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서의 글쓰기 : 스티미언의 삶 (writing as a life)

in #kr7 years ago

글을 쓰는 활동은 머리와 손만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다. 사실상 글쓰기는 온몸으로 해야 한다. 무슨 말인가? 글쓰기는 삶의 활동의 일부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글쓰기가 의무적으로 일상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글쓰기를 삶의 일부로 삼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보다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게 된다. 이 점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SNS)는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모든 일상생활이 이른바 ‘인증샷’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목소리도 높다(인증샷을 찍다가 사망사고까지 갔다는 뉴스도 빈번하다). 자기 삶의 숨기고 싶은 지점에 대해서는 적당히 감추는 반면, 드러내고 자랑하고픈 점들 위주로 자신을 내보인다는 것이다. 일면 수긍이 가는 지적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런 행동을 나쁘다고만 볼 필요도 없다. 남에게 자신을 되도록 좋게 보이려 하는 건 누구에게나 거의 본능에 가까우니 말이다. 대면 관계를 통해 접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어차피 자기표현의 수단도 제한되기 마련이다. 선별되고 편집된 모습임을 어차피 알면서 보는 거라면, 표현된 것을 전부라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것이 소셜미디어가 바꾸어놓은 삶의 모습니다.

여기에 글쓰기를 대입해 보자. 앞의 소셜미디어가 주로 ‘사진이나 영상’으로 인증한다는 특징을 지녔다면, 글쓰기는 ‘글’로 인증한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글로 하는 인증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하는 인증에 비해 많은 노력과 솜씨가 필요하다.

먼저 ‘글감’을 찾으려는 노력이 깨어있는 내내 작동해야 한다. 나의 생각, 주변에서 일어난 일, 책에서 읽은 것, 인터넷으로 접한 정보, 만나는 사람들의 말 등 내가 살아가는 모든 삶이 다 글감 후보이다. 이러다 보면 전보다 조금은 더 집중하고 관찰하는 삶으로 바뀌게 된다. 이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 이런 자세는 과학자나 발명가, 또는 탐정이나 전문 작가와 같은 이들에게 발견되는 소중한 자산이다.

다음 단계로 선별과 편집이 있다. 우리는 아무거나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멋지고 놀랍고 흥미로운 것이 아니면 남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며, 좋은 반응도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글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글감을 다듬고 강세를 조절하게 마련이다. 자기 생각을 더 깊고 다채롭게 가꿔야 한다는 점도 느끼고, 남의 안목을 좀 더 이해해야 하겠다는 점도 깨달으며, 사람과 세상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각성도 생긴다. 내가 말하려는 생각과 남이 듣고 싶은 생각, 나아가 내가 들려주고픈 이야기와 남이 좋아하는 이야기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자신이 쓴 글을 남에게 제시하고 반응과 평가를 얻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안목’이 길러진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으로의 사회에서도 안목은 굉장히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자신의 좋은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지만, 가치 있고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은 더 중요한 능력이다. 알아보는 안목이 없으면 자기 생각을 평가하는 능력도 없다고 여겨야 하리라. 안목 없이는 좋은 글과 말이 나오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의 인재란 좋은 안목을 갖춘 사람이다. 내가 사람을 뽑는 입장이라면, 일단 그 사람의 안목부터 볼 것이다.


스티미언의 삶이 왜 가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상 @armdown ('아름다운') 철학자였습니다.

Sort: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쉬운 작업은 아닌것 같아요!

글쓰기가 누구나 수월하진않을겁니다..아름님처럼 달필가도 있구.,,아닌사람도 있구 다만 스팀은 글뿐만아니라 만화 사진 등 꼭 글로만 표현하지않아도 되는 시스템이니 다양성이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좋은 주말 보내세요~~

글쓰기는 삶의 활동의 일부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참 공감됩니다. 이번에 글을 쓸 때 3년동안 서빙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점, 성공하는 음식점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봤는데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참 신기했습니다. 누군가는 아무 생각없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좋은 글감이 된거같네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저도 스팀잇을 1년 가까이 해오며 느낀점들과 많이 겹치네요. 정말 공감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생활 틈틈이 글감을 발견하는 안목이 필요하겠지요.
소재가 없어서 없는 게 아니라
찾지 못해서 없는 것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스팀잇을 하고 나서부터 많이 느끼고 공감하는 내용네요. 앞으로 안목을 잘 키울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요^^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 남이 흥미있어 하는 것의 줄타기라는 말이 와닿네요^^

저의경우 스팀잇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 확실히 글감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은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단지 다듬는 과정이 아직 미숙해서 의미있는 포스팅으로 는 연결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태도가 먼저라고 봐요.
그런 태로로 살면 발전이 있겠지요^^

스팀잇에 오고부터 나름대로의 글을 써보지만, 취업할때의 자소서를 쓴이후로 글써본 경험이 전무한 저는 오로지 경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여 글을쓰니 여러가지 문제점 밑 한계에 많이 부딛히더라구요..😭 꾸준하게 연습해서 글쓰는 실력을 늘려가야겠단 생각을 포스팅 할 때마다 해요..ㅎㅎ

^^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말씀입니다.!

선별되고 편집된 모습임을 어차피 알면서 보는 거라면, 표현된 것을 전부라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평소에 소비적인 SNS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봤었는데, 말씀 듣고보니 비판적으로 수용하면 그만이라는 말이 맞네요.

글쓰기가 일상의 습관이 되면 글감을 찾기 위해 관찰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선별과 편집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남이 듣고 싶은 이야기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된다는 것.

제가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해주는 글이네요. 감사히 잘 읽고갑니다 :)

리스팀 합니다. 제가 안목이 있는거겠죠?^^~~~

ㅋㅋ
그러네요.

아~~제가 느꼈고 하고 싶었던 말들을 여기서 보네요. 반갑고 감동스럽습니다. 안목의 중요성^^!