 인간 계산기의 행동들을 사실상 아주 가깝게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인간 계산기가 사용한다고 우리가 기술했던 규칙 책은 물론 편의상의 허구이다. 진짜 인간 계산기는 해야만 하는 것을 실제로 기억한다. 어떤 복잡한 연산에서 기계가 인간 계산기의 행위를 모방하게 만들려고 한다면, 인간 계산기에게 어떻게 그 일이 행해지는지 물어보고 나서 그 답변을 지시 표의 형식으로 번역해야만 한다. 지시 표를 건설하는 일은 보통 ‘프로그래밍’이라고 기술된다. ‘연산 A를 수행하는 기계를 프로그램하기’는 기계가 A를 할 수 있게 적합한 지시 표를 기계에 넣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 컴퓨터라는 아이디어에서 흥미로운 변종 중 하나는 ‘무작위 요소random element를 지닌 디지털 컴퓨터’이다. 이 컴퓨터는 주사위 던지기나 그에 해당하는 전자(電子)적 과정을 포함하는 지시들을 갖고 있다. 그런 지시 중 하나는 예컨대 ‘주사위를 던진 다음, 나온 수를 저장소 1000에 넣어라’일 수 있다. 그런 기계는 종종 (내 자신이 이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기술된다. 어떤 기계가 무작위 요소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관찰을 통해 결정하는 건 보통은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π를 나타내는 십진법 숫자들에 의존해서 선택하게 하는 책략을 통해 유사한 효과가 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실제 디지털 컴퓨터는 유한한 저장소만을 갖고 있다. 무제한의 저장소를 갖고 있는 컴퓨터라는 아이디어에는 이론적 어려움이 없다. 물론 특정한 시간에는 유한한 부분만 사용될 수 있으리라. 마찬가지로 유한한 양의 저장소만 건설될 수 있을 테지만, 우리는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저장소가 첨가되는 걸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컴퓨터는 특별히 이론적으로 흥미로우며, 무한 용량capacity 컴퓨터라 불릴 것이다.

디지털 컴퓨터의 아이디어는 오래되었다. 1828년에서 1839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 수학과 루커스 교수직을 역임한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는 해석기관Analytic Engine이라 불린 그런 기계를 계획했지만,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배비지는 모든 본질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지만, 그의 기계는 당시에 그리 큰 매력적인 가망이 없었다. 이용할 수 있었던 속도는 인간 계산기보다 분명 빨랐겠지만, 현대 기계 중 느린 편에 속하는 맨체스터 기계Manchester machine보다 100배는 느렸을 것이다. 저장소는 순전히 기계론적인 것이었는데, 바퀴와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배비지의 해석기관이 전적으로 기계론적이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미신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현대 디지털 컴퓨터가 전기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신경계 역시도 전기적이라는 사실에 종종 중요성이 부여된다. 배비지의 기계가 전기적이지 않았기에, 또한 모든 디지털 컴퓨터가 어떤 점에서는 그와 마찬가지이기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중요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물론 전기가 관여하는 것은 통상 빠른 신호 전달signalling과 관련해서인데, 그렇기에 우리가 디지털 컴퓨터와 신경계 내의 연결connections에서 전기를 발견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신경계에서 화학적 현상은 적어도 전기 현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떤 컴퓨터에서는 저장소 시스템이 주로 음향적이다. 이렇듯 전기를 사용한다는 특징은 단지 아주 피상적인 유사성일 뿐이라고 보인다. 우리가 그런 유사성을 발견하려 한다면, 차라리 함수function라는 수학적 유비analogies를 찾아봐야 하리라.

(4절 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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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가 많으십니다. 1회부터 정주행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이 쉽지만은 않네요. 저도 계속 열심히 번역하겠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지식이 정말 방대하십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
고맙습니다. 저도 많이 엿보고 있습니다.

보팅+팔로우 신청하고 가여 건승하세여

새로운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 수고 많으십니다. ^^

고맙습니다. 저도 쓰시는 글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철학과 인공지능!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저도 공부해서 보안 철학을 정립하는 책을 쓰고 싶은 꿈이 있어요! 팔로우합니다!

저도 팔로하며 많이 얻어가겠습니다.

아.... 정주행 중인데 정말 저의 지능을 의심하게 됩니다.
한글로도 이렇게나 어려운 글을, 번역하고 계심에 존경을 표합니다!
어쨋거나 정주행은 계속 가야죠!
어렵습니다, 어려워요. ㅠ.ㅠ

번역 끝나시면 마지막에 쉽고 짧은 요약본도 좀... 부탁드립니다.

중학생 아들한테
"아빠가 앨런 튜링 논문을 일어 봤는데 말이야, 그게 뭔 내용이냐 하면... "
하고 아는 체 할 정도로만요. ㅎㅎ

정주행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논문이 아직까지 번역, 출판되지 못한 이유가 너무 어려워서인 것 같습니다.

다 번역한 후, 몇 곳에서 강독을 해 보고, 독자들이 궁금한 부분을 해명하는 주석과 해설을 붙여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분량이 어느 정도 되면(500매 이상), 작은 책자로 출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